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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3. 24 날씨: 아침에는 개였으나 비가 내리다 다시 맑음.
미륵산 시산제 떠나는날....
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살폈다...
어젯밤까지 내리던 비가 뚝 그치고 날이 상큼하게 개였다...
평택역으로 나서는데.....
버스가 도착했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10 여분의 시간이 더 남았는데...
여유있던 발걸음이 다급해져 달려갔다....
정말 버스는 도착해있었고.... 산우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행여나 버스가 출발할까 노심초사 했으나 기우였다.
버스는 산우님을 기다리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문예회관을 향해 출발했다..
문예회관 앞에는 버스3대가 나란히 정차되어 있었다....
여기서 산우님들이 일행들을 찾아 옮겨 타느라 대이동이 시작되니
다소 소란스럽기 까지 하다...
늦잠을 잤다는 산우님들은 택시로 달려오느라 연실 버스에 타고있는 산우님들과
숨가쁜 통화가 계속된다.
그렇게 숨가쁘게, 소란스럽게 인원점검을 끝내고, 7시10분 버스는 문예회관을 출발했다...
말끔하게 개였던 하늘이 흐려지더니 버스가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빗방울이 떨어진다....
일기예보가 빗나간 것인가....
분명 어제까지만 비가 오고 오늘은 날씨가 맑을 것이라고 했는데....
한참을 달렸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 졌다를 반복하더니....
아침식사를 위해 휴게소에 도착했을때는 공교롭게도 빗줄기가 멈추어섰다....
오늘 시산제를 지낼 산우님들의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켰나 보다....
오늘은 정말로 운이 좋은 날인가 보다..
여느때처럼...
휴게소 가장자리에 버스가 자리를 잡고....
이때부터 임원님들 봉사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한순희 상무님...옹달샘님.. 이계숙님...정자님.... 배식하는 손놀림이 이젠 달인이다...
늘 아침 식사를 할때마다 이분들께 미안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교차한다...
언젠가 먹었던....
맑은 배추된장국.... 담백한 겉절이 김치....
언제 먹어도 그 맛은 일품이고, 입맛을 감칠맛나게 돋구어 낸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채 10분이 지나지 않았는데....소나기가 쏟아진다...
참으로 신기하다. 아슬아슬하게 비를 피해간다. 이런 것을 두고 "천우신조" 라고 하는걸까...
지난해 주왕산 가던날....
아침에 비가 쏟아져 우산을 쓴채로 쪼그려앉아 식사를 했던 악몽이 새삼 기억이 난다...
정말로 오늘은 하늘이 우리를 돕고 있다는 확신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렇게 우리가 탄 버스는 빗속을 달려 질주를 계속해 나갔다....
여산휴게소 한 군데를 더 들려 우리 버스는 미륵산을 향해 달려가는데....
목적지 가까워 올수록 빗줄기가 더 굵어 진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옹달샘님....
오늘은 비가 오지 않을거란 일기예보만 믿고 우산도, 우의도.....
준비 하지 않았다고 안절부절 조바심을 낸다....
그러면서 내 배낭에 꽂혀있는 우산이 부러운 듯... 힐끔힐끔 계속 눈길을 보낸다....
괜스레 옆자리 앉아 있는 내가 부담스럽다.
그때부터 조그만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나는 남자가 아니던가...
"그래~" 과감히 용기를 내어 우산을 꺼내주고... 오늘 하루 멋있는 "흑기사"가 되어볼까....
그러다가 창밖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쳐다보고는.......
" 흑기사도 좋긴 하지만.... 저 폭우속에 어찌 우중산행을 한단 말인가... "
갑자기 지난해 주왕산 우중산행의 악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이렇게 소심한 갈등은 계속되었다...
마침내 버스가 목적지 미륵사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천지조화란 말인가....
차에서 내리니 하늘은 맑게 개여있었고 늬엿늬엿 햇살까지 비춘다....
지금까지 괜한 갈등에 조바심을 냈던 내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헛 웃음을 지어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청명하다... 파아란 하늘에 꽃구름이 둥둥 떠 있다.
아내가 내게 붙여준 "소심한 오형"이라는 별명이 떠오른다....
내 분명 혈액형은 오형인데... 이리도 소심할까...
