마로니에 공원에는 마로니에가 없다… 일반 칠엽수를 혼동한 듯
가시칠엽수
따뜻한 햇볕 아래 재미있는 연주와 공연을 보며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공원'입니다. 이 공원은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구로 캠퍼스를 옮기면서 그 자리에 들어섰어요. 서울대 본관 앞에 있던 아름드리나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았는데, 이 나무가 '마로니에'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공원 이름도 그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마로니에(marronnier)는 프랑스어 '밤(marron)'에서 나왔어요. 밤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은 종자〈아래쪽 사진〉를 맺는 나무라서 붙은 이름입니다.
프랑스에서 마로니에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장식하는 가로수로 유명합니다. 키가 높게는 40m까지 자라고 5~6월 봄이 오면 화려한 꽃을 피우죠. 마로니에 한 그루마다 수백개의 꽃 무리가 달립니다. 아주 작은 하얀 꽃 20~50송이가 모여 만들어진 커다란 꽃 무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잎자루 사이사이에 피어나는데요, 꽃 무리는 위는 뾰족하지만 아래쪽으로 갈수록 넓어져 각각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을 하고 있어요. 5월이면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과 개선문 근처는 마로니에꽃으로 환해집니다.
유럽에서 가로수로 사랑받은 마로니에는 19세기 후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도, 1947년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도 등장합니다
마로니에는 우리말로 '가시칠엽수'라고 합니다. '가시 돋친 열매를 가진 칠엽수'라는 뜻이죠. 가시칠엽수 열매는 매끈한 보통 칠엽수 열매와 달리 겉에 작은 가시가 나 있거든요. 밤송이처럼 기다랗고 억센 가시가 빽빽하게 나지는 않아요. 지금은 작년의 열매가 말라붙은 흔적만 발견할 수 있어요.
가시칠엽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로니에는 칠엽수의 한 종류입니다. 칠엽수는 일곱 개 정도의 작은 잎〈왼쪽 사진〉이 한 지점에서부터 사방으로 뻗어 나와 마치 손바닥처럼 퍼져 나와요. 한 군데에서 나는 잎은 5~7개인데 대부분 7개라 '칠엽'이란 이름이 붙었죠. 칠엽 중 바깥쪽 작은 잎은 손가락 길이만 하고 가운데 잎들은 두세 뼘 정도예요.
열매는 10월이 되면 성숙하는데요, 껍질을 까보면 밤과 똑같이 생긴 종자가 하나씩 들어 있어요. 밤과는 달리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마로니에공원이라는 이름이 붙게 한 나무는 마로니에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일본 원산인 일반 칠엽수지요. 이 칠엽수를 마로니에와 혼동해 붙은 이름인 것 같아요. 사실 열매 모습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마로니에(가시칠엽수)와 칠엽수를 구별하기 쉽지 않거든요. 1920년대 경성제국대학교가 동숭동에 자리 잡을 당시 칠엽수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겁니다.
진짜 마로니에는 덕수궁에서 볼 수 있어요. 1912년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에게 선물한 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