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사이에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가을이 지나가버렸다. 은행님들이 노란색으로 변하지도 못했는데.
내게 가을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정한 기온이다. 반팔옷을 입어도 긴팔옷을 입어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봄꽃보다 더 화려한 시간이다. 차가운 눈발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제 몸에 있던 모든 걸 토해 놓는다.
눅눅하지도 끈적거리지도 않는다. 뒤에 오는 굶주림을 위해 열매들은 제 몫을 다 한다.
그 어느 누구의 가을은 감나무가 하나 둘 등불 켜는 날이다.
이외수님의 가을은
영혼마저 허기진 시인의 일기장 갈피로 제일 먼저 가을이 온다. 고난의 세월 끝에 열매들이 익고 근심의 세월 끝에 곡식들이 익는다. 바람이 시리고 하늘이 청명해 진다.
사랑은 가도 설레임은 남아 코스모스 무더기로 사태지는 언덕길. 낙엽이 진다. 세월도 진다. 더러는 소리죽여 비도 내린다.
수은주가 떨어지고 외로움이 깊어진다. 제비들이 집을 비우고 국화꽃이 시든다. 국화꽃이 시들면 가을이 문을 닫는다. 허기진 시인의 일기장 갈피로 무서리가 내린다. 가을 끝난다.
가을이 끝나도 외로움은 남는다.
국어사전에서의 가을은
한 해의 사계절 중 셋째 철. 여름과 겨울 사이.달로는 9월에서 11월.
이외수님의 감성사전은 눈으로 읽지 않고 머리로도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감각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즐긴다.
감성사전에서 '삼각관계는 재능없는 작가들이 일용할 양식처럼 울궈 먹는 작품의 뼈다귀.' 라고 한다.
'찔리는 작가들이 많겠다.' 라며 피식 웃기도 했다.
가장 가슴에 와 닿은 감성은 '원고지- 삼라만상이 비치는 종이거울' 이다.
참으로 할 말을 없게 만든다.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다.
밤이 깊어지는 지금 딱 어울리는 책이다.
첫댓글 난 감성은 싫은데....제 책읽기 목록에 적어 둡니다.....꼭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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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가 어디십니까? 혼자 가기 외롭다면 방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동행해도 괜찮겠지요.
중학교때부터 왕 펜이였다가 벽오금학도를 끝으로는 더이상 신이 될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딱 요만큼만 사랑하기로 한 '이외수'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력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 가을밤 감성사전 펼쳐들고 술한잔 기울이면 더없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