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외사촌 동생한테서 문자가 왔다. 친구와 함께 2박3일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건설파트에 근무하는 공무원인 친구가 갑자기 바빠져서 그냥 집에 있다는 얘기였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서 가려고 했던 전시회를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기념하여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되고 있는 ‘천국의 문’이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예술품인 "천국의 문"를 비롯해서, 바티칸 박물관과 두오모 성당이 소장한 역대 교황님들의 의복과 성물, 르네상스 시대의 진품 걸작들이 이곳에서 전시가 되고 있다.
원래 외국에서 반입되어 전시되는 유물들의 준비기간은 1년내지 2년쯤 걸리는데 이번 전시회는 교황님 방한에 맞추어 급작스럽게 준비하다보니 3개월만에 기적같이 열리는 것이라는 안내인의 설명이 있었다.
이태리 피렌체 산 조반니 광장에는 세 개의 중요한 건물이 있는데 두오모성당과 팔각형의 세례당 그리고 종탑이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천국의 문’은 높이가 7m, 무개가 6톤이나 되는 청동에 금을 입힌 이 작품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인도까지는 배편으로, 그리고 교황님 방한 일정에 맞추느라 부득이 항공편으로 왔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례당은 세 개의 문이 달려있다. 세례자 요한의 일대기를 표현한 남문, 신약성서의 내용을 담은 북문, 그리고 구약성서의 내용을 담은 동쪽에 있는 동문이‘천국의 문’인데 이 문이 외국으로 반출되어 전시되기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란다.
'천국의 문'이 제작되던 당시 피렌체는 대홍수와 흉작 등 자연재해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피렌체 정부 지도자들은 신앙의 힘으로 시민들의 찢어진 마음을 모으고, 피폐해진 사회 상황을 극복하려 공모를 통해 제작되었다고 하여,'천국의 문'은 평화와 위로,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바티칸 시국의 명예 프레지던트인 지오반니 라이올라 추기경은 "이번 전시회에 바티칸 교황청이 참여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세월호 사건의 비극으로 인한 대한민국 국민의 슬픔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그만큼 오늘날 남북 대치와 전쟁 위협, 사회적 갈등에 빠져있는 우리의 현실 앞에 기베르티의'천국의 문'은 위로와 평화의 메시지로 우리에게 다가온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물인 것이다.
천재조각가 기베르티는 북문과 동문 제작에 48년이라는 전 생애를 바쳤다. 동문인 '천국의 문'은 1425년부터 1452년까지 제작기간만 무려 27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 후 5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천국의 문'은 숱한 위기를 겪었는데, 2차 대전 중에는 폭격과 포화 속에서 이를 지키려는 시민들에 의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져 무사했는데, 그 이후 1966년 피렌체의 대홍수는 청동판 10개 가운데 6개를 휩쓸어 가기도 했다. 그 결과 청동부조물이 부식되기 시작한 것을 일본의 NHK 방송국에서 500억원을 투자하여 27년 동안 원래의 작품을 복원하고 똑같은 2개의 작품을 복제하였다.
보통 복제본이라고 하면 가짜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문이 물에 떠내려갔기 때문에 한 작품은 떠내려간 빈 공간에 동쪽문을 만들어서 복원되었고. 떨어진 문을 다 복원하여 두오모 미술관에 안치되어 있고 그 두 점 중 한 점이 오리지널이라고 불리는데 그 작품이 현재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원래 천국의 문은 ‘믿음의 문’이었는데 천재화가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라고 극찬한 이후부터 ‘천국의 문’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또 천국의 문인 동문은 두오모 성당 정면과 마주하고 있어 사람들은 이 공간을 천국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림 설명 : 작품에 나타난 그림과 설명을 함께 찾아보기)
1. 아담과 이브 (왼쪽 첫 번째)
- 하느님의 아담 창조 - 하느님의 이브 창조 - 원죄 - 에덴동산에서 추방
2. 카인과 아벨 (오른쪽 첫 번째)
- 최초의 부모 - 아벨은 그의 양을 돌보았다. - 카인은 땅을 부치는 농부가
되었다. - 두 형제의 제물 - 카인이 아벨을 죽였다 - 카인과 하느님과의 대화
3. 노아와 그의 가족 (왼쪽 두 번째)
- 노아의 아들들이 홍수가 끝난 뒤 동물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왔다
- 노아와 그 가족들이 올리는 제물 - 취한 노아를 보는 아들들의 서로 다른 모습
4. 아브라함 (오른쪽 두 번째)
- 마므레에서 아브라함과 사라는 세 사람 또는 천사의 방문을 받는다 - 당나귀와 함께
있는 아브라함의 종 - 재물로 이사악을 바치려 하는 것을 천사가 막아선다.
5. 에사우와 야곱 (왼쪽 세 번째)
- 하느님께서 레베카에게 에사우와 야곱의 탄생에 관해 이야기 하심
- 레베카의 출산 - 에사우가 죽 한 그릇에 그의 장자 상속권을 판다
- 이사악이 에사우를 사냥 보냄 - 에사우가 사냥을 위해 떠남
- 레베카가 야곱에게 어떻게 이사악을 속이는지 설명해준다.
- 이사악이 레베카가 보는 가운데 야곱에게 그의 축복을 빌어 준다.
