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中訪友人不遇 설중방우인불우 李奎報 이규보
눈 속에 벗을 찾았다가 못 만나다
雪色白於紙 설색백어지
눈빛이 종이보다 더 희길래
擧鞭書姓字 거편서성자
채찍 들어 내 이름자를 썼네
莫敎風掃地 막교풍소지
바람이 땅을 쓸어 내지 않고
好待主人至 호대주인지
주인 올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겠네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호가 백운거사(白雲居士)이다.
고려조 최고의 명문장가로 그가 지은 시풍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하며,
해학이 넘치는 시구로 유명하였다.
시, 술, 거문고를 즐겨 스스로를 삼혹호 선생(三酷好先生)이라 칭하였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백운소설(白雲小說),
작품에 국선생전(麴先生傳) 등이 있다.
이규보의 이 시를 인터넷에서 검색 해 보니 대학입학 수능에도 나오는 문장으로
해설들을 해 놓은 것이 많이 있었다. 왜 이럴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생각해 보니 첫째가 교우관계의 중요성과 그 마음, 그리고 당시 전달 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의
자연을 이용한 의사전달하는 순수한 마음. 요즘같이 과학이 발달하여 온갖 매체를 통한
연락가능한 시대의 신세대들은 생각조차 못할 수수한 인간미를 볼수있는 시로 보는 거 같다.
중요한 것은 친구가 그리워 눈온 날 눈을 밟으며 찿아간 친구의 집. 얼마나 먼거리인지는 몰라도
소식을 눈 위에 적어놓고 간 거라면 아마도 먼거리에서 온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친구들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일. 만나서 좋고 대화하며 지내는 시간에
그리고 탁주한잔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문학의 이야기, 예술 또는 각종 취미들을
담소할 수 있는 시간을 갖으며 살아가는게 인생의 참 맛이다.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그 쓸쓸한 마음이 이 시에서 느껴진다. 내가 왔다 간 것을 전하려는
마음 또한 순수하고 순결함을 흰 눈위에 썼다는 의미로 본다. 눈온 뒤 날씨가 따듯 해지면
금새 녹아버릴 것이라는 걸 아니 바람에게 부탁하는 그 마음또한 친구와의 두터운
우정의 발로로 보인다.
2024년 소설(小雪) 에 첫눈이 내린 날 눈에 관련한 한시를 찿아 해서체로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