그 소심함 때문에 오늘 잔다르크 보다 더 매력있는 "흑기사"가 될수있는
기회를 놓쳐 아쉽다.
생색한번 제대로 낼수 있었을텐데...ㅋㅋ
높다랗게 파아란 하늘이 열려 가을하늘 보다 더 청명하다.
그 맑은 하늘아래 우뚝솟아 있는 미륵산의 자태가 또렷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산 기슭에 광야처럼 미륵사지가 웅장하게 펼쳐있다....
"미륵사지?.... "
"미륵사"는 무엇이고, "미륵사지"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 의미를 여기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미륵사”란 사찰이 있었던 "절터"라는 것을...
얼핏 보아도 수 만평은 넘어 보인다...
이 엄청난 절터의 흔적만으로도 "미륵사"의 사찰규모를 짐작해 내기에 충분하다...
당시에 동양 최대의 사찰이었다는 명성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지금은 복원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가 보다..
멀리 눈에 들어오는 오른쪽의 석탑하나는 완성이 된 듯 보이고....
왼편에 공장건물 처럼 보이는 가건물 안에서는 또 하나의 석탑을 복원 중인 듯 하다.
< 우뚝선 미륵산 아래에 수만평의 미륵사지.... 오른편 석탑과 왼편의 또하나의 석탑을 복원중인 가건물이 보입니다... >
미륵사지 정면에 시제를 위한 상차림이 이어졌다....
미륵사지 너머 우뚝솟은 미륵산이 똑바로 올려다 보인다.
미륵산의 영험한 산의 정기가 그대로 내려와 시산제의 효력이 열배로 배가 될듯하다.
따라서 올 한해는 무사안전 산행은 당근이고, 우산을 뒤집어 쓰고
식사를 하는 일 또한 없을 듯하다.
상위에는 조(대추), 율(밤), 시(감), 이(배), 사과 순으로 맨앞 열에 과일이 배열되었고...
그 다음 줄에 정성스레 준비한 돼지머리... 맨 끝줄에 시루떡이 넓다랗게 자리를 잡았다...
산악인의 자세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사명이라고 해야할까..
이같은 헌장을 낭독, 선서를 하고나서...앞서간 산악인에 대한 묵념으로 순서를 이어나갔다..
그리고는 성동신협산악회 회장님이 앞에 나아가 산신앞에 술잔을 올린다음
무릎꿇고 그 앞에 엄숙히 앉았다....
그리고 함께간 일행 모두가 그 뒤에서서 머리를 숙였다...
분위기가 숙연해지더니 김인수 부회장님 께서 축문을 읽어 내려갔다....
축문낭독이 끝나고 개별적으로 또는 삼삼오오 순서대로 나누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며 일년내내 산행에 무탈과 안전을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원했다...
많은 사람들의 배례가 이어졌고 나는 마지막으로 소심남님 스쿠버님과 함께 자리에 섰다...
내가 그 상앞에 섰을때는 이미 돼지는 많은 봉투를 입에 물고 있었다.
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입가에 큰 미소를 가득담은 돼지의 표정이 어찌나 익살스러운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면서 배례를 하고나서 도망치듯 뒤돌아 빠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 무사안전 산행을 기원하고 염원을 빌었다는 믿음에
스스로 위로가 된다....
배례가 끝나고 간단하게 음복(제사에 쓰여진술을 마시는것)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음복술을 마시면 복이오고 일년내내 화를 면하게 해준다는 속설이 있어
우리 조상들은 이술을 두고 서로 먹으려고 싸움까지 했다는 설화가 있다고도 한다..
아마도 이는 술이 넉넉하지 못했던 시대의 아픔이기도 하다..
시산제가 끝나고 삼삼오로 무리를 지어 일제히 산행을 시작한다..
평탄하게 잘 포장된 콘크리트길을 100 여미터 올라가다가
왼편으로 등산길이 나있어 몇걸음 오르다보니 이내 대나무 숲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대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니 이국적 정취가 묻어나 아마죤의 정글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대나무 숲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 다음엔... 잘 다듬어진 노송이 우거진 숲속 길을 걷는다....
그리고 작은 갈대 숲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지나가는 길에 다양한 생태계가 분포 되어있는 숲길을 건너갔다......
숲으로 이어진 길이 끝나더니...
