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0.(토) 72차 나래산과 옥정호 물안개길
전북100명산을 3개월 만에 도전하네요.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에 달랑 산 하나만 다녀오기가 밋밋하죠.
72차 나래산을 도전하면서 옥정호 물안개길을 엮어서 다녀왔습니다.
옥정호 물안개길의 1코스는 도보여행으로 난이도가 중급 코스라고 소개되고 있다.
옥정호 물안개길, 옥정호 마실길, 섬진강길, 전북천리길, 옥정호 물소리길
옥정호를 두고 여러 탐방길이 있는데 길의 명칭이 헷갈리고 혼란스럽다.
옥정호 수변에 이미 조성되어 있던 물안개길과 마실길, 조성 중인 물문화 둘레길, 관광경관도로 휴‘등 둘레길의 명칭을 옥정호 물안개길로 통합하였다.
임실군은 전북천리길에 3개의 길을 포함시켰는데, 옥정호 물안개길, 옥정호 마실길, 섬진강길이다.
옥정호 물안개길은 구름바위길(1코스)이며, 옥정호 마실길은 외앗날길(2코스)이다.
전북천리길은 전라도라는 명칭이 1천 년의 세월 동안 이어오면서 수많은 이야기와 문화를 담아냈으며, 전국의 어느 길 여행코스에도 뒤지지 않는 다양한 길들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전북의 명품 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적 가치, 이야기가 있는 길을 엄선하여 14개 시·군마다 3-4개의 명품 여행 길을 선정해서 전북천리길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 같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전북에 있는 걷고 싶은 길이 길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44개의 전북천리길을 합하면 길이가 약400여km가 되므로 환산하면 천리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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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에 다다르기 전 749번 국사봉로의 적절한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여행길을 나섰다.
용운리 승강장에서 옥정호 물안개길로 들어선다.
옥정호 물안개길을 종점에서 시점 방향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둘레길 초입인데 난감하게 제대로 된 길이 안 보인다.
참가자 대부분 초행길이다.
선도하는 만산홍엽님 당황스럽지만, 미리 준비한 gpx 경로를 따라 풀숲을 헤치고 나아갑니다.
알바한다고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움직임만큼 운동한다 생각하고 뒤따라갑니다.
베테랑다운 태도다.
대략 난감. 길은 호숫가로 이어진다.
점입가경. 건너편 붕어섬 풍경이 아름다워 자꾸만 눈이 가고, 잘못 들어온 길에서 헤어나기 위해 두리번두리번 정신이 없다.
지도를 확인하고 일단 마을 길로 올라서며 방황은 끝이 났다.
한바탕 알바를 하고 나서 한숨을 돌린다.
잘 정비된 길일 줄 알고 들어섰는데 우거진 풀숲으로 숨어있는 길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급기야 휴식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서다 장애물에 걸려 낙차하고 말았다.
모지골에서 휴식
못지골 생태숲 쉼터
만화방창.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을 뜻하는 말이죠.
봄의 끝자락. 물안개길은 무성한 신록으로 시원한 그늘을 내어줍니다.
초행길이라 바쁘게 두리번거리다 마주치는 다채로운 들꽃들은 아름답습니다.
물안개길을 중간쯤 왔나요. 모정이 있고 그 주변에 꽃밭이 만들어져 있다.
미나리아재비, 산괴불주머니, 무늬비비추, 층층나무꽃, 애기수염, 광재수염, 개양귀비, 뽀리배이, 애기똥풀
여러 꽃 중에 노랑 창포만을 알 수 있네요.
달려갈수록 새로운 자연을 만나는 설렘이 샘솟습니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물안개길을 지나오면서 산과 고개가 반복됩니다.
타다, 끌다, 메다. 자전거 마실도 다채롭습니다.
옥정호 물안개길은 굉장히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가파르다 보니까 나무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느 곳은 대략 50계단이나 됩니다. 한 번씩 그렇게 긴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발이 무겁고 대퇴근이 굳어지는 신호가 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다시 50계단이나 되는 긴 계단을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그 턱턱 막히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나뭇잎 사이로 빼꼼 보이는 호수, 그것 때문에 다 잊힐 만큼 좋은 길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옥정호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대에서 오르막이 멈췄습니다.
