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안동에 일 때문에 2년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음식에 집착하지 않았을 때고 밥보다는 술이 더 좋았던 시절이라 안동 음식에 대해 그다지 기억이 남는 것은 없었다. 문화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어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정도만 남들이 구경 가자니깐 관광 삼아 다녀왔을 뿐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다녀왔다는 정도만 얼핏 기억날 뿐 한동안 완전히 잊고 살았다. 갔다 왔다는 것이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삶을 살진 않아서 삶에 찌든 나날의 연속 속에 세월만 뭉갰었다. 그럼에도 당시 안동 지인들의 소개로 간 ‘문화갈비’라는 곳은 여전히 생각이 난다. 조그마한 고깃집인데 포항에 있을 때 제일은행 뒤편 간바지 식당이 생각나는 그런 집이었다. 석쇠에 소고기 구워 파는 집.
최근 안동에 문화답사를 다니다가 안동 음식을 재발견하게 된다. 지금은 없어진 구 안동역 옆에 베어져 버린 연리지 이야기를 답사하다가 안동 갈비 골목에서 나오는 고기 익는 냄새에 끌려 찾아 들어갔다가 안동 갈비 맛에 완전히 푹 빠져버린 것이다.
성서 중학교 바로 앞 안동 참한우촌이란 식당에 고기가 맛있다고 해서 10여년간 단골로 찾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기 맛이 바뀌는 바람에 발을 끊은 지가 한 10여년이 넘었다. 그 뒤론 군위 이로운 한우만 찾았다. 이로운 한우도 밤에 가면 고기가 좋은 게 없다. 낮에 가야 한다.의성 도리원 마늘소 한우도 한동안 반짝거렸지만 그 명맥이 사라졌고 예천 지보 한우마을도 이젠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문화갈비, 백조갈비, 재림갈비, 안동본가갈비, 구서울갈비, 우정숯불갈비, 대마갈비, 뉴서울갈비, 소문갈비, 시골갈비, 거창갈비, 명성갈비, 안동 한우갈비, 안동촌갈비, 동부갈비
안동역 앞 갈비골목에 음식점들은 안동갈비만을 가지고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이런 노포가 15곳이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짝갈비를 다듬는 집에 들어갔다. 가격면에선 비싸다는 느낌을 받는다. 맛에 끌려 허겁지겁 먹다 보니 지갑 다 털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먹고 난 뒤 이 기분 좋은 포만감은 돈 생각을 잊게 만든다.
양념갈비, 마늘갈비, 생갈비.
가게마다 조금씩 이름은 달리 하지만 그 어느 것을 먹어도 맛이 있다. 안동 갈 때마다 한 집씩 들린다. 15곳을 다 들려볼 생각이다. 밑창을 한번 뽑고 싶다. 옛 추억을 더듬어 문화 갈비도 갔는데 딱 2인분만 먹었다. 기본이 2인분부터 시작한다. 다른 집보다 맛이 조금 떨어진다.
황정숙 할매만 그대로이다.
회를 먹을 때 바닷가에서 잡아 바로 회 드서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더 맛있을 것 같지만 조금 숙성된 고기가 제 맛이다. 일본에선 숙성해서 먹는다. 육고기 역시 숙성되면 맛이 더욱 좋고 부드럽다. 안동 소갈비가 맛있는 이유는 짝갈비는 바로 쓰지 않고 숙성고에 2~3일 정도 숙성 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갈빗살 고유의 풍미와 고소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안동갈비 골목
1. 구서울갈비
2. 뉴서울 갈비
3. 시골갈비
4. 문화갈비
첫댓글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 보다 더 맛깔 나는 글 솜씨가 갈비 맛에 더하여 감탄 입니다.
우리 회장님, 요즘 문학세미나로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안동갈비 읽으셨으면 분명히 우리도 갈비 먹으러 가자고 하실 것인데
아직도 소식이 깜깜이시니 국장님께서 배라도 보여주셔야 될 것같습니다.
갑시다!
뭐 어렵습니까.
I'm read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