여러갈래 등산길이 나타난다. 잠시의 방황이 이어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친절하게도 산악회 임원님들이 이정표를 종이에 그려 땅바닥에 놓아두고
그 위에 돌멩이를 주어다가 눌러 놓았다...
이정표를 따라 산길을 오르는데... 여러갈래 갈림길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높지않은 산에다가 등산길마저 평탄하고 완만해서인지....등산길이 따로 없는 듯 하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정상만 오르면 되는 듯 물어볼 필요도.... 찾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일까....
앞서가는 사람들이 취향대로 길을 선택해 일제히 흩어졋다가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며 이어지는 산행길이 사뭇 이색적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깔닥고개는 있다....
깔딱고개는 생각보다 무척 가파르지만 다행히 그리 길지는 않았다....
산이 낮다고는 해도 있을 건 다 있는 듯 하다....
깔닥고개를 올라서서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
청명한 하늘이 시야에 들어온다...
드디어 정상이다.
산의 규모에 비해 정상의 공터는 의외로 넓었다....
넓은 공터 한가운데 누군가 공들여 쌓아놓은 돌탑이 우뚝 솟아있고....
그 꼭대기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정상에 오르니 벌써 많은 산우님들이 올라와 있었다...
돌탑을 둘러싸고 인증샷을 찍기에 분주하고....
벌써 한쪽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만찬을 즐기시는 분들.....
이곳 저곳 한컷이라도 놓칠새라 카메라를 들이대시는 분들....
온통 정상에서의 희열를 맘껏 분출하는 분위기다....
그 유명한 "이봉주길" 그룹을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달 산행후기를 쓰면서 이 모임을 소개했던 글을 읽으셨는지....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 주신다....
그런데 이 분들은 이미 나를 알고 있었던 눈치시다.....
그리고는 "이봉주길" 모임이 신협산악회 오기 이전부터
오래전에 구성된 모임이라고 나의 궁금증까지 풀어 주신다....
그러고 보니 이 작은 정상에 온통 우리 성동신협 산우님들만 한 가득이다...
물론 몇몇 낮선이들이 간혹 보이긴 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행색으로 보아 등산객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산책을 나온 듯한 이곳 지방 원주민으로 보인다.
높지않은 아담한 산에 버스3대 가득 실어온 산우님들을 풀어 놓으니 그럴만도 하지 않겠는가....
산이 높지 않다고 해서 조망이 결코 나쁜건 아니다.... 그 어느 산 보다 매우 뛰어나다....
사방을 둘러보니 주변에 이보다 높은 산이 없다.
광활한 평야 한가운데 혼자 우뚝 솟아 있어 산 아래서 올려다 보기에는 무척 높아 보였다.
마치 일본의 후지산을 연상케도 한다.
시가지도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논과 밭 경작지도 적당히 구색을 맞추어 펼쳐있다.....
뒤로 돌아서면 소박한 저수지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 수면의 형태가 어쩌면 우리나라 한반도 지도와 똑같을까.....
내려다 볼수록 정겹고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저수지... 한반도 지도와 모양이 너무 흡사해서 신기하고 정감이 갔습니다.... >
전망이 뛰어난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고는
한없이 펼쳐진 평야의 절경에 빠져 들어간다..
눈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사방으로, 시야가 닿지 않을 만큼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
아... 여기가 계백장군이 마지막 전투를 벌였다는 황산벌이 아닐까....
이 평탄한 벌판에서 오천의 군사로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 오만의 군사를 상대로
전투를 벌였으니 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평지전투는 숨을 곳도 없고 매복할 곳도 없으니 전략도 전술도 무용지물이다..
오직 군사들의 사기와 용맹, 그 중 무엇보다 군사의 숫자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천하의 "계백"이라 한들 10 배가 넘는 군사와 싸워 어찌 이길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황산벌 전투에서 네 번을 싸워 네 번을 이겼다니...
신라의 영웅 김유신장군도 겁을 냈다고 하니 그도 그럴만 하지 않겠는가...
이에 신라 군사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신라 김유신 장군이 어린 관창을 홀로 계백에게 보내어 전투를 청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어린 관창이 계백에게 객기를 부린셈이 아닌가...
계백이 관창을 포로로 잡고 보니 하도 나이가 어려 풀어 주고 돌려 보냈는데..