신록의 우거진 숲을 오르락내리락 지나오면서 숨이 턱턱 막혔는데 시원하게 펼쳐진 경치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뻥 뚫린다.
또 다른 풍경인 대나무 숲이다.
빽빽하게 뻗은 대나무숲은 차분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게 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코스를 힘들게 달려왔다.
대나무 숲을 지나며 왠지 잠시나마 짧은 시간이지만 명상에 잠기듯 편안한 상태로 지나왔다.
옥정호 물안개 길은 다채롭고 참 예쁜 길이다.
대나무 숲
황금조팝나무
색다른 풍경은 계속 이어진다.
꽃은 붉은색인데 잎이 노란색인 황금조팝나무는 햇빛을 받아 환하게 반짝인다.
물멍하기 좋은 물가를 지나가고 있다.
옥정호 물안개길은 윤슬처럼 반짝이는 길이라고 한다.
사전에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고 합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호수에 가면 살랑살랑 일렁이는 물결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것이 바로 윤슬입니다. 순우리말이고요.
옥정호 물안개길의 취지가 처음에는 새벽길을 걸으라고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요. 초봄인 2월 말에서 3월 초의 아침6-8시 사이에 찾아온다면 신비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그 순간을 경험하기가 쉽지는 않다. 물안개가 매일 끼는 것도 아니고, 새벽에 찾아오기도 어렵다.
그래도 햇볕에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물멍에 만족한다.
알바. 낙차, 오르락내리락 가파른 싱글.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히 보이다 사라지는 옥정호. 정자. 우리도 모르게 피었다가 사라지는 여러 들꽃과의 만남, 계단, 솔숲, 대숲.
옥정호 물안개길을 지나오며 생각나는 것들입니다.
또 하나의 전북 명품길을 탐방하게 되어 기쁨니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소문난 맛집으로 이동합니다.
강남참게장(강남쌈밥) 식당의 대표 메뉴는 수육정식과 참게장 정식이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에 방송이 되어선지 식당에 도착했을 때 대기 손님이 많았다.
식당 안에서 후식으로 먹는 호박 식혜를 컵에 담아 식당 앞 정자나무 그늘에서 순번을 기다립니다.
전주에서 오신 다른 대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허기를 달래봅니다.
수육 정식을 주문했는데 나무늘보님이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기가 걸쩍지근하다며 참게장을 추가로 주문하였다.
식사 후 작약꽃밭을 들렀다가 나오는데 금세 친해졌다고 전주 누님들과 안부 인사를 건네며 작별했습니다.
식당에서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작약꽃밭.
하얗고 붉고 분홍색의 크고 풍성한 꽃잎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다채로운 색과 알록달록한 모양의 꽃물결이 넘실거립니다.
옥정호의 풍경과 화려하고 향기로운 작약꽃밭의 조화로움이 오래도록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작약꽃의 이름다운 자태에 빠져 사람들은 꽃밭을 산책하며 연신 사진 찍기에 바쁩니다.
꽃의 절정이 지나서 조금 아쉽지만, 힘든 라이딩의 여정을 잊고 잠시나마 작약꽃밭에서 힐링합니다.
나래산은 운암면 운종리에 있는 산이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섬진강을 따라 이곳으로 쳐들어오자 수많은 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 이 산에 군량미를 쌓아놓은 것처럼 이엉을 엮어서 덮어놓았다. 그리고 섬진강에 횟가루를 풀어서 군량미를 씻는 쌀뜨물이 많은 것처럼 왜적을 속여서 물리쳤다고 합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이엉을 날개라고 하는데, 이 날개가 나래로 변하여 나래산으로 된 것이라 합니다.
산 높이가 낮아 쉽게 오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고깔콘처럼 경사도가 가팔랐다.
정상에 서면 조망은 일품이었다.
첫댓글 야생이란이런거구나!
생각되게하는코스였습니다
없는길개척하고이끌어주신만산형님과사진과후기글남기신삼다리형님감사드리고참석하신분들
모두고생하셨습니다~
오랫만에 100명산이라 그런지 풀숲을 헤매는 것과 계단이 많은게 어색한 시간이였지만
마음이 편안한 라이딩였습니다.
아직은 많이 덥지 않는 시기라 잔차타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식사를 제공해주신 늘보형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수고들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