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도덕 교사로서 학생들이 도덕적 사고와 도덕적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방법이 '돈오점수'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안다. 해야 할 일은 공부, 규칙 지키기, 친구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등이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복도에서 뛰지 않기, 친구 괴롭히지 않기,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지 않기, 무단횡단하지 않기 등이 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지만 학생들은 그것들을 잘 지켜내지 못한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도덕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하지만, 늘 하던 행동이 불편해지고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와 영향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이런 모습이 '돈오'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학기 초에 키가 작은 남학생이 나를 찾아와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친구들이 놀려서 기분이 나쁘고, 도덕 시간에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걸 배웠는데 그런 행동을 하니까 속상하다고 말했다. 놀린 친구를 불러 면담하고, 나에게 찾아와 이야기한 남학생을 다시 불러 너의 잘못은 없냐고 물었다. 남학생은 사실 본인도 함께 놀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학생에게 나는 "내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행동을 친구가 하면 어때? 기분이 안좋지? 근데 그런 행동을 너가 하면, 너는 어떤 사람이 되는거야? 너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는거야. 그런 모습은 어때 보여?"라고 말했고, 남학생은 "똑같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후 친구를 놀리거나 함께 심한 장난을 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학기말 설문조사에서 이 남학생이 이런 말을 남겼다.
교사가 아무리 설명하고 알려줘도 결국 학생이 직접 깨닫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 '도덕'이다. 도덕은 양심을 바탕으로 실천하는 자율적 규범이기 때문이다.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도 자신이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직접 경험하며 학생이 스스로 깨닫고, 깨달은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도덕적 행동이 습관처럼 행해지려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덕적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덕적 성찰은 한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애 동안 내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점수'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돈오 후에 점수라는 수행을 통해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올바른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로서 나는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민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론을 정리하는 강의식 수업보다는 영상 자료나 사진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직접 도덕적 문제 상황을 탐구하며 자신의 행동의 결과 및 영향을 성찰할 수 있는 활동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배운 것을 일생생활에서 실천하고, 나아가 1년 뒤, 2년 뒤, 몇 년 뒤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도덕적 행동을 실천하는 것과 도덕적 성찰이 중요한 이유를 학생들에게 와닿게 하려면 진정성이 필요하다. 교사가 실제로 행했던 사례들을 제시하고, 그런 모습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모범적인 본보기가 되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