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구조조정의 문제점과 노동계급의 대응
임동수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쌍용자동차가 지난 8일 2650명 정리해고를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무직 300~400명 순환휴직까지 포함하면, 전체 직원 7천여명의 37%에 해당하는 3천명 규모다. 외부 컨설팅업체가 유휴인력으로 추산한 생산직의 45%, 사무․관리직의 21%, 연구직의 5%를 기준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쌍용차에선 600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잘려나갔고, 남은 이들 역시 50%에 가까운 실질임금 삭감을 당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리해고는 ‘경영정상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가?
우선 쌍용차 정리해고는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처방이다. 처방하기 전에 진단부터 하는 게 순서다. 쌍용차 경영난은 인력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정부와 채권단(산업은행)의 잘못된 해외매각과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무책임에서 기인한 것이다. 경제위기로 악화된 시장환경 때문이라면, 쌍용차는 부채비율도 낮고 경쟁사들에 비해 견딜만한 조건이었다. 정리해고 운운하기 앞서 책임규명과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둘째, 쌍용차 문제는 상하이차가 경영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투자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대주주의 기본책임을 방기해 부도 신청함으로써 발생했다. 따라서 이를 대신할 책임주체를 명확히 세우는 것이 경영정상화의 최우선 과제이지 정리해고로 애꿎은 노동자들의 목을 치는 게 방안일 수 없다.
셋째, 정리해고는 가치중립적인 회계법인이 비용문제를 중심으로 유휴인력을 단순추계한데 따른 것이다. 고용이 최우선적 가치로 자리잡아야한다는 대명제와 자동차산업의 고용 연관효과, 미래의 성장가치 등 정책적 고려 없이 단순 수치만 따진 결과다. 전세계적인 과잉생산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없어져야할 것은 미국 자동차회사들이다. 금융자본화돼 경쟁력을 상실한 채 공급과잉을 초래한 주범이기 때문이다.
쌍용차 문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우선 정부와 산업은행의 책임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각 상하이차 자본을 소각해 대주주 지위를 박탈하고, 긴급자금 투입으로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확보해야 한다. 신차 ‘C200’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최대한 신속히 투입해야한다. 일부 공장부지 매각을 마냥 기다릴 때가 아니다. 이미 노조가 긴급자금 1천억원에 대해 보증을 서지 않았는가? 퇴직금 등을 담보로 할 만큼 매우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납품업체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생산가능 조건이기도 하다.
인력 구조조정 문제는 이미 노조측이 임금손실을 감수한 순환휴직과 5시간 근무제를 제출했다. 생산축소만큼 노동시간을 줄여(임금도 줄어든다) 감원을 최소화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매우 현실적일 뿐 아니라 자기희생적 결단이다. 손발을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고통을 이겨내자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안타깝게 쌍용차 문제를 바라보면서도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공장의 노동자들만을 이해당사자로 보고, 일정 수의 근로자를 해고해야만 공장가동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객관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장이 살아야 고용이 뒤따른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매우 위험천만한 말씀이다.
고용을 최우선해야 공장도 살고 자본도 산다. 사람을 잘라야만 하고 고용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공장과 자본은 이미 ‘퇴출’대상이며, 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상식화해야한다. 비정규직을 써야만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자본은 효용성이 다한 한계기업으로 역시 퇴출시켜야한다. 기업구조조정은 고용을 중심으로 ‘한계기업’, 즉 ‘공공의 적’을 퇴출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용문제를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국가경제의 핵심문제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 자본 중심의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권 부실 만회를 위해 공적자금을 쏟을 게 아니다. 이제 고용과 일자리를 첫자리에 놓아야 한다. 경제공황의 위기와 쌍용차 정리해고는, 노동자 민중의 관점에서 고용과 일자리, 사람이 가치판단의 기준이라는 상식을 세워야함을 절박하게 깨우쳐주고 있다. 고용과 일자리, 대다수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구성하는 근본을 세워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