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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집경 제45권
四七. 대가섭인연품(大迦葉因緣品) 상
이때 왕사성에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곳에 신수립(新竪立)이란 한 마을이 있었다.
(다른 스승은 이렇게 말하였으나 마하승기사는 다시 말하였다.)
마가다국 왕사대성에 마하사타라(대택전 大澤田)라는 한 부락이 있었는데 그 곳에 한 바라문촌이 있으니 그 촌의 이름이 역시 마하사타라였다.
그 마을에 니구로다갈파(감용수(堪用樹)라는 장자 바라문이 살았다.
그 장자는 큰 부자로서 재산이 넉넉하고 부리고 씀이 많으며 그 집은 마치 북방 비사문 천궁과 다름이 없었으며 그 장자 바라문은 五백의 마을을 거느리고 처분하고 부리며 그 절도(節度)를 받게 하였다.
이 때 마가다국 빈바사라왕은 밭갈이 하는 눙구와 농우 천벌을 가졌는데 그 바라문은 다만 그보다 한 벌이 모자라서 천에 차지 못하였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빈바사라왕이 질투심을 낼까 두려워한 까닭에 일부러 줄였던 것이다.
그 바라문이 소유한 六축(畜)은 그 수를 알 수 없고 오직 연기와 불의 수로 그 많고 적음을 알 뿐이요 그 금전을 저장한 것도 모두 합쳐 二十五의 창고가 있었다.
그 장자 바라문의 부인이 그 동산 가운데 이르러 구경하고 놀다가 필발라수 나무 아래 앉았다. 그 때 그 부인은 임신해 만삭이 되어 곧 그 나무 아래 앉은채 옥동자를 하나 분만하였다. 그 아이는 매우 단정하고 어여뻐 보는 사람이 즐거워하기가 세상에 비길 데가 없어 마치 금상(金像)과 같았다.
그 동자가 처음 났을 때 그 나무 위에 자연히 묘한 하늘 옷이 하나 나타났다. 그 부모는 이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반드시 이 하늘 옷은 동자의 복덕으로 나온 것이다」하고 이 상서로운 상으로 인연하여 이름을 필발라야나(수하생 樹下生)라고 지었다. 그래서 그 동자는 나면서부터 나무를 인연하여 이름을 삼고 서로 전하여 필발라야나라고 일렀었다.
그 때 그 부모는 동자를 위하여 각각 네 사람의 유모를 두었으니 곧 안아주는 유모 . 젖 먹이는 유모 . 유희하는 유모 . 기르고 간호하는 유모들로서 목욕하고 기르며 안아서 달래고 젖을 먹이며 키우게 하였다.
그 때 필발라야나 동자는 그 부모가 오직 이 아들 하나 뿐이기 때문에 애지중지하는 마음으로 잠시도 떨어지지 않게 하며 만약 보이지 않을 때는 마음이 곧 즐겁지 않았다.
그 때 동자는 복덕 인연으로 양육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점점 자라서 오래지 않은 동안에 지혜를 성취하였고 점점 크자 능히 행하고 능히 달리기도 하였다.
그 부모는 그 동자가 여덟살이 되자 그에게 바라문계를 받게 하고 곧 부모의 가업(家業)을 부촉한 뒤에 모든 기예와 제사법식을 남김없이 가르쳤다.
이른바 글씨 . 그림 . 산수 . 결인하는 것을 비롯하여 四베다론 . 모든 수기법 . 웅변술 . 무기 쓰는 법 . 대주술법 . 천타론 . 가지가지 문장 . 五행 성수(星宿) . 음양(陰陽)의 도수 . 누수로 一주야의 시간 아는 법과 길흉(吉凶)을 아는 법등이었다.
그 때 또 동자는 지동하는 일 . 우뢰와 천둥소리 . 새짐승의 울음과 나르고 뛰고 놀래는 증조들로 일체의 모든 변들을 알았으며 모든 기예의 상을 알고 남 . 녀의 상을 알고 . 六축(畜)의 상을 알고 사람의 깨끗하게 뒷물하는 행을 알고 물을 받는 법 . 씻는 법 . 재(灰)를 받는 법등을 알았으며 노래 부름을 듣고 길상(吉祥)과 성쇠(盛衰)하는 상을 알고 재앙을 덜고 화신과 대인(大人)과 하늘에게 제사하는 법을 모두 다 구비하여 통달하였다.
