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부 도시 페름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흉기 난동 사건. 테러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참으로 다행이지만, 러시아 교육 현장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소련 시절엔 찾아볼 수 없었던 사건. 물질 만능주의와 빈부격차, 학교내 폭력문제가 늘 몰고오는 부정적인 학교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총기 난동사건으로 진행됐고, 총기를 구하기 힘든 러시아에서는 칼이란 흉기로 끔찍한 일이 저질러졌다. 찔린 사람은 아프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자살하려고 서로 찔러보니, 너무 아파 자살 미수에 그쳤다는 이야기는 허탈하다. 어느 나라를 가든 교육현장의 문제는 다 비슷하다.
러시아 중부 도시 페름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흉기 난동 사건은 테러집단의 테러행위와 달리, 학교에 불만을 지닌 학생이 동료학생들을 상대로 저지른 사건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이 학교에 다니는 10학생생(11년학년 후 고교 졸업, 대학 진학)과 그의 친구 격인 퇴학생이 사전 계획아래 저지른 범행으로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17일 "페름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을 공격한 미성년자들을 '2명 이상 다중 살해 시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형사소송법에는 미성년자라도 14세 이상이면 살인및 살인 미수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 책임을 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언론에 따르면 10학년 피의자 학생은 이 학교 퇴학생과 함께 흉기를 들고 학교로 와 저학년이 공부 중이던 4학년(초등학생) 교실에서 9명의 학생과 1명의 여교사를 공격해 부상을 입혔다. 한 피의자 학생이 교실 안을 휘젓고 다니며 흉기를 휘두르는 동안, 다른 학생은 출입문을 막고 서서 도망가려는 학생들을 밀쳐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난동범들의 공격을 저지하며 학생들을 보호하려 애썼던 여교사는 몸 전체에 17군데의 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학생은 막판에 서로 흉기로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입원 중이라고 한다. 당초에는 범행을 마친 뒤 서로에게 공격을 가해 목숨을 끊기로 사전 약속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두 학생의 범행은 지난 1999년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보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총을 구하지 못해 칼로 범행에 나섰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있다.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선 당시 2명의 학생이 교내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자살하면서 가해자들을 포함해 모두 15명이 목숨을 잃고 24명이 부상한 바 있다.
이같은 범행동기가 알려지면서 페름은 물론, 러시아 사회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학교에서 소외된 불량 학생이 학교에서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뒤 자살을 기도하는 것은, 물질만능주의와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 복잡한 사회 구조를 지닌 미국에서는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중부의 작은 도시 페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러시아 청소년들의 정신 상태가 그만큼 피폐해져 있다는 반증이다.
비슷한 모방 범죄가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기 시작한다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