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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국과 복강정, 밥으로 구성되는 세트 메뉴(왼쪽)와 매콤달콤함이 일품인 복강정 |
- 콩나물·미나리 비벼먹도록 달걀도 제공
- 아이 동반 손님위해 신메뉴 복강정 개발
겨울에는 어떤 음식보다도 뜨끈한 국물요리가 갑이다. 그 중에도 복국은 담백하면서도 먹기 좋은 국물요리로 손꼽힌다. 애주가들에게 복국은 해장국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복국은 시원함 그 자체다. 서둘러 입에 넣으면 입천장과 혀가 델 정도인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시원하다"란 말을 내뱉는 한국인의 미감을 서양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쩌랴. 한술 떠서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나며 '으~'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을. 너무 뜨거운 국물은 식도나 구강건강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지만 코가 얼얼한 이 추위를 견디려면 발길이 절로 국물요릿집 앞에서 멈춘다. 밖에서 보면 찻집인지 음식점인지 좀 고민하게 되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 복요리점 해당화(051-501-2266)는 혼자서 식사를 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깔끔하고 조용한 집이다. 카페처럼 모던한 인테리어가 젊은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무 식탁과 의자는 과도한 장식이 없이 소박하다. 그렇지만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 쓴 모습이 보였다.
식초병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보통의 식당에서 쓰는 식초병이 아니라 버튼 부분을 누르면 원하는 만큼의 식초가 대롱으로 빨려 올라오게 돼 있다. 눈금이 있어 정확한 양의 개량이 가능하다. 손님상에 오르는 그릇에 플라스틱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수저여서 자연스러운 느낌도 있다. 혼자서 창밖을 보며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혼자 오는 손님들도 꽤 있다고. 조용한 휴식과 정갈한 음식을 찾는 손님들이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세트 메뉴다. 1~3인까지 주문할 수 있다. 복국과 복강정, 밥으로 구성되는 세트 메뉴는 양도 푸짐하거니와 복강정을 맛볼 수 있어 많은 손님이 찾는다. 복국은 매운탕과 지리 중 선택할 수 있다. 복국은 면기처럼 옴폭한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온다. 복어 살이 푸짐하게 두 덩이 들어있고 머리도 있다. 복어 살만 발라 초장에 찍어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넉넉하다. 국물맛은 깔끔하다.
거기다 약간 매콤하면서 달콤한 복강정에 젓가락이 자꾸 간다. 복강정엔 단호박이 함께 들어있다. 바깥쪽 튀김옷은 아삭하면서 속살은 부드러운데다 탄력이 있다. 단호박은 잘 익어 입속에서 부드럽게 으깨진다. 반찬은 3~4가지의 밑반찬이 조그만 접시에 예쁘게 담겨 나온다. 때때로 조금씩 바뀌지만 집에서 흔히 먹는 밑반찬들이다. 멸치볶음 오징어채볶음 버섯볶음 김치 등. 모든 밑반찬은 김경선(34)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다. 밖에서 먹는 밥이지만 집 밥 같은 생각이 들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복국의 콩나물과 미나리를 건져서 비벼 먹을 비빔밥 그릇을 따로 내온다. 김 대표는 "한 손님이 국에서 건져낸 콩나물과 미나리를 비벼서 먹는다며 달걀 프라이를 부탁했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좋아 손님상에 내니 우리집만의 특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익혀지지 않은 노른자, 약간의 무채, 밥, 깨소금, 김, 초장이 섞여 내는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살아있었다. 맨 밥 보다는 훨씬 풍성한 맛이었다.
김 대표는 "대중화된 복 요리집을 만들고 싶었다. 흔히 생각하는 복국집의 이미지는 연세가 지긋하신 남성분들이 해장을 위해 찾는 곳이다. 그런 고정화된 생각이 싫어서 인테리어부터 깔끔하고 세련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해당화는 가족들로만 운영된다. 좌석수가 많지 않은 아담한 가게를 주방은 아들이, 홀 서빙은 여동생과 어머니가 맡아서 했다. 현재 여동생은 일본으로 요리공부를 하러 가고 김 대표의 예비신부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김 대표는 "복강정을 새 메뉴로 개발한 것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식사를 하러 오기를 바라서였다. 복강정은 아이들이 좋아할 달콤한 맛을 갖고 있어서 실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복카레, 복 불고기, 복수육, 복튀김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복수육 껍질무침 튀김 생선구이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해당화코스(은복·1인 2만 원)와 바우코스(까치복·1인 3만 원)도 있어 모임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법원 어린이집 맞은편 도로변에 있다. 월~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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