이미 스스로 다 배우고 나서 또 남에게 가르침이며 다른 이의 물건을 때에 따라 받고 다른 이에게 물건을 주는 것도 다 배워서 세간 가운데서 통달하지 않음이 없고 모르는 데가 없으며 지혜가 빠르고 민첩하여 영리하고 총명하며 변재가 능하고 교묘로운 재주가 많았다.
그 동자는 본성(本性)이 질박하고 정직하여 항상 세간을 싫어하며 욕락이 부정한 줄 알고 마음에 버리고 떠날 생각이 났다. 그는 옛날에 일찍 모든 불 . 세존을 보고 그 곁에서 모든 선근(善根)을 심고 모든 공덕을 닦아 이미 성취하고 모든 식상(食相)을 알고 마음으로 열반문을 향하고자 하여 항상 출가를 구하고 모든 번뇌를 버리고 일체 세간의 유위(有爲)를 받지 않고 일체 생 . 노 . 병 . 사를 받지 않았었다.
그는 과거로부터 수행하여 일체 모든 업에 얽힘이 없으며 이 지혜의 힘으로 인연하여 一생보처(生補處)의 지위가 익은 데 이르렀다.
그 때 필발라야나 동자의 부모는 그의 나이가 들어 점점 장성하여 세상 욕락을 받을 만한 때가 됨을 알고 곧 그에게 말하였다.
『필발라야나야, 나는 너를 위하여 며느리를 맞아 너를 섬기게 하고자 한다.』
이 말을 하자 그 동자는 부모에게 아뢰었다.
『아버지 어머니시여, 제 마음에는 장가 드는 것을 바라지 않사오며 제 생각에는 범행을 닦고자 하나이다.
그 때 그 부모는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이제 먼저 자식을 낳아서 대를 이은 뒤에 마음대로 범행을 닦으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서로 이어 전하는 말에 「만약 사람이 자식이 없고 뒤를 이을 수 없으면 그 사람은 마침내 천상에 날 수 없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그 동자는 대답하였다.
『아버지 어머니시여, 저는 이제 대를 이어 서로 전하는 것이 필요치 않사오며 또 다시 뒤를 이을 필요가 없읍니다. 저는 꼭 범행을 닦겠읍니다.』
그 때 그 부모는 이렇게 두 번 세 번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꼭 대를 물리도록 취처하라. 무슨 까닭이냐. 우리 집이 마침내 씨가 끊어질까 두렵노라.』
이 때 필발라야나 동자는 그 부모들이 두 번 세 번 번거롭게 이야기하므로 염부단금을 가지고 공장(工匠)에게 부탁하여 여자의 형상을 만들어 가지고 그 부모 곁에 나아가 그것을 내어 보이고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어머니시여, 저는 五욕락을 받기를 원하지 않사오며 오직 범행을 닦기가 소원입니다. 만약에 반드시 부모님께서 꼭 저에게 취처하여 대를 잇게 하신다면 반드시 이런 얼굴이 염부단 금상과 같은 여자를 찾아 주십시오.』
그 때 필발라야나 동자의 부모는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크게 근심스럽고 걱정이 되어 초연히 불안에 싸여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은 어디 가서 염부단 금상과 같은 처녀를 구할 수 있는가.」
그리고 니구로다 바라문은 다락 위에서 마음 속이 즐겁지 않아 묵연히 앉아 있었다.
이 때 그 집에 문사(門師)가 되어 항상 내왕하는 바라문이 한 사람 있었는데 마침 찾아왔다.
그 문사 바라문은 그 집에 들어오자 니구로다 바라문을 위하여 축원(祝願)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큰 시주(施主)시여, 원하건대 그대는 모든 전재(錢財)와 길상(吉祥)을 더하여 그리움이 없으소서. 처첩과 자손도 더욱 번창하소서.』
또 그 집 사람에게 물었다.
