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제한 위반…“입주민 이익 해하는 행위 아니다”
최저가 낙찰 위반…“위탁관리 수수료는 최저가”
수의계약 체결…“법률상 제한적 허용 근거 없어”
아파트 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 선정과정에서 관련 지침의 일부를 위반하고,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한 뒤 2회 유찰되자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어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재판장 고영구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시 서초구 L아파트 입주민 C씨가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계약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입주민 C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법 시행령 제52조에서는 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해 공동주택을 관리키로 결정하는 경우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시하는 경쟁입찰의 방식으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서는 경쟁입찰을 일반·제한·지명경쟁입찰 등 3종류로 구분하면서 대표회의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업자 선정지침 제12조는 2회 유찰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요건으로써 유찰돼야 할 경쟁입찰의 종류를 제한하고 있지 않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 일반경쟁입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석할 법률상 근거가 없으며, 나아가 제12조를 위반한다고 해 입찰이 무효가 된다고 인정할 근거 규정도 없다.”며 “특히 국토해양부의 유권해석이 법원을 기속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 대표회의가 제한경쟁입찰방식으로 관리업체를 선정하기로 했으나 참가업체 수가 미달해 결국 제한경쟁입찰에 참가한 회사들 중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제한경쟁입찰방식을 다시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변경한 후에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돼 절차적인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업자 선정지침에서 경쟁입찰방식과 관련해 대표회의에 선택권을 부여한 취지를 고려했을 때 피고 대표회의의 이같은 수의계약 체결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익을 해한다는 고의를 갖고 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참가업체 수에 미달한 경위 등으로 A사를 주택관리업자로 선정한 것이 사업자 선정지침 제12조를 위반해 무효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사업자 선정지침은 주택관리업자 선정과정의 투명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므로 투명성과 공정성이 지켜졌다면 선정지침의 개별조항보다는 사적계약 주체인 해당 아파트측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입찰참가 업체에 지역제한을 둠으로써 일부 업체들의 영업활동 기회가 축소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주택관리업자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수 없는 점, 이 아파트 소재지가 서울 서초구인 점을 고려했을 때 서울이나 경기지역의 주택관리업자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이 특별히 입주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택관리업자는 영업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사업자 선정지침 제9조 제3항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주택관리업자 선정행위가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A사는 입찰 참가업체 3개사 중 두 번째로 낮은 가액으로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는 최저낙찰제를 위반해 위법하다.”는 원고 C씨의 주장에 대해 “B사의 입찰가액이 가장 낮기는 하나 위탁관리 수수료는 A사가 더 저가이고, B사는 사용인감계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입찰서에 미등록 인감을 날인했을 뿐만 아니라 피고 대표회의에 의사결정의 자율권이 있으므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함에 있어 해당 업체의 ▲규모 ▲신뢰도 ▲관리능력 ▲재무구조 ▲입찰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선정지침과 다소 다른 방식으로 관리업체를 선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C씨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관리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제한경쟁입찰 방법으로 하고, 서울·경기지역의 업체로 입찰참가를 제한해 2차 공고까지 했으나 3개 업체만 참가로 유찰돼 지난해 9월 동일한 조건으로 3차 공고를 했다.
하지만 대표회의는 3차 공고의 입찰참가기간 마감일에 다시 3개 업체만 참가해 다시 유찰될 상황에 놓이자 3개 업체 중 2번째로 낮은 입찰가액을 제시한 A사를 우선 선정대상으로 결정, 지난해 10월 A사와 1년간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입주민 C씨는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했으므로 이 입찰계약은 무효”라며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