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후, 양림동 93번지 아가씨/곽성숙
와인 빛 웃음 지닌 그녀를 알고 있어
시가 되고 산이 되고 신선이 된 그녀는
양림동 93번지에 살던 아가씨야
큰 나무가 서 있는 육교 아래에 연리목을 심고 싶어하는 아가씨지
그곳은 그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던 곳,
그러나 지금은 없어진 두 큰 나무
그곳에서 그는,
청혼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성 싶은
Those were the days를 들려 주었다는데...
메리홉킨스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와인과 함께 듣는 날이면,
양림동 그 아가씨는 옛날이 그리웠지
그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웃던 시간
노을이 들어 온 와인잔을 들고 사랑이 움트던 그와의 시간이 그리웠어
가을 밤이면,
작은 술집에 앉아 소리내어 시를 읽기도
눈 오는 겨울밤,
따끈한 정종 한 잔하던 따끈함이 그리웠지
La da da da da da
노래 후렴구처럼 추억은 다 그런거라고,
지나간 시간은 다 그런 거라고
메리홉킨스가 와인잔을 들고
양림동 93번지 아가씨의
서글한 눈을 들여다보며 웃는다네
가장 아름다운 모국어로 늦가을 해질녘에
시를 짓는 그윽한 모습이
첼로 음처럼 양림동 골목들을 스밀 때,
이제는 그 아가씨, 연리목이 되어
오래 전에 청혼한 그의 팔을 껴고
양림이 사랑이 되는
그리운 골목길을 지금 걸어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