『너희 집 나으리는 지금 어데 있느냐.』
집 사람은 대답하였다.
『대바라문이여, 우리 나으리께서는 지금 다락 위에 계시나 걱정이 마음에 있어 즐겁지 않아 수심에 싸여 계십니다.』
문사 바라문은 니구로다 바라문 곁에 가서 말하였다.
『원하건대 대시주여, 가계(家計)가 불어서 전보다 어떠하오며 밤에 누울 때에 먹은 것이 잘 소화되며 또 밤마다 사랑하는 이와 쾌락을 받아 만족하시나이까.』
그러나 주인 바라문은 묵묵히 앉아 대답이 없었다.
그 문사 바라문은 또 물었다.
『그대는 지금 무엇 때문에 묵묵히 대답이 없읍니까. 나는 지금까지 그대와 어려서부터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하여 왔거늘 그대는 이제 어찌하여 나에게 말하지 않습니까.』
그 때 니구로다 바라문은 그 문사 바라문에게 자세히 그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나서 또 그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 지금 어데가서 이런 염부단 금색과 같은 형상의 처녀를 얻을 수 있읍니까.』
문사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그대 큰 시주 바라문이여, 걱정하지 말고 괴로워 마소서. 그대는 이미 나를 위하여 시주가 되어 내가 필요한 의식(衣食) 범절을 늘 당신에게 받았거니 내 이제 그대를 위하여 이런 염부단 금색의 처녀를 찾아 보리니 그대는 의심하지 마소서. 내가 꼭 찾겠읍니다. 다만 내가 필요한 길양식과 또 길동무가 필요하니 그대가 나에게 준다면 나는 그들과 같이 서로 따라가 四방으로 두루 찾겠읍니다.』
그 때 니구로다 바라문은 이런 말을 듣고 그 말대로 준비하여 주었다.
그래서 문사 바라문은 가지가지 자량(資糧)을 주는 것을 받아가지고는
곧 네 가지의 신명(神明) 일산을 만들어 가지가지로 장식하여 신명(神明)을 삼고 그 앞에서는 가지가지 음악을 지어 앞뒤로 둘러싸여 길을 떠났다. 혹 일산 밑에 금을 두드려 신명(神明)의 얼굴을 만들고 혹 은으로 만들고 혹 파리로 신명의 얼굴을 만들고 혹은 또 유리로 신명의 얼굴을 만들어 일산 셋은 따로 다른 곳으로 가게 하고 그 하나는 자기를 따르게 하면서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어느 마을이고 읍에 이르거든 널리 일체 마을 여자에게 말하라. 「이 신명에게 어느 여자가 능히 공양을 베풀 것인가 만약 공양을 하게 되면 그 여자의 마음에 원하는 대로 성취하리라」하고 그대들은 살펴보라. 그 여자들 가운데 만약 금색으로 된 여자가 있는 것을 보거든 그대들은 그 성명과 주소를 묻고 급속히 나한테로 돌아 오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길을 나누어 떠나갔다.
그 문사 바라문은 곧 스스로 일산 하나와 신명을 가지고 주머니 속에 넣은채 또 식량 도구를 들고 다른 지방으로 나아가 촌촌 부락부락이며 성 . 읍 . 왕궁 . 여염 . 거리등 들어가는 곳마다 음악을 지어 신명을 즐겁게 하였는데 모든 여자들은 그 음악을 듣고 모여들었으며 모이면 자세히 살폈다.
그 때 그는 주머니 속에서 신명을 내어 모든 여자들에게 보이며 이런 말을 하였다.
『그대 모든 처녀들은 각각 이 신명에게 공양하라. 만일 어떤 여자가 이 신명에게 공양하는 이가 있으면 그 여자의 마음에 원하는 대로 곧 성취하게 되리라.』
그 때 그 모든 처녀들은 곧 가지가지 바르는 향 . 가루 향 . 꽃다발 . 흐틀 꽃을 그 집에서 가지고 나와서 그 신명에게 공양하고자 하였다. 이런 방편으로 점점 가서 비야리성에 이르렀다.
이 때 그 비야리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마을이 있으니 가라비가(적황색 赤黃色)라 이름하였으며 그 마을 안에는 또 큰 부자의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을 가비라(황적 黃赤)라 불렀다.