신라군이 관창을 다시 계백한테 보내어 전투를 청하게 하니 할수없이 목을 베었다고 한다.
어린관창이 홀로 전장에 나가 죽는것을 지켜본 신라 군사들이 크게 부끄러워하며
이에 자극을 받아 죽기살기로 총공세를 펼치고 들어오니...
계백은 턱없이 적은 군사로 막아내지 못하고 방어선이 무너졌다고 한다.
어렸을 적 교과서에서 신라화랑 관창의 무용담을 배울때는 많은 감동을 받기도 했는데...
오늘 여기 앉아 황량한 벌판을 내려다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시각으로 본다면 나이 어린 관창이 결국은 “자살특공대”로 이용된 셈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당시에도 자살특공대가 있었던 셈이다...
어린 소년에게 화랑정신을 들먹이고 부추겨 자살특공대로 내몰았던
김유신의 비정하고 야비한 전술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왜 일까...
하지만 그것도 신라를 구하기위한 궁여지책의 전술이라고 변명한다면
비난만 할수도 없을 듯하다....
결국 전쟁은 이기는게 목적이 아니던가..
그렇게 한없이 넋이 나간채 상념에 젖어 들어 앉아 있는데...
한순희 상무님이 다가오더니 내손을 끌고 잡아당겨 데리고 가더니
막걸리 한잔을 가득 따라주신다...
참으로 고맙고 친절하신 분이다... 좋은일을 하셨으니 복을 많이 받으실게다...
아마도 그날 로또를 사셨다면 대박이 나셨을 듯 하다...ㅋㅋ
거기에는 삶은계란, 오렌지, 족발, 쏘세지..등등~~ 수북하다.
참~ 대체 등산을 하러 온건지... 파티를 하러 온건지....
나는 오늘 왜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게 많은지 모르겠다...ㅋㅋㅋ
그렇게 정상에서 만찬을 즐기는데...
지난달 치악산 산행갈 때 버스에서 옆자리에 함께 앉았던 미모의 시인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더니 나를 알아보시고 반겨주신다...
그런데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내게 건네주신다..
지난달 버스에서 시를 쓰다가 마무리 짓지 못했던 시를 완성했으니 평가 해달란다..
그리고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했는데 제목을 달아 달라고....
그때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서산으로 기울어지는 석양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시를 한번 써보라고 제안한적 있었다..
물론 그날 즉석에서 수첩을 꺼내 줄줄 써내려 갔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이제서야 완성이 되었다고 내게 보여줄려고 갖고 오신거란다.
참~ 난감한 일 아닌가.... 내가 무슨 시를 안다고.... 아무리 거절해도 소용이 없다.
시를 몇 번이고 읽어 내려가도 둔탁한 내 감성으로는 필이 안온다..
역시 시는 내영역도 아니고....
"시" 라는 것이 나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하산길도 순조롭기는 마찬가지다..
산이 높지도 않으면서 험하지 않으니 등산길도 수갈래더니, 하산길도 수갈래다...
앞서가는 산우님들도 하산길이 모두가 제 각각이다...
허기는 어디로 내려가든 목적지가 지척이니 무엇을 탓하겠는가....
개성대로 취향대로 가는길은 그저 나그네의 발 끝에 달려 있는것을...
주차장까지 거의 다 내려오니... 광활한 미륵사지가 나타난다
지금은 허허 벌판에 동쪽 석탑하나만 우뚝 솟아 있어 황량스럽기 까지 하다.
서쪽의 석탑은 지금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석탑 가까이 다가 가보니 잘 다듬어진 석조물로 축조 되어있는 것이
현대식 조형물 이미지가 너무 강해 정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9층석탑의 규모가 어찌나 큰지 바로 아래서는 높이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얼핏 보아도 그 높이가 5층빌딩을 능가하고도 남을 듯 하다..
유물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중 “미륵사”의 규모를 한눈에 알수있는 조감도와 모형도에 관심이 끌린다..
조감도를 들여다 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동쪽과 서쪽의 석탑 사이에 웅장한 목탑이 하나 더 존재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높이가 무려 석탑의 두배가 넘어 보여 복원된다면 10층빌딩 높이가
훨씬 넘을 듯 하다.
동탑과 서탑의 한가운데 목탑의 규모가 어찌나 크고 웅장한지....
