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1회차 강의후기 ■ 세상에 나를 알리는 첫걸음,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말이 될 수 있습니다. 광주의 장애인들과 진행한 스피치·커뮤니케이션 교육 첫 시간은 바로 이 한마디를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번 교육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말하기, 듣기, 공감하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궁극적으로는 ‘세상에 나를 당당하게 알리는 힘’을 키워가는 과정입니다.
첫 만남인 만큼 1회차에는 ‘말 잘하기’보다 어색함을 없애고 서로 친숙해지는 라포(Rapport) 형성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강의시간보다 30분전에 도착했는데도 벌써 3명이 와 계셨고, 저는 들어서면서부터 힘차게 인사하고 재빨리 강의셋팅 후에 그분들과 미리 충분한 대화를 나눠서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간단한 퀴즈와 옆 사람과 함께하는 손동작 활동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던 표정도 활동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밝아졌습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손동작을 맞춰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강의실 안에는 조금씩 웃음과 활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강사 박서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사가 먼저 큰 목소리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학습자에게 무조건 “해보세요”라고 요구하기보다 강사가 먼저 보여주고, 함께 따라 하고, 그다음 혼자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자기소개를 한 번에 완성하도록 하지 않고 아주 쉬운 4단계로 나누었습니다. 1단계, 인사하기 – “안녕하세요!” 2단계, 미소 짓기 – 상대방을 바라보며 밝은 표정 만들기 3단계, 내 이름 알리기 – “저는 ○○○입니다.” 4단계, 반갑게 말하기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 이름을 말할 때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한 글자씩 천천히, 또박또박 소리 내어 본 뒤 자연스럽게 이어서 말하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박·서·진.” 그리고 다시 “박서진입니다.” 짧은 연습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름은 세상에 자신을 알리는 가장 첫 번째 말이기 때문입니다. 4단계를 충분히 연습한 뒤에는 옆 사람과 마주 보며 직접 자기소개를 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미소짓고) “저는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학습자들은 조금 더 또렷하게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옆 사람의 인사에 미소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피치는 말의 기술 이전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내 말습관도 재미있게 알아보기
후반부에는 평소 자신의 말습관을 알아보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차분히 기다리면서 잘 듣는 편이다.” “나는 먼저 인사를 잘한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면 긴장한다.”
질문을 하나씩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O·X 푯말을 들어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정답을 맞히는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평소 모습을 생각해 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평소 어떻게 말하고 듣는지’를 스스로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말로 길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O와 X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고, 선택한 이유를 한마디씩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또 한 번의 스피치가 이루어졌습니다.
■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과 연결되도록
첫 수업을 마치면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유창한 발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해보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미소를 지어주는 작은 모습들이었습니다. 자기소개는 단순히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라고 세상에 자신을 알리는 첫 번째 용기입니다.
장애인 학습자들에게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세상과 소통할 기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스피치 과정에서는 말을 얼마나 유창하게 하는지를 평가하기보다 한마디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해 보는 경험과 자신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첫 시간, 짧은 자기소개 한마디에서 시작된 변화였습니다. 앞으로의 수업에서는 말하기에서 듣기로, 듣기에서 공감으로, 공감에서 소통으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갈 예정입니다. 열 번의 만남이 끝났을 때 학습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 더 환한 표정과 조금 더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연습한 이 짧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크고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깊은 울림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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