그 가비라 바라문들은 부자로 재물이 많고 부리는 사람이 많으며 그 집은 마치 북방의 비사문 궁전과 한가지도 다름이 없었다.
그 바라문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는데 이름을 발다라가비리야(현색황녀 賢色黃女)라 불렀으며 그 여자는 매우 어여쁘고 단정하며 절묘하여 사람이 보기에 즐겁기 세상에 짝이 없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고 가느다랗지도 않고 희지도 검지도 않고 붉지도 푸르지도 않아 때마침 성년이 되어 천하의 옥녀보(玉女寶)가 될 만하였다.
마침 그 때 그 비야리성에는 명절날이 되어 연화(燃火)란 명절로서 五백의 처녀들이 함께 모였다.
그래서 발다라가비리야도 또한 그 모임에 참여하였었다.
일산과 신명을 가진 문사 바라문은 그 처녀들 곁에 나아가 주머니 속에서 신명을 내어 모든 처녀들에게 보이고 말하였다.
『너희 처녀들은 보라. 이것은 천신(天神)인데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다. 그대들은 각각 마땅히 공양하고 제사하라. 만약 어떤 여자든지 이 신명에게 공양하면 마음에 원하는 것을 성취하리라.』
그 때 그 모든 처녀들은 각각 가지가지 가루향 . 바르는향 . 꽃다발 . 흩을 꽃을 가지고 급히 그 신명 곁으로 좇아오며 「내가 이 하늘 신명에게 공양하리라」하였으며 오직 그 발다라가비리야만은 그 신명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으나 그 모든 동무 처녀들이 억지로 이끌고 그 신명의 곁으로 갔다. 그 곳에 이르자 그 처녀의 위광(威光)의 힘으로 그 염부단금으로 만든 여자의 형상은 곧 위광이 없어져 본색을 잃었다.
이 때 그 곳에 있던 발다라가비리야는 그 모든 처녀들 곁에서 힘을 내어 몸을 뿌리쳐 빠져 나오며 자기 집으로 향하여 달려가서 그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어머니시여, 원하건대 저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마소서.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저는 이제 남의 아내가 될 필요가 없읍니다. 제 마음에는 범행을 닦고자 하나이다.』
그 때 그 여자의 모든 형제들은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누나여 동생이여, 우리들은 참으로 그대와 잠시도 이별하고 싶지 않다마는 우리들이 만약 너를 시집 보내지 않는다면 도리(道理)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혹은 「이 여자의 형제들이 그에게 대하여 삿된 뜻이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출가시키기를 즐겨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니 이런 의심을 받을까 두렵다.』
그 때 그 여자의 형제들은 다시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너는 다만 걱정하지 말라. 우리들이 만약 너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한다면 마땅히 너를 위하여 많은 전재(錢財)를 요구하리라. 그 사람이 만약 많은 돈과 물건을 주선하지 못하면 너는 자연히 시집가지 않게 되리라.』
그리고 그 형제들은 어떤 사람이든지 그 여자를 구하는 이가 있으면 곧 이런 말을 하였다.
『어떤 사람이고 우리 자매를 구한다면, 다시 좋은 금을 여자의 크기와 같이 갖어오면 마땅히 주겠노라.』
이 때 그 곳에서 처녀를 구하던 문사 바라문으로 염부단금으로 만든 여자의 형상을 가지고 다니는 이는 그 발다라가비리야를 보고 나서 다른 여자에게 물었다.
『이 여자는 누구며 어느 집 딸인가.』
그 때 모든 여자들은 대답하였다.
『여기 가장 유명한 부자 바라문이 있는데 그 이름은 가비라요 이 여자는 그의 딸입니다.』
그 때 그 문사 바라문은 이 인연을 듣고 날이 저물어 황혼이 되었을 때 그 부자 바라문인 가비라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 집에 가서 하룻밤 기숙할 것을 빌자 그 집 사람은 그것을 허락하고 숙소를 빌려줬다.