6. 요셉과 그 형제들 (오른쪽 세 번째)
- 요셉은 지나가는 상인에게 팔려고 그들의 형제들에 의해 우물에서 끌어 올려졌다.
- 파라오의 곡식 창고를 위한 행동 - 베냐민은 그의 형제들의 항의로 은잔을 훔쳤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 요셉은 그의 형제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그들의 용서를
구하고 베냐민을 껴안았다.
7. 모세와 율법 (왼쪽 네 번째)
- 이스라엘 자손들이 홍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진을 친다. - 산 위에 서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율법의 돌판을 받는다.(여호수아와 함께)
- 산 아래 자락에서는 선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8. 여호수아가 약속의 땅에 입성(오른쪽 네 번째)
-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르단강을 건너라고 명령하고, 그들 에게
하느님의 계약 궤를 가지고 가라 명했다. - 사람들은 돌을 날라 와 제단을 쌓았다.
- 여호수아와 사람들이 예리코의 성벽 주변을 일 곱 번 도니, 그 성벽이 무너졌다.
9. 다윗과 골리앗(왼쪽 다섯 번째)
- 사울이 이스라엘 군대를 이끌고 간다. - 다윗이 골리앗을 쳐 죽이고, 그를
땅바닥에 쓰러트린다. - 이스라엘 사람들이 필리스티아 군대를 패주 시켰다.
-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가져다가 예루살람의 문 앞 에 효시한다.
10. 솔로몬과 스바여왕 (오른쪽 다섯 번째)
- 성전과 왕의 궁전 - 마차로 도착하는 스바 여왕 - 성전의 제단 앞 에서
솔로몬의 영접을 받는 스바 여왕 - 환호하는 군중들
구약성서의 내용을 순서별로 10개의 패널의 부조양식의 작품으로 평생을 이 작품에 심혈을 바친 기베르티는 문의 가운데에 자신의 상(붉은선 안의 왼쪽)과 아들의 상(붉은선 안의 오른쪽)을 넣었다. 당시의 권력층에서는 제작자가 자신을 나타내지 못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미켈란젤로 등과 같은 예술가들은 문양 등을 넣어 자신의 작품을 표시하였는데 과감하게 작품의 중앙에 자신과 작업을 함께 한 아들을 얼굴을 새겨넣은 기베르티의 천재성을 보는 듯하여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이 어마어마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모로 기적을 연상케하는 일들이 있었던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특별한 배려와 3개월간의 준비기간이 그렇고, 그리고 총감독을 맡고 있는 유근상이라는 작가가 또한 그렇다.
이 전시회를 기획하며 120여점의 대여료만 200억원정도여서, 90여점을 다시 선별하여 150억원을 지불해야 되었는데 0원으로 전시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피렌체 박물관 측에서 유근상 총장의 작품 2점을 기증하는 조건으로 대여해 주었다고 하니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히 그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참고 : 해외에서 한국을 빛낸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소개가 된 적이 있는 그는 고등학교때 이태리로 유학을 가서 현재 이탈리아 국립 문화재복원대학 총장으로 재직중이다. 유럽 통합을 기념하기 위해 27개국이 참가한 89년 유럽미술대전에 외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이탈리아 대표작가로 선발되어 ‘시벨리우스 2000’대상을 수상하면서 미술계를 놀라게 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태리의 한 수도원에서는 그가 평생을 수도원 안에 있는 작업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첫댓글 와우! 대단합니다...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 '천국의 문'이 전시되어 있다니 놀랍습니다.
준비기간과 작가님 대여료까지 모든게 잘 어우러져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나 봅니다.
집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안내...감동스럽고 감사합니다..^^*
처음 전시회를 한다고 했을 때 가봐야지 생각을 했다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깜빡... 그래도 다녀온 분의
이야기를 듣고 갔었는데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연거푸 2번의 설명을 들으니 조금은 느낌이 와써 너무 기뻤어요.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저도 너무 감사하지요. 예전 홍수로 놀라셨던 마음은 이제 괜찮으신지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저도 경복궁에 꼭 들려서 보려구요.^^
11월까지 전시가 될런지요?
현재는 11월 4일까지인데 연장 교섭중이라던데 제가 갔을때는 아직 확답을 못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연장이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어요.
와! 정말 좋은 전시회에 다녀오셨네요.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예술작품들인데 갈 수 없으니.....
까페에서라도 볼 수 있도록 나누어 주심에 감사드려요. ^^*
맞아요. 서울에서만 전시가 되다보니... 안타깝지만 혹시 나중에 피렌체에 가셔서...
나선생님 덕분에 귀한 작품을 해설과 함께 볼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나눌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혼자보기는 아까운 전시회였습니다.
월요일 갔다가 휴관해서 다시 토요일에 다녀왔습니다.
주보를 가지고 가서 교우확인이 되면 12000원 관람료가 9000원이 됩니다.
11월4일까지 하는데 연장할 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강추합니다~
아, 그러셨군요. 저도 주보를 가지고 가서 할인된 금액으로 보았어요. 그날은 전시회가 끝나기전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바쁘기도 했고, 내일하고 모래는 피정을 가서 접어야겠어요. 다시 한번 보겠다는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