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읽는 다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고 속도 역시 지지부진해 '왜 이러지' 하는 마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의 일상과 삶에 보다 익숙하고 편학소재를 다루는 책들에 관심가져 보기로 했다.
이제 거의 40년 차 주부이다 보니
매우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이자 주요영역인 집, 그 중에서도 주방이나 음식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책을 손에 잡았고
그렇게 만난 책이 요코의 그것이다.
읽는 내내 같은 여자로서의 동질감과 함께 일관되게 보여주는 그녀의 재기와 발랄함이 즐거웠다.
아무리 잠재우려해도 스멀스멀 나를 위협하는 물욕에 대한 것. . . 그리고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
작은 물건들에 담긴 고귀한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함. . . 일기에 대한 생각. . . . 등 등. .
또한 어쩜 내가 순간순간 느껴왔던 욕구의 꿈틀거림과 그것을 현실에 맞추어 적절히 실행해 나가는 과정이 이리도 같을까!
저절로 웃음이 나오면서도 그럴 때 생겨나는 어쩔수 없는 나의 이기적이고 헛헛한 모습이 떠올라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에고~~~ 아무리 제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이성적이며 이타적인 사고로 무장하고 삶을 관조하려 하나
그것은 나의 헛된 바램이자 한순간 무너질 치켜세움이 아닌가. . .
아울러 '되도록이면 주방살림을 늘리지 않으려 한다'는 나의 다짐이 조금 무너지려는 위험한 조짐이. . .
물론 그런 다짐을 뒤로하고 올해만해도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유기그릇을 풀셋트로 들이고 말았지만. .
그 외에도 필요를 순간순간 느끼지만 다시 생각하자고. . 좀 더 두고보자고 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과 가지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 . 그리고 완전히 그동안 고려치 않았던 다른 아이템들 역시. .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는 것. . . 그녀의 꼬드김에 살짝. . .
참 재미있고 신나게 멋있게 제 멋에 사는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 이 사람은~~~
그러면서도 조금 불편했던 것은 먹는다는 것에 담긴 깊고 넓은 의미를 충분히 이해함에도
지나치게 무엇에 중점을 두고 모든 재료와 그외의 오브제에 들이는 그녀의 노력이 가상함을 넘어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는 만큼 누리고자 최고와 최상의 것들 그러니까 프레미엄을 추구하는 것이
빈곤과 먹거리 부족과 같은 글로벌 문제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물욕은 아무리 눌러도 고개를 벌떡 쳐들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와 같다. 취향 뚜렷하고 누려보고 싶은 건이 많은 사람에게는 천성이나 마찬가지다.
갖고 싶어. 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갖고 싶어. 한번 이런 상념에 사로잡히면 돌이킬 수 없다. . . p30
마늘, 고추, 녹후추를 절구로 찧는다. 섬유질이 풀리고 세포에서 향이 피어오른다. . . p38
쇼핑은 질질 끌어서는 안 된다. 틈을 주어서도 안 된다.
'쇼핑귀신' 임을 인정하는 사람들끼리는 '앗'하고 외치는 순간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 . p45
아무리 뛰어난 도구라고 해도 상성이란 게 있는거라며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자격 미달이란 낙인이 찍힌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 . . .
현재 내 살림에 무리없이 잘 맞는 물건을 천천히 찾아가는 편이 낫다. 예날 것이라고 뭐든 좋을 리가 없다. . . . .
뚜렷이 설명할 수 없어도 질척하고 불쾌한 그 느낌이 도무지 잊히지 않는다면
더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불쾌한 느낌'속에서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발견할 수도 있다. . . p62~64
보테보테차. . . . . 오쿠이즈모에 있는 다타라 제철소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서서 배를 채우기 위해 먹던 노동식. . .P77
제 아무리 유능한 조리도구하고 해도 결국 '손'이 섬기는 하인이나 다름없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 . p89
냄비는 우리가 불을 둘러싸고 앉아 있을 때 느꼈을 해방감을 일상생활 속으로 옮겨 주었다.
냄비를 둘러싸고 앉는 것을 통해 우리는 한때 모닥불에 손을 쬐던 원시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리라. . . p101
르쿠르제란 프랑스어로 도가니라는 의미다. . .
돌솥을 사면 커다란 솥에 물과 소금을 듬북 넣은 다음, 돌솥을 그 안에 담그고 불을 겹니다. 30분 정도. . . .
급격한 온도 변화를 주지 않을 것, 급하게 고온으로 가열하거나 뜨거운 돌솥에 갑자기 찬물을 뿌리는 건 절대로
안돼요. . 열을 가할 때는 중불에서 고운으로 올리고 식힐 때는 저절로 온도가 내려가도록 그대로 둡니다.
돌이 깜짝 놀라지 않게 말이죠. . p133
질냄비는 ,이제 쓰기 편해졌다, 싶을 때 깨지는 물건이랍니다. . . p141
흙과 불과 손기술, 내가 마음을 빼앗긴 아시아의 그릇은 모두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돼 탄생한 하나의 아름다운 형상이다.
미묘한 일그러짐이 자아내는 태형함과 너글너글함, 자연유나 요볌에서 오는 재미,
투박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모습에서 픔격까지 느껴지니 지루하지 않다. . . .
'데이누바나' 사람의 손에서 피어난 꽃이란 뜻으로 오키나와에서는 수작업으로 만든 물건을 칭할 때 쓰는 말. . . .p154
엄격하게 만들어진 물건은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기 마련이다.
이 다완은 그런 확신을 주는, 극히 우수한 목재를 기체로 하고 있다. . . .p161
가타구치의 사명은 첫째도 둘째도 '따르기 쉬울 것'이다. . . p161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우울하고 비참한 마음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 어른을 위한 이 작은 밥공기의 미덕이다. . . p183
만듬새가 나쁜. . . p186
종이에 잉크가 스미는 그 순간, 한 글자 한 글자에 생명이 피어나고, 언어가 우뚝 일어선다.
이는 '쓴다'는 행위가 주는 원초적 쾌감임이 분명하다. . .
머리 속에서 희미하고 아련한 의식에 불과했던 상념이 쓰는 행위로 인해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언어로 바뀌어 갑니다. . . .
자유로운 필치가 돋보이는 독특한 자서전의 단편에 무엇이 쓰였고 무엇이 쓰이지 않았는지를 해독하다 보면
마치 추리게임을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문학에는 없는 특이한 흥분을 느낄 수 있다. . . p235~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