문사 바라문은 기숙을 하고 그날 밤이 지나서 다음 날 이른 아침에 가비라 바라문의 처소에 나아가 그 앞에서 축원하였다.
『원하옵건대 인자 바라문의 집은 항상 승하고 번창하소서.』
이렇게 축원하고 나서 一면에 물러나 앉아 가비라 바라문은 문사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지난 밤에 편안히 쉬셨오.』
문사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저는 지난밤 매우 편안하고 쾌락하여 불편함이 없었나이다.』
이 때 그 집 딸 발다라가비리야는 새벽이 되어 잠이 깨자 부친 곁에 와서 그 부친의 발에 정례하고 一면에 물러나 섰다.
그 때 처녀를 구하는 손 바라문은 가비라에게 물었다.
『착하신 인자여, 이 처녀는 누구입니까.』
가비라는 대답하였다.
『저의 딸이올시다.』
문사 바라문은 또 물었다.
『인자여, 이 처녀는 혼처를 정하였읍니까.』
가리라는 또 대답하였다.
『아직도 다른 곳에 주기로 허락한 데 없읍니다.』
그 때 문사 바라문은 곧 주인 가비라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마가다국에 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은 마하사타라라고 하오며 그 마을 안에 한 촌이 있으니 역시 마하사타라라 이름하며 그 안에 한 바라문이 있으니 이름이 니구로다갈파라 그는 큰 부자로 재물이 풍족하고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름을 필발라야나 마나바라고 합니다. 이 마나바는 모든 뜻을 스스로 알며 또 남에게 가르치나이다. 三베다론을 다 통달하고 또 一사(事)十명(明)론 . 니건주서론 . 왕사(往事)五명(明)론등이며 一구(句) 반구며 一게(偈)반게도 다 능히 분별하고 수기(授記) . 세변(世辯)등 六十四종론과 대장부의 모든 상을 알고 일체 기예도 부족함이 없읍니다.』
그리고 또 문사 바라문은 다시 주인에게 말하였다.
『이제 인자에게 권하나이다. 이 따님을 그 마나바에게 주어 처를 삼게 하소서.』
그 때 가비라 바라문과 그 자녀들은 문사 바라문에게 대답하였다.
『대바라문이여, 이 딸을 출가시킨다면 많은 전재(錢財)를 내야 하는데 누가 데려갈 수 있읍니까.』
문사 바라문은 또 물었다.
『얼마나 많은 재물을 요구합니까.』
그들은 대답하였다.
『이 처녀의 몸만큼의 금(金)을 요구합니다.』
그 때 문사 바라문은 자루에서 염부단금의 여상(女像)을 내어 그 부모와 처녀의 형제들에게 보이고 이런 말을 하였다.
『이 염부단금의 형상이 응당 이 처녀에게 알맞을 것이니 그대들은 받아서 이 처녀에게 주시오.』
그 때 그 처녀의 부모와 형제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아마 그곳 사람들이 우리 딸이 이렇게 단정함을 듣고 많은 염부단금을 모아서 처녀의 모양만큼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만약 이 염부단금의 형상만 받고 그 집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지도 않고 또 그 나라의 예의범절이 높고 낮음도 모르니까 우리 딸이 그 집에 출가하였다가 마침내 고통을 받게 될지 모른다. 이제 밀사(密使)를 보내어 가만히 그 집을 보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그 문사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착한 사명(使命)의 인자 바라문이여, 나는 이제 사람을 보내어 그 집 법도가 어떤지 보고난 뒤에 딸을 출가 시킬 것을 생각하여 보겠읍니다.』
그 때 문사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마음대로 하소서.』
그리고 문사 바라문은 주인을 하직하고 본국으로 돌아와 니구로다갈파 바라문집에 이르러 말하였다.
『착하고 훌륭한 인자 대바라문이여, 마음에 크게 기뻐하소서. 내 그 염부단 금색의 형상과 같은 여인을 구하였읍니다. 그는 매우 단정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으며 여러 사람이 즐겨 볼 만합니다.』
그 때 니구로다 바라문은 문사 바라문에게 물었다.
