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산따라 터벅터벅 사찰기행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찾아서...
글 _ 신화규(국제포교사)
팔공산은 약사 신앙의 성지라고 알려졌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찾아오고 갓이 학사모와 같다 해서 수험생 어머니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갓바위 부처님을 참배하기 전 먼저 들른 선본사의 초입은 예사 절과는 조금 다른 사천왕을 모시고 있다. 밖에서 보면 누각으로 보이나 108계단을 오르면 바깥쪽에는 선정루라는 현판이 있고 그 계단과 계단사이 공간에 사천왕상을 그려서 사천왕문을 겸하고 있다. 계단을 다 올라 절 안에서 보면 범종이 있는 종루도 보인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는 팔공산의 지맥이 뻗어 내린 산자락에 포근히 안겨 있는 모습이 엄마 품에 안겨 잠든 아기처럼 편안하기 그지없다.
선본사는 신라 소지왕 3년 동화사를 세운 극락화상이 창건한 천년 고찰로서 '선본암 중수가문' 에 보면 팔공산에서 가장 최초로 창건된 사찰로 전해진다.
선정루를 통해 절 안으로 들어서면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전과 도효자와 예류성자를 모셔 놓은 산신각이 있다. 또 선정루 앞에는 이 절의 연혁을 고증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석조대좌가 있다. 위쪽은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팔각형 양련 형태이며 그 아래에 역시 팔각형의 대좌 받침이 있다. 선본사 유물 가운데 선본사 삼층석탑이 있다. 선본사에서 갓바위 부처님 쪽으로 바라보아 노적봉으로 올라가는 산허리쯤에 있는 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갓바위 약사여래불을 조성한 의현 큰 스님의 사리를 봉안했다고 전해오고 있다,
선본사에서 나와 관봉의 갓바위 부처님을 향해 오르는 길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념의 마음으로 이 길을 오르내리는 많은 기도 참배객들을 위해 계단불사를 하고 있다.
일일이 돌을 손으로 조각한 8000여 개의 돌로 친환경적인 계단을 만들어 좀 더 많은 사람이 오르기 쉽도록 하고 있다. 이 계단불사를 위해 한 비구니스님께서 직접 단주를 만드셔서 판매하여 회향하고 계신다고 한다. 가파른 계단을 약사여래불을 염송하며 오르다 보면 팔공산 전체를 수미단으로 봤을 때 하단 역할을 하는 칠성각, 용왕각, 산신각을 만날 수 있다. 삼층석탑과 갓바위 부처님 중간에 산신, 칠성, 용왕등 신중신앙을 모신 것은 우리 생활 속에서 친근한 민속신앙과 불교이 신중신앙이 만나 마치 이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약사여래 부처님과 아미타 부처님을 수호하는 신장역할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갓바위 부처님을 향해 오르다보면 다리를 잠시 쉬어가며 차 한 잔을 할 수 있는 무료 찻집이 있다. 입구에 모셔진 애자모 수중 지장보살님께 합장 반배 올리고 돌아보면 앞이 훤히 트인 곳에 있는 삼여처라는 찻집이다. 삼여는 생활. 삶. 여유를 갖자는 뜻이란다.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 무료 찻집의 따끈한 한잔의 차에 전생부터 이어온 인연 줄이라도 잠시 놓고 가라 하심의 뜻인 듯싶다. 약사여래불의 영험을 녹여 만든 약차를 한 잔씩 들고 세속의 욕심으로 가득 찬 중생 병을 오늘 하루 여기 온 공덕으로 순간이라도 잊으라 하심이 아닌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찻집에 들어서니 환히 트인 통유리로 병풍같이 둘러싼 팔공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가 중단에 속한다. 구불구불 넘어가는 능선길, 이쪽으로 가면 동화사길 저쪽으로 가면 은해사길... 어떤 인연 줄로 이리 저리 나눠질까? 차 한잔을 목에 축이고 관봉의 갓바위 부처님을 향해 오르다보면 드디어 수미단의 상단이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해발 800m 산위에 천년의 세월을 좌선에 들어계신 갓바위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팔공산의 관봉 끝자락에 자리 잡고 계신 관봉 갓바위 부처님은 신라시대의 원광스님의 제자이신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하였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스승 원광법사는 “손과 발과 몸에 마음을 실어하는 공부가 진정한 공부이다. 네 눈과 마음. 네 어머니의 눈과 가슴에 흡족한 형상을 조성 할 때까지 산을 내려오지 말아라. 재주가 아닌 지혜로 돌을 쪼라“고 당부하였다. “병을 고치지 못해 네 어미가 돌아가셨듯이 세상에는 병고에 시달리는 중생들이 무수히 많다. 병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극진한 정성을 올리면 병고에서 해탈 할 수 있도록 약사여래불을 조성하여라. 경에 이르기를 중생들이 지옥이나 축생 혹은 귀신의 세상에서 끝없이 유전하다가 약사유리여래의 명호를 듣게 되면 나쁜 짓을 버리고 착한 법을 닦아 악도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했다“ 스승의 당부를 잊지 않고 의현스님은 20여년 동안 관봉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바위에 불상을 새기는 작업을 하였다. 그리하여 얼굴 길이가 80cm, 위에 쓰고 있는 갓이 1m80cm의 지름인, 이마 한가운데에 백호가 둥글게 솟아있고 두 어깨가 반듯하고 넓어 존엄한 느낌을 주고 있는 갓바위 부처님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로써 팔공산에는 갓바위 부처님을 모신 국내 유일의 산중 수미단이 완성된 것이리라...
Tip. "갓바위 짠무지"를 아시나요?
영남에 영산 팔공산 갓바위 약사여래 부처님이 계신 선본사에는 하루에도 수천명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선본사에서는 참배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식사를 보시하고 있는데, 참배객이 많다보니, 얼핏보면 너무나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밥과 국 그리고 노란 짠무지가 전부다. 이것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 반찬들 가운데 짠무지는 해외 토픽에도 실릴 만큼 유명하다. 처음 먹기에 짜기만 하고 왠지 절에와서 궁색하게 얻어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 '짠무지' ,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해외에서 까지 소개가 되었을까? 이유인 즉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참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유행할 때 유독 한국사람은 사스에 걸리는 사람이 적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김치의 유산균과 마늘, , 소금에 절인 음식 덕북이라고 외국 의학계에서 발표한 바도 있다고 한다. 특히나 하루에도 몇 만명이 다녀가는 한국의 유명한 사찰에서 짠무지를 신도들에게공급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사스예방은 생활에서 나온다고 소개됐다. 선본사의 시레기국에 짠무지, 콩조림으로 이루어진 밥상은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기도처에서 주린배를 채우고 다시금 신심을 내어 기도하기엔 더 없이 좋은 공양임에 틀림없다. 갓바위 시레기국과 짠무지를 맛보고 싶으면 음력 초 하루부터 초 이래까지 아침6시부터 새벽1시 평일 오전6시 오후 6시까지 팔공산 갓바위 선본사에 오면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전국제일의 기도 도량인 이곳에서 오늘도 스님들은 24시간 기도 정진에 임하고 있다.
<clearmind 2005 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