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의 ‘2021년 외국문학 번역지원’ 대상 작품으로 러시아 소설 '차파예프와 푸스토타'(Чапаев и Пустота) 등 8개 언어권의 9편이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7일 “올해 지원 대상으로 영어권 2편과 불어권, 독어권, 러시아어권, 스페인어권, 포르투갈어권, 중국어권, 일본어권 각 1편을 선정했다"며 "지원 대상작 9편 중 6편이 국내에서 처음 번역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어권 번역 작품으로 선정된 빅토르 펠레빈 (Виктор Пелевин)의 'Чапаев и Пустота'는 1996년 발간된 작가의 3번째 소설로, '포스트 소비예트' 대표작중 하나로 꼽힌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퇴폐주의적 시인 '푸스토타'(러시아어로는 빈, 공허함이라는 뜻)가 1918년 러시아 혁명이후 내전과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이후를 오가며 그 시대의 영웅인 '차파예프'를 만나 공유하는 역사와 철학, 종교에 대한 현실 인식을 그린 소설이다.
외국문학 번역지원 작품 '차빠예프와 뿌스또따'의 다양한 버전/얀덱스 캡처
이 소설은 이듬해 '러시아의 부커(문학)상'으로 알려진 '리틀 부커상'(2019년 폐지) 후보에 바로올랐으며, 출판사를 옮겨가며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고, 오랫동안 연극으로 제작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러시아 포탈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검색되는 컨텐츠도 엄청나다. 작가 자신은 나중에 이 소설을 "절대적인 공허함 속에 일어나는 행동을 다룬 첫번째 세계문학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번역은 윤서현씨가 맡는다.
'2021년 외국문학 번역지원’ 대상작으로는 '차파예프와 푸스토타'외에 ▲영어권 '와일드 펠 홀의 세입자' (앤 브론테 작, 정연주 번역), '모비 딕' (허먼 멜빌 작, 윤조원 번역) ▲불어권 '주사위는 던져졌다' (로베르 데스노스 작, 이진 번역) ▲독어권 '자연의 모습'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작, 이지은 번역) ▲스페인어권 '우요야의 대저택' (에밀리아 파르도 바산 작, 구유 번역) ▲포르투갈어권 '브라스 쿠바스의 사후 회고록' (마샤두 지 아시스 작, 원마리엘라 번역) ▲중국어권 '팔준도' (선충원 작, 강경이 번역) ▲일본어권 'M/T와 숲의 신비한 이야기' (오에 겐자부로 작, 심수경 번역)가 선정됐다.
지원 대상자에게는 지원증서와 함께 총 6,900만원의 번역 지원금을 지급한다. 번역 완료 후 출판 시에는 별도로 인세를 지급한다. 또한 번역이 완료된 작품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출판돼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가장 최신작인 <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144종 169권의 작품이 출판됐다.
한편,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날 ‘2021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번역대상 수상자로는 박인원 이화여대 독문과 조교수와 응우옌 응옥 꿰 한국외국어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요원가 선정됐다.
박인원 교수는 소설가 김영하의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등 2005년부터 은희경, 성석제, 김애란, 김영하 등의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왔다.
왼쪽부터 번역신인상 박지혜(영어)·자스망 케빈(프랑스어)·데니스 겝하르트(독일어), 번역대상 박인원 이화여대 교수(독일어)와 응우옌 응옥 꿰(베트남어), 번역신인상 아나 곤잘레스(스페인어)·예브게니아 담바에바(러시아어)/사진출처:한국문학번역원
또 다른 수상자인 응우옌 응옥 꿰는 김부식의 '삼국사기2'(이강래 옮김)를 베트남어로 번역했다. 그는 그동안 '심청전'과 '홍길동전', '삼국사기1', 김려령의 '가시고백'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한국 문학 작품을 베트남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번역신인상’은 고전작품인 '강도몽유록'과 최은미의 '여기 우리 마주'를 러시아어로 번역한 예브게니아 담바에바 등 9명(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아랍어)에게 돌아갔다. 이들 중 5명은 번역원 문학번역 교육과정인 번역아카데미 수료·재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