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에 게재된 나선희 대표의 칼럼입니다.
함께 읽는 것은 좋지만, 무분별한 복제 및 도용은 금하고 있습니다.
오메, 가을 다 간다! (2014.10.25)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정지선에 신호대기 중, 횡단보도를 지나는 이들을 찬찬이 지켜보다가 알게 되었다. 천하태평하게만 보이는 무표정의 사람들도 저마다 뭉클한 스토리 하나씩 안고 있겠다는 사실을. 노모가 위급하단 전갈이라도 받았을까? 산발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바삐 택시 승강장으로 내달리는 이, 밤새 아르바이트하고 축 늘어진 어깨를 끌다시피 가는 청년은 쉬지도 못하고 도서관으로 가야하나보다. 어쩌면 청년 가장일지도 모른다. 사무실에 들렀다가 외판 전선으로 나선 두 영업사원은 쌍둥이처럼 똑같은 옷을 입고 가방을 들었다. 딱히 어디로 갈지 정해진 곳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의 문전박대를 당해야 하루를 날지 토로 중인 것만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오메! 가을 다 가분다!” 꽉 짜인 일정 때문에 가을나들이 약속을 못 지켰더니 쏟아낸 푸념이다. 하루빨리 날 잡아보마고 다독여 전화를 끊고 나니 어느새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려다 무릎을 쳤다. ‘앗싸! 이거다.’ 칼럼 소재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예쁜 짓을 한 셈이다. 서둘러 오른쪽 방향지시 신호를 넣고 차를 세운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이 가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절 바뀌는 줄 모르게 활동하느라 김밥과 찐 달걀로 식사를 때운다. 그러니 슬쩍 건강식품도 기웃거리는 나, 이것이 내 속내 사정이다. 대중 앞에서 강의를 하고 간간이 글도 쓰는 나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게 사는 사람일 테지만 요즘 내 생활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다 내 식대로 살아가는 지혜를 가지는 법, 시외를 오가며 누릴 것 누린다. 푸르러 터질 것 같은 하늘도 눈에 담아 감서 가을의 전령사 억새도 질리게 바라본다. 유분 다 빠져 푸석푸석해진 중년 같은 억새를 보면 왜 그리 좋은지. 젊음보다 눈부시게 은빛을 뿜어내는 양이 우리 큰오빠를 닮아서인가…” 이렇게 일필휘지 메모해 두었다. 이것이 이 칼럼이다.
‘잭 캔필드’는 인간의 가능성 개발과 행복한 삶을 위해 동기부여를 하는 작가이자 강연가, 카운슬러이다. 그의 책 ‘닭고기 수프’시리즈를 비롯해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등은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이야기 수집광인 그는 ‘스토리’에 목숨을 건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이야기만큼 강력한 게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이야기의 출처를 찾아 어디든 갔다. 언제 어느 상황에 이야깃거리가 감지될지 모를 일이니 항상 메모 태세를 갖추고는 이야기 창고에 스토리를 저장했다고 한다. ‘잭 캔필드’는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든 이야기를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맞게 구사하여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책들이 ‘밀리언셀러’를 넘어 ‘메가셀러’라는 신화를 창조하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안겨 준 것이다.
면접 컨설팅 교육을 하면서 스토리에 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인 면접에서 스토리는 꽤 효율적이다. 추상적인 표현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내가 중점을 주는 부분도 이 대목이다. 충분한 인터뷰 끝에 감동의 스토리를 찾아내면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스토리를 깔아주고 핵심 단어로 표현하면 최고의 설득이 가능하다. 스토리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어필하는 영향력이 있다.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요즘은 매체의 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눈과 귀를 열고 이야깃거리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감지된 것을 실마리 삼고 요리조리 살을 붙여 스토리로 탄생시킨다. 이를 글과 강의의 콘텐츠로 활용하면 스토리텔링이다.
내 이야기를 찾지 못해 자기소개가 어려운 면접 준비생이라면 이 가을, 밖으로 나가보시라. 굳이 도시락 지참하고 소풍을 가지 않아도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보려고 하면 보이고 들으려 하면 들린다. “오메, 가을 다 간다!” 탄식하지 않아도 된다.
[남도시론] 오메, 가을 다 간다! - 나선희 대표
남도일보,남도시론,칼럼,샌드위치화법,화법,광주아나운서아카데미,광주아나운서,광주스피치,광주스피치학원,나선희스피치,나선희,스피치트레이닝,보이스트레이닝,일상·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