그 뒤편의 부처를 모셨다던 “금당”이 초라하고 왜소해 보이기 까지 하다.
당시의 건출기술로 그렇게 크고 높은 목조건축물을 축조해 낼수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 복원작업을 시도하는 미륵사 모형도와 조감도... 동탑과 서탑 사이 웅장한 목탑의 규모가 놀랍습니다... >
밖으로 나오니 친숙한 문화재 하나가 나를 반긴다....
두 개의 돌기둥이 우뚝 솟아있는 “당간지주“이다.
돌기둥 안쪽에는 서로 마주보는 높이에 구멍이 나있어 당간이라고 하는 장대를
이 구멍에 서로 연결하고 여기에 깃발을 달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이는 사찰의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고 행사나 의식을 행할때는 한가운데 깃발을 달아
축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내 어린시절 우리집은 홍천강 기슭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몇 발작 나가면 바로 강가이고, 바로 그 강가에 이 당간지주가 있었다.
무엇에 쓰이는 용도인지 알지도 못한채 이 당간지주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기어오르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고...
해가지면 시골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했다.
그런데 자라면서 이 용도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어른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제각각이다...
홍천강은 한강의 상류지역이라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던 시절에는 원목을
서울까지 운반하기 위해 뗏목이 성행했었다고 한다...
그 당시 뗏목꾼들이 뗏목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이 지주에 붙잡아 매놓고
쉬어가던 곳이라고 하기도하고...
어떤이는 사형수를 매달아 처형하는 장소라고도 하고....
그러나 끝내 의문을 풀지 못한채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을 넘기던 어느날 한통의 우편물이 날아 들었다..
우리 시골집이 문화재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재산권행사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 황당한 소식을 접하고 문화재청을 찾아가서야 보물급 “당간지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실제로 뗏목꾼들이 쉬어가는 장소로도 이용된적이 있었고....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가를 공개 처형하는 장소로 남용되었던 적도 있었다는 걸
향토자료를 뒤적이다 알게 되었다...
이 당간지주를 대하면서 고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 동심이 발동한다..
< 사찰의 영역을 상징하기도 하고 , 사찰의 행사나 의식을 알리는데 사용되었던 당간지주... >
미륵사지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버스 앞쪽 한 정자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옹달샘님 친구분 내외가 가져온 고로쇠물을 나누어 마시고 있었다.
얼른 한컵을 받아들고 넙죽 들이키니 달지 않으면서 맛이 참 깔끔하고 담백해서 좋았다...
그러는 동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뒤풀이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중이다..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식당으로 달려갔다.
이미 식당 방안에는 산우님들이 한 가득이다...
나도 주방옆 마루바닥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큰한 두부찌개... 가지런하고 깔끔한 산나물무침... 제육볶음.....
가장 내 눈길을 붙잡고 있는 홍어 무침..... 그 맛이 얼큰매콤 일품이다...
그 홍어 무침이 소주잔을 자꾸만 끌어 당겨 곤혹스러웠다..ㅋㅋ
맨구석 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앞자리에 옹달샘님... 그리고 친구분... 내 옆자리는 이계숙님....
앉다보니 꽃밭에 앉은 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꽃이 있는 곳에 어찌 나비가 날아 들지 않겠는가...
옆을 지나는 나그네마다 모여들고 그때마다 소주잔이 건네지고
연실 "위하여~" 를 외쳐대니 덩달아 취기가 올라 인사불성이 되기 십상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인사불성이 되기 직전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버스에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잠에 빠져 들었다...
내가 눈을 떴을때는 버스가 이미 문예회관앞에 도착해 있을때 였다...
한잠을 곤하게 푹~ 자고 일어난 탓인지... 머리가 개운하고 기분이 상큼해졌다....
버스에서 내리는 내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워서 좋았다....
오늘의 시산제를 위해서....
뜻깊은 산행을 위해서 늘 수고 해주시는 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함께해주신 모든 산우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꾸 벅~ ^^
2012. 3. 31.
성공나라
.....................................................................................................
돌아오는 길에 카메라를 분실하여 더 많은 자료사진을 올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ㅋㅋ
산행후기 본문의 이해를 돕기위해 부득히 산우님들의 사진을 몇장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점 양지하여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꾸 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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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륵산 산행후기 잘읽고 갑니다
복권
더불어 역사공부도 재미나구요
진작 말씀하시지요
다음산행때 막걸리 따라드리고 복권사겠습니다
네..다음산행때 꼭복권사세요... 근데 미륵산 정기가 더효험이 있을듯싶은데...ㅋㅋ
이제야 산행후기가 올라왔군요...