『대바라문이여, 인자는 어느 곳에서 그런 처녀를 얻었읍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그 처녀는, 비야리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비라라는 마을이 있고 그 안에 장자 바라문이 있는데, 또한 이름을 가비라라 하옵고 그 가비라 바라문에게 딸이 있으니, 이름을 발다라가비리야라고 하나이다.』
그 때 필발라야나의 부모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 온몸에 두루하여 스스로 이기지 못하였다.
그리고 니구로다갈파 바라문은 곧 자리 마을과 연접해서 비리야성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 반 유순 지점마다 한떼 소와 아울러 객사를 지어놓고 처처에 배치시켰다.
그 때 니구로다 바라문은 그 소 먹이는 사람에게 이렇게 일렀다.
『너희들은 각각 이렇게 준비하라. 만약 어떤 사람이고 비리야성에서 이리 오는 사람이면 그들이 필요한 모든 물건으로 너희들은 그 사람들을 영접하여 공양해 받들고 모자람이 없게 하라.』
이때 발다라가비리야 여자의 형제들은 그 집에서 나와 마가다국 왕사성으로 길을 떠났다.
그들은 처음으로 첫째 소치는 목장에 당도하자 그 곳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고 맞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십시요, 당신들은 어느 곳에서 여기까지 멀리 왔습니까.』
곧 객사(客舍)에 인도하고 모든 향탕으로 목욕하게 한뒤 또 가지가지 향을 몸에 바르게 하고 가지가지 값진 옷을 입게 하고 또 가지가지 좋은 향화를 꽃다발로 만들어 머리 위에 얹어준 뒤에 다시 가지가지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운 음식을 마음대로 배부르게 먹게 하였다.
그리고 나서 말하였다.
『여기는 곧 우리들의 소치는 목장이오나 가히 하룻밤 머무시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마음대로 가소서.』
그 때 그 나그네들은 물었다.
『이것은 누구의 목장입니까.』
목장사람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니구로다갈파 부자 바라문의 목장입니다. 그러므로 당신네들의 여행을 위하여 세운 것입니다. 당신들이 오다가 피곤하고 기갈이 심해도 필요한 것을 얻기 어려울까 염려한 것입니다.』
그 나그네들은 하룻밤을 편히 자고 다음날 떠났다. 이런 차례로 제二 목장을 만나고 이렇게 제三 . 제四 . 제五 . 제六 . 제七 목장에서도 여전히 꼭 같이 나와 영접하고 또 같은 말을 하였다.
『당신들 어진 이는 어느 먼 곳에서 오셨읍니까. 하룻밤 쉬어 편안히 자고 다음날 마음대로 가소서.』
그 때 발다라가비리야 형제들은 목장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와 같은 목장이 얼마나 있읍니까.』
목장 사람은 대답하였다.
『저 마하사다라 마을에서 비야리성에 이르기까지 평균 반 유순 사이에 목장이 하나씩 있읍니다.』
그 때 발다라가비리야 여자의 형제들은 함께 이런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 사람의 목장만도 이렇게 많거든 그 밖의 재물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이만 본가에 돌아가자. 그리고 우리들의 자매를 그 집에 출가시켜 자부를 삼게 하리라.』
그들은 곧 사람을 보내어 니구로다 바라문에게 일러 말하였다.
『당신들은 와서 우리 자매를 데려다 당신의 신부를 삼으소서.』
이 말을 하고 거기서 도로 돌아 갔다.
이 때 필발라야나 마나바는 심부름 간 사람에게서 뜻에 맞는 여자를 얻은 것을 듣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응당 스스로 가서 그 여자를 보리라. 정말 그렇게 덕행과 지혜가 있는지 어떤지.」
그리고 곧 부모곁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아버지 어머니시여, 제 마음은 참으로 五욕락이 필요치 않고 범행을 닦기 소원입니다. 어른들께서 이제 저의 배필을 정하셨다 하오니 저는 스스로 거기 가서 차례로 걸식하면서 그 여자가 참으로 심부름 하는 사람의 말과 같은 지를 보고 오겠읍니다.』
그 때 그 부모는 곧 아들에게 일렀다.
『네 마음대로 가 보고 오라.』
그 때 그 동자는 곧 집을 떠나 차례로 걸식하면서 점점 가라비가촌에 이르렀다.
