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다르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으며,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능히 이 인연을 설해서 모든 희론을 멸하니
모든 설법자 중에서 제일이신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不生亦不滅 不常亦不斷 不一亦不異 不來亦不去
能說是因緣 善滅諸戱論 我稽首禮佛 諸說�?� [中論 ; 大正藏 30 p.1중]
이것이 유명한 생멸(生滅) 단상(斷常) 일이(一異) 내거(來去)로 표현된 팔불중도라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내용은 맨 처음의 생멸(生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불생불멸(不生不滅)이 성립되지 않으면 불상부단(不常不斷) 불일불이(不一不異) 불래불거(不來不去)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팔불중도의 근본의미가 불생불멸에 있다는 것은 선각적인 스님들은 누구나 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불생불멸이라고 하는 것은 생과 멸(滅)의 양변을 여의었다는 뜻입니다. 이 생.멸(生·滅)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이고, 단.상(斷常)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며, 일.이(一異)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고, 래.거(來去)의 양변을 여읜 것이 중도입니다. 그러므로 중도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불생불멸이라 하면 그것이 곧 중도인 것입니다.
중도사상을 간명하게 표현한 삼제게(三諦偈)
용수보살이 「중론」을 지을 때 제일 첫머리에 이 게송을 갖다놓은 것은, 모든 중생들이 생·멸의 변견에 처해 있으므로 생·멸의 변견을 완전히 부수고 중도 정견(正見)을 펴기 위한 것입니다. 용수보살은 평생을 중도적인 입장에서 불법을 소개하고 한편으로는 사견(邪見)을 여지없이 항마검으로 갈겨버렸습니다. 우리 부처님이 말씀하신 수많은 법문 가운데 중도법문이 제일인 것입니다.
또 중론에서 중도사상을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삼제게(三諦偈)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공(空) 가(假) 중(中)의 세 글자로 중도사상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이 삼제게는 용수 당시 인도불교의 중도사상을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중국에서 성립된 삼종론(三論宗)은 물론 천태종(天台宗)과 화엄종(華嚴宗)의 성립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모든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나는 곧 무(無)라고 하고
또한 가명(假名)이라고 하며 중도의 뜻 이라고 하느니라.
衆因緣生法을 我說卽是無요 亦爲是假名이요 亦是中道義니라. [中論 ; 大正藏 30 p.33중]
'모든 인연으로 생기는 법[衆因緣生法]' 이란 일체제법이 연기하여 생함을 말합니다. 이 연기법은 그 본성이 무(無), 즉 공한데 아주 아무 것도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연기하고 있으므로 가(假)인 것입니다. 연기를 하면서 공하고 공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공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며 비공비가[非空非假]인 동시에 공이고 거짓[亦空亦假]이며 이것이 곧 중도입니다. 이 공(空) 가(假) 중(中)이라는 삼제(三諦)는 전부 원융해 있습니다. 즉 모든 연기의 내용은 공(空)이지만 가(假)와 중(中)이 모두 내포되어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가중 삼제와 천태종의 삼제원융
이 「중론」의 삼제게는 중국에 와서 불교교리를 조직하는 데 있어서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교의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삼제게의 내용을 해석한 것으로 후대에 유명한 삼제원융(三諦圓融)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제원융이란 즉공(卽空) 즉가(卽假) 즉중(卽中)으로 즉(卽)은 공(空)과 가(假)와 중(中)이 한 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공과 가와 중은 서로 포용하므로 일체의 만법 자체가 그대로 공하고, 공한 그대로 연기하며, 연기한 그대로가 공도 아니고 가도 아니면서 또한 그대로 공이고 가라고 합니다. 이것이 곧 중도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명한 삼제원융이라는 삼제게의 의미인데, 중국의 수나라 때 혜문(慧文)선사가 「중론」을 보다가 그 가르침을 혜사(慧思)에게 전하여, 천태종의 교리를 조직하는 근본교의가 되었습니다. 여하튼 이 삼제게 사상에 입각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천태는 물론 화엄도 여기에 들어있고 대승의 일승원교(一乘圓敎)사상이 모두 다 여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