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토종무를 워낙 좋아합니다.
무로 만든 반찬이면 무조건 잘 먹습니다.
무조림, 생채, 깍두기,동치미,무청김치... 어린 시절에 군것질거리는 궁하고 눈에 뜨이는 것이 남의 무밭이었습니다.
쑥 뽑아서 풀에 쓱쓱 문질러 손톱으로 껍지를 까먹습니다.
맵고 달고 단단하고 시원한 토종무 맛.. 너무 먹으면 속도 쓰리고 고약한 트림도 나고 그렇습니다.
그시절 우리 쪼무래기들중에 무 먹고 트림을 참으면 산삼보다 좋다고 누군가 떠들어댔습니다.
그말에 홀딱하여 억지로 트림을 참으려 하지만 그것 안되더군요.ㅎㅎ
시절이 흐르며 어느때부턴가 토종무는 자취를 감추고 엄청 크고 모양이 맵시있는 계량무가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 좋아하던 깍두기도, 날것으로 맛있게 먹던 무대가리도 무조림도 다 싫어지더군요.
더이상 트림도 안나오고 속도 안쓰리지만 무르고 그저 밍밍하기만 한 개량종무들..
이제 제가 농사를 지으며 토종이라는 이름이 붙은 종묘상의 대평무, 반청무, 청운무 여러 종류를 전전했지만
제 추억속에 깃들인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토종무를 찾다가 여기 토종씨드림까지 오게 되었지요.
3년전 봄에 밭가를 거니는데 겨울 추위를 넘긴 무가 밭에 보였습니다.
싱싱한 것으로 몇개 뽑아다 장다리를 박았습니다.
계량종이겠거니 싶어서 쳐박아두고 심지 않다가 올가을 심어보았습니다.
호밀짚 멀칭을 제끼며 씨앗 두세알씩 심어 북도 안준 무경운인데 잘 자라고 맛도 예전에 먹던 토종무 따~악 그맛이라
신기했습니다. 완전 땡잡았지요.ㅎㅎ
씨앗들이 작아서 보관이 용이한 토종무를 가능한 수집해볼 생각입니다.
무경운으로 심은 마늘입니다.
멀칭을 헤치고 마늘씨만 쏘~옥 찔러두었습니다.
뿌리도 잘 내리고 병도 없습니다.
올해는 워낙 가물어 씨알이 자잘했지만 자급자족은 거뜬했습니다.
완전 호미질도 필요 없습니다. 맨땅에 웃거름 살짝하고 멀칭하고 얼마후 마늘만 심으면 수확까지 할일이 없습니다.
양파도 같은 방법으로 심었습니다.
멀칭이 걸리적거리니 심을때 조금 불편합니다.
그래도 땅을 갈지 않으니 이정도 수고쯤이야 당연히 감수하지요.
요즈음 무경운에 푸욱 빠져서 완전 무경운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거의 신앙같이 되었네요.
내친김에 고구마도 무경운으로...
칠월 중순이 넘어 남아도는 고구마순을 맨땅에 꼿아보았습니다.
워낙 시기가 늦은데다 두둑도 없는 생땅이라 기대도 안했는데 저렇게 고구마가 달리니 고구마농사도 무경운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캐기가 너무 힘듭니다.
무경운은 좋은데 수확이 장애입니다.
휴~우.. 결론은 고구마 조금만 심겠습니다.
올해 많이 심어 6~7 곳과 나누어야 하는데 완전 무경운에 걸림돌이 고구마입니다.
감자는 무경운이 가능하겠더군요.
다만 멀칭을 두툼하게 하여 감자알이 햇볕을 못보게 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내년에 시도할 생각입니다.
청방배추입니다.
무경운에 밑거름도 없었고 추비도 안주었더니 질소부족 현상이 보입니다.
포기가 안찬다고 어머니는 형제들 김장나눔을 걱정하십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렇게 빠듯하게 자라면 훨씬 고소한 배추가 됩니다.
저보다 늦게 심은 이웃들의 배추는 벌써 물동이보다 큽니다.
포기수를 더 심으면 되니 걱정 없습니다.
맛있는 김장거리에 농비가 전혀 들지 않으니 이거 진짜 수지 맞습니다.
같은 여건에서도 계량종배추는 자람세가 낫습니다.
위대한 과학의 승리입니다.ㅎㅎ
배추맛이 토종배추보다 떨어지니 벌레의 피해도 적어 일거양득이네요.ㅋ
씨앗만 맨땅에 심어놓고 호미질도 안했는데 무들이 쑥쑥 자랍니다.
갈수록 농사가 편해진다면 자만일까요?
역시 무경운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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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프로 고구마 농삿군은 꼭 황토땅만 고집하더군요.
모양이 좋게 나와도 마사토에는 심지 않는다네요. 한겨울에 드시면 맛이 나아질겁니다.
잘 자란다니 반갑습니다.