이 때 그 나라에서는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걸식하러오면 처녀가 손수 음식을 가지고 나아와 그 사람에게 주는 법이 있었다.
그 때 발다라 처녀는 곧 그 집에서 스스로 음식을 가지고 나와서 그 나그네인 필발라야나 마나바 손에 주었다.
그 때 필발라야나는 그 처녀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결정코 이 여자가 바로 그로구나.』
이 때 그 여자는 자기 손수 그 마나바에게 음식을 주고 나서 정례하고 一면에 물러나 멈춰 섰다.
그 때 마나바는 그 여자에게 물었다.
『인자 착한 아가씨여, 시집갈 곳이 있읍니까.』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인자 마나바여, 마가다국에 마하사다라는 촌락이 있고 그 마을에 니구로다 갈파라는 부자 바라문이 있으며 그이의 아들을 필발라야나라 부르는데 저의 부모께서 그에게 주어 처가 되도록 정하였다 하옵니다.』
그 때 필발라야나는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착한 아가씨여, 내 듣건대 그 마나바는 마음 속으로 五욕락을 행하기를 싫어하고 범행을 닦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곧 대답하였다.
『대바라문이여, 저는 이제 그런 말을 들으니 크게 기쁩니다. 저도 또한 五욕락이 싫고 범행을 닦는 것이 소원입니다. 오늘 남에게 허락함은 이것은 부모의 뜻이요, 나는 참으로 세상 사람들과 같이 굳이 그의 처가 되고 싶지 않읍니다.』
그 때 필발라야나는 이 말을 듣고 그 여자에게 물었다.
『그대 착한 아가씨여, 그대는 일찍 필발라야나 마나바를 본 적이 있읍니까.』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착한 마나바여, 나는 아직 보지 못하였읍니다.』
그 때 마나바는 거듭 다시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착한 아가씨여, 곧 내가 그 필발라야나 마나바입니다. 나도 실은 五욕을 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나는 지금 마음 속으로 범행을 행하기가 소원입니다. 이 사실은 나의 부모와 권속들의 뜻이요 사실인즉 부모님께서 나에게 그대를 취하여 처를 삼으라고 강요한 것입니다.』
발다라가비리야는 이 말을 듣고 그 마나바에게 말하였다.
『착하도소이다. 인자 대바라문이여, 나는 당신 말씀을 듣고 매우 크게 기쁘옵니다. 당신이 꼭 세상 五욕이 필요치 않다면 이제 오래 기다리지 말고 속히 나를 데려가서 저 범행이 없는 세간 사람이 나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소서.』
이 때 필발라야나는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그 곳에서 곧 본가로 돌아와 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아버지 어머니시여, 저는 참으로 세상 五욕을 행하고 싶지 않고 범행을 닦기가 소원입니다. 양친께서 저를 위하여 그 여자를 데려오게 하소서.』
이 때 필발라야나의 부모는 곧 가비라가 바라문과 함께 언약을 맺고 재물을 건네고 요구하는데 따라 가지가지 음식과 값진 영락과 묘한 보배옷들을 준비하여 길상하고 복된 날을 가려서 많은 재보를 가지고 그 곳에 가서 발다라가비리야의 딸을 맞아다가 아들에게 주어 아내를 삼게 하고 집안에 맞아 들이어 한 방안에 침상 두개를 놓아 주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한 방안에서 각각 몸과 마음을 단속하여 서로 물들이고 부딪치지 않았다.
그 때 필발라야나의 부모는 이 사실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 두 사람이 같은 방 안에 있으면서 서로 물들어 부딪치지 않으니 이 일이 어찌 된 노릇이냐. 곧 다시 방편으로 한 침상을 들어내고 한 침상만 남겨 두어 그들이 이미 같이 자게 되면 자연히 서로 합할 것이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오히려 서로 부딪치지 않고 만약 필발라야나가 잠을 자면 발다라가 여자는 곧 일어나 거닐고 만약 발다라가 여자가 누워 잠자면 필발라야나가 곧 다시 거닐면서 이렇게 서로 번갈아 몇해가 지나도록 마침내 동침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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