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웃는 문지기
성전의 문지기도 천국의 문지기는 더욱 아니다.
하지만 작은 집의 문간방 문지기로 족하다.
드나는 애들 시중 배웅하고 신발도 바로 놓고.
원칙은 큰방 써야지만 집사람도 먼저 갔고,
권위 땅에 떨어진 판 뭐라 따질 수 없는,
식객에 과객이나 면하면 될 것 아닌가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쯤 샘물도 길어다 주고,
아침 저녁 기도하여 건강 안전 행운 빌어주며,
낮이면 적막 지키는 효돌 더불어 팔자 탄식…….
식전에 더런 창작하고 일기도 자상히 쓰고,
신문 보다 졸리면 낮잠도 즐기고,
밤이면 두 손주 잠자리 새벽녘 이불 덮어주고.
혈압 ․ 신장 ․ 심장 질환으로 다섯 해 먼 출입 못 했어도,
“아내 살았을 때가 요순 왕국이었네” 싶은,
그리울 적도 더러 있지만 나라 자손 빌며 사네.
난 고독을 지키는 문지기기는 하지만,
권력을 휘두르는 문지기는 되고 싶쟎고,
핏줄뿐 아냐 마음의 핏줄도 지키려는 문지기네.
문지기 문지기라 그리 천한 것 아니네.
왕궁 대통령궁 문지기는 아니어도,
작은 집 문간방 웃음 웃는 문지기 여북 좋은가!
4333. 10. 18. 아침 9시 33분 ~ 낮 12시 45분.
2001. 3. 31. <표현> 38호.
2002. 12. 22. <너른고을문학> 7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