항상 느끼는바이지만 다시한번 산행때를 회상하곤한답니다.
항상 고맙고 더욱 힘을 보태주는것같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립니다...근데 카메라를 어떻게...작년 물놀이 생각이나는군요...카메라가 빨리집으로 돌아오길바랍니다.
회장님.. 시산제 준비하느라 고생많이 하셨는데 인사도 못드렸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그카메라가 젤
오래 쓴겁니다... 다시 장만해야죠..ㅋㅋ
항상산행후기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성공나라님은 수필작가하셔야 될것같애요입니다요멋진 산행후기 ㅡㅡ 감사드립니다ㅡㅡ
그날들이 하나 하나 그려지네요``
30년만에 만난 동창부부들과 뜻깊은 산행 넘 행복했었답니다ㅡㅡ여러분들이 챙겨주워 더 감사드리구요
저는 디카찾아는줄알았는데 넘 아쉽네요,,,
멋진산행후기 쓰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할껠요
비슬산산행도 기대되지만 산행후기도 벌써기다려지네요
꼼꼼히 챙겨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글구 그날 비왔으면 정말 우산드릴려구 했습니다..믿어주세요..ㅋㅋ
좋은글..편안한글,,,잘 읽고,,,그날의 추억을 되새기게 합니다,,,,
그 감사에,,,,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건강한,,,, 생활 이루시기 바랍니다,,,,,,감사합니다,,
아.. 멋남님~ 늘산행할때 같이 했었는데 그날은 못뵌거 같아요... 근데 뒤풀이때는 보이시던데....
뒤풀이 준비하시느라 그래셨는지... 시산제 지내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구요...감사드립니다.
안그러실꺼 같은데 자주 잊어버리시는듯
느끼고 갑니다.
아.... 소심남님. 그날 뒤풀이때 한잔... 감사했습니다.. 처음 정식으로 한잔 나눈거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담에 또 기회있음 한잔 하시지요...ㅋㅋ
시산제 산행이라서인지 그동안 산행한중에 젤루 밋밋하다고나할까() 동네 뒷산오르는 기분으로 미륵산 정상을 다녀와서인지 산행후에 로 남는 기억이 없었는데 후기를 읽어보니 저는 석탑이고 당간지주고 그근처에는 가보질 않았네요뒷풀이 후에 추운바람을 맞고 10분여를 주차장쪽으로 걷다보니 그곳에 가고싶은마음도 없었고 곧바고 차에 올라 탔거든요올려주신 사진과 후기 잘보았습니다카메라 분실만 아니었더라면 더멋진 사진과 사진에 얽힌재미있는 글을 볼수있었을텐데 참으로 아쉽군요흑 흑
허허`~감사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저의팬중에 타올나라님, 그여자..님, 산내음님, 라일락님, 석류님.. 여러분이 계셨는데.. 이젠 댓글 달아 주시는분이 산내음님 뿐이시네요.. 늘 제글 관심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산해서 식당으로 곧장가시느라 미륵사지를 잘살펴보지 못하셨나보네요.. 정상에서도 만찬을 즐기시던데 넘 먹는것을 즐기시는건 아니신지요..ㅋㅋ 글구 말씀하신대로 내카메라엔 인물사진은 없어요. 이야기거리를 담느라고..근데 카메라를 분실해서 산행후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님처럼 기다리시고 관심가져주시는 분들 생각하니 포기할수가 없었어요... 앞으로도 읽어주시는 분이 있는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공나라님!!
바쁘다보니 댓글이 늦어버렸네요
잘지내시죠??
토요일마다 하는일이 있어 산행에 참석못하고 있어ㅛ
사실.. 하고나서도 산행은 좀 어려울듯..
산행은 못해도 열심히 후기 읽겠읍니당~~~^^
아.. 그래도 잊지않고 내글을 읽어 주셨나봅니다. 산행에 참석은 못해도 산행후기를 읽어 주시겠다니 감사함다.
하지만 시간내여 언제 산에한번 오세요.. 막걸리 꼭 대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