잘 자라고 있는 무와 배추 그리고 마늘도 너무 보기 좋네요.^^*
동네 할머니들은 무가 많이 자라 벌써 수확하신다고 그러시네요... 저는 아직 여물지도 않았는데요.. ^^*
저도 마늘을 맨땅에 해딩했는데요... 의외로 잘 자라고 있어 마음이 흐믓한데... 옆집 할머니께서 추우면 얼어 죽는다고
볏집을 덥어주라고 걱정을 하시길래 볏집 얻어다 덮어주는데 잎을 들쳐올리며 덮어주느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마늘 심을 때 풀멍칭을 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니 땅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아 볏집으로 다시 덮어주었네요.
검정콩은 가뭄으로 쭉정이 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큰 서리가 오면 뽑으라고 그냥 놔두라 하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마늘싹을 제치고 짚을 깔으셨으니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내년에는 짚을 깔고 심으시거나 심고 짚을 깔면 편하실겁니다.
서리태는 이제 수확하셔야 할걸요.
제것도 꼬투리가 많이 벌어져서 땅에 콩알이 쏟아졌습니다.
한나절을 쪼그리고 앉아 콩알을 주었습니다. ㅎㅎ
토종무가 맛이 더 좋군요. 무는 푸를 수록 더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토종무도 있을까요?
미각이란 상대적이라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토종무가 딱딱하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쁜것을 선호하는 신세대 취향에 비주얼이 꽝인 토종무는 외면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쭉한 무가 땅위로 드러나고 드러난 부분이 햇볕을 받아 푸른색을 띱니다.
그 푸른 부분이 달아서 날걸로 먹기에 좋습니다. 진주대평무가 대체로 그러한 것으로 아는데 저장성은
떨어질겁니다.
@길위에서 예 얼마전 어느분글에 청무라고 온통 푸른것을 본게 언뜻 기억나서요. 푸른부분이 더 약효가 높다는 말도 들었구요. ㅎ 토종이나 일반 작물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 들은 풍월을 이것저것 짜맞추고 있습니다. ㅎ
@갈무리 토종무는 둥근것이 많아서 의외로 푸른 부분이 적습니다.
무채를 써시는 어머니께 푸른 부분을 얻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중국토종무중에 몸체가 온통 푸른색도 있더군요. 푸른색이라 약효가 좋은것이 아니라 빠듯하게
야무지게 토종무가 자라니 약효가 좋을듯 싶습니다.
@길위에서 예 저도 먹어보고싶네요
고구마가 잘 컸네요. 저희 고구마는 어찌나 작던지요. 손가락 같고~알감자같아요.
풀도 안뽑고 비닐멀칭도 안했는데 생각보다 잘 달렸습니다.
보기가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무경운이라...한번실패 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또 하고싶군요.
또 도전하셔야지요.
무경운 농사의 성공 관건은 밭에 무엇인가 항상 깔려있어야 하는것 같습니다.
흙이 촉촉해야 부드러워서 뿌리가 잘 내리고 심기 좋고 풀도 덜 납니다.
@길위에서 아! 그렇군요. 팁이네요. 고맙습니다.
벌써 장다리를 박으셨다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청방배추 사정이 저희와 비슷해보이네요
저도 아주 오랜만에 맛있는 무를 먹어보았습니다
어릴 때 먹던 무 맛이 아니라
입맛이 변한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정말. 찐하고 짠한 맛이네요ㅎ
무종자 하나하나를 소중히 대하는 이유가 각각의 개성이 너무 또렷하여 놓치기 아깝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계량무는 얼음장 같은 성형미인입니다.
보내주신 씨앗 덕분에 김장 잘 했습니다^^
안동에 와서는 남색빛 반짝이는 예쁜 벌레(좁은가슴잎벌레) 덕분에 배추가 늘 앙상했는데
올해는 청방배추가 힘을 다해 자라 준 덕분에 제법 큰 포기 김치를 꺼내 먹고 있습니다.
집을 비우고 돌아 온 큰 아이가
"엄마 이거 우리 배추 맞아"
하더니 연신 "맛있다. 맛있다."하면서 먹고 두어 포기 가지고 갔습니다.
이번엔 무도 배추도 길위에서님의 씨앗이 큰 공을 세웠습니다^^*
청방배추가 잘 자랐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고소하고 단단하지요? 봄철에 심어도 포기가 찬다는데 내년에는 시도해야겠습니다.
들풀님이 주신 토종무종자도 잘 자랍니다.^^
이무 하나 뽁아서 먹음 맛있게서요 ㅎㅎㅎ
고춧가루, 들기름 넣고 채썰어 볶으면 맛있지요..ㅎㅎ
토종무는 겨울도 견디는군요
무 고구마가 맛있었던 어릴때 기억이 떠오릅니다
토종무가 계량종무보다 추위를 잘 견디지만 크게 자란것들은 많이 얼어죽습니다.
토종무 동치미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