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무지한 이야기에 혀를 차고 있기에는 이미 우리 주변에 러시아인들이 많이 늘어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고려인 포함)은 2013년 1만2800여 명에서 지난 10월 말 기준 5만7300여 명으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거주자는 같은 기간 3만8500여 명에서 6만9600여 명으로 80%가 늘었다. 지난해 말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4개국 출신 고려인은 모두 6만3900여 명으로 조선족(70만2900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외국인 거주자다.
러시아어권 주민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한국-러시아 무비자 정책과 러시아 유학생들의 증가, 고려인 동포들의 입국 및 정착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여전히 낮은 러시아 인식 수준.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착각하는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가 지난 2017년 한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1000명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양국 국민상호인식 조사’ 보고서를 내놨는데, 그 내용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무려 5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러시아는 응답자의 59%는 “중재자로 남을 것”, 26%는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대답했다. 무려 85%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러시아가 여전히 ‘6·25전쟁을 지원한 소련’이라는 과거 이미지로 남아 있고, 러시아는 냉전 후 발상으로 남북한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한국 거주 러시아인들의 서툰 한국어 능력도 사태를 부추긴 것으로 본다. 지난 10월 경남 김해에선 일어난 불로 고려인 4세 아이와 그의 누나(14)가 숨졌는데,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집에 있던 남매가 ‘불이야’라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해 당한 참사라고 한다. 잔나 발로드 서경대 국제비즈니스 어학부 교수는 “한국인과 결혼한 러시아 엄마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에서 아이들 문제로 제대로 상담조차 못한다”며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바이러시아 뉴스(http://www.buyrussia2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