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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한공회 고발은 아파트 회계감사 시장에 대한 몰이해이거나, 부처의 입장만을 고려한 행위가 아닌지 우려돼. 아파트 회계감사 보수가 100만원 상승한 것이 고발까지 가야할 정도의 담합이라면 중개보수 요율을 정하고 있는 법률이나, 외감법의 개정에 따른 표준감사시간 역시 고발되어야 하는 조치로 보여.
입주민의 부담 완화를 이야기하지만 한달에 백원도 들이지 않고 회계투명성을 얻겠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이며, 고정요율인 중개보수와 비교하면 회계감사비용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임. 게다가 공정위는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아파트감사품질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원론적인 언급만 하며 조치가 사회적으로 불러올 파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탁상공론의 행정을 보여.
공정위도 상조업체를 규율하기 위해 회계감사를 활용하려 하고, 국토부에서 아파트 관리를 규율하기 위해 회계감사를 활용한 것은 담합으로 보는 것은 부처간 엇박자이며, 아파트회계감사를 국무총리실에서 정부의 치적으로 홍보하여 회계사들은 현장에서 감사를 하기에 더욱 어려워진 상황임. 공정한 경쟁은 절대 선(善)으로 공정한 감사를 저해하는 경쟁이어도 되는 것인지 청년회계사들은 공정위에 묻고 싶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가 내놓은 아파트회계감사에 대한 최소감사시간 준수 지침을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로 보아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고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청년회계사회는 그간 회계업계 내에서 감사 품질이 아닌, 감사보수의 현실화만 이야기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에 최소감사시간의 준수가 감사품질과 무관한 가격담합의 성격이라면, 어느 정도의 징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회계감사에 대한 최소감사시간은 가격의 담합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정위가 아파트 회계감사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섣부르게 의사결정을 했거나, 현실을 알고 있다 해도 부처의 입장만을 고려한 소탐대실의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한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감사보수가 한공회의 최소감사시간 준수 요구 이후 97만원에서 214만원으로 120%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금액으로는 117만원에 불과함에도 인상률을 기준으로 하여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 것은 공정위가 아파트 감사의 현실 보다는 자신들의 조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공정위는 한공회가 시간뿐 아니라 임율 등을 언급한 것이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하며 아파트는 국민의 70%가 거주하는 생활공간으로 회계감사비용이 관리비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감사품질은 제고해야 하나 최소감사시간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함을 역설 했다.
하지만 청년회계사들은 공정위의 이 주장을 한 번 따져보고자 한다. 아파트의 중개보수는 요율이 정해져 있으며, 상한요율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정요율로 작동하고 있다. 2000세대의 대단지에 전세가격이 3억이라고만 가정해도, 중개보수는 무려 24억원(3억*0.4%*2000세대)이다. 2년에 한 번 계약이 돌아온다고 해도 1년의 중개보수가 12억이며, 한참을 양보해서 2000세대 중 90%가 자가라 거래가 없고, 10%만 임대라고 해도 중개보수가 연간 1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공정위가 밝혔듯이 최소감사시간을 정하기 전의 아파트감사 평균보수는 100만원이 되지 않았다. 이 당시 청년회계사회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2천세대의 대단지의 감사보수가 50만원이 안 되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품질을 위한 최소한의 감사시간을 제시했고, 감사보수가 100만원 상승했다. 1년에 100만원이면 1000세대를 기준으로 1년에 천원의 관리비가 더 부과된 것이다. 한달에 80원의 관리비를 더 내는 것이 공정위가 철퇴를 내려야 할 정도의 담합행위인가? 투명성을 부르짖는 우리 사회가, 투명성을 위해 한달에 80원조차 지불 할 수 없다면 대체 투명성은 누구의 희생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보수산정기준을 정하는 것이 법 위반이고, 아파트의 거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것이라면 정해진 요율을 지불하는 중개보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주택을 중개하는 행위가 거주할 ‘곳’을 정하는 행위이기에 중요하고, 그래서 법에 따라 강제하여 요율을 정하고 있다면 거주하는 동안의 관리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는 절차 역시 중요한 절차다. 설령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중개보수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성이 덜 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행위였다면 지금까지 정부가 아파트 회계감사를 주제로 성과를 내세운 것 자체가 자기기만이 된다. 게다가 최소감사시간이 공정거래법의 위반이라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표준감사시간을 도입한 국회와 금융위원회도 모두 고발대상이며, 몇십년째 중개보수를 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회는 크나 큰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것이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해도, 공정거래의 이상과 투명한 회계감사 중 한가지만 강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공정위는 품질제고와 투명성확보가 필요하나, 가격경쟁제한은 법 위반이라며 고뇌를 드러냈고, 아파트감사 품질 제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고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언급일 뿐이다. 공정위가 처벌과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은 감사시간을 제한 하지 않고 감사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감사품질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회계사 시험에 윤리과목을 넣어서 회계사들이 도덕적으로 된다면 가능할 것인가? 아니면 보수를 받지 않아도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감사해야 하는가? 공자 마저도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 말 했다. 보수를 받지 않고 공정하게 감사하라는 것은 청년들에게 열정만 가지고 열심히 일 하라는 열정페이와 다르지 않다. 공정위의 판단은 현실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현실감각이 결여된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공정위의 이번 처분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처분이라는 생각 역시 지울 수 없다. 공정위는 지난 2월 5일 보도자료를 발표하여 상조업체의 감사보고서를 전수조사하고, 회계사들에게 주석사항에 대한 안내 공문을 발송하였다. 회사가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인에게 주석사항에 대한 안내를 한 것은 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대리작성하라는 것으로 외부감사법 위반이며, 공정위가 외부감사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행위였다. 게다가 공정위 역시 필요에 따라 외부감사를 활용해서 상조회사를 규제하려고 하면서 아파트의 부실한 관리에 대해 최소한의 외부감사를 통해 바로잡으려는 것을 경쟁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정부의 탁상공론과, 그에 따른 조치는 현장에서 일하는 회계사들의 업무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어간다. 정부에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감사의견을 활용해 아파트 회계가 부실하다고 몰아감에 따라 주택관리단체에서는 회계감사에 반감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주택관리사 협회에서는 감사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냈다. 감사를 받는 사람이 이 정도면 충분하니 더 이상 감사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품질을 유지하자는 결의까지 규제한다면 아파트 감사와 관련해서는 회계사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차라리 우리는 입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요식행위로 전락하게 될, 아파트 회계감사 의무화를 폐지하자고 건의하고자 한다.
공정한 경쟁은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이 오직 선(善)이었던 기성세대의 시절과 달리, 요즘 청년들은 스스로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경쟁이 절대 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에 회계감사를 맡기고 있는 현실에서, 회계사들에게 제한되어야 하는 경쟁과 그렇지 않아야 하는 경쟁이 무엇인지 우리도 숙고해 볼 것이다. 공정한 감사를 위한 경쟁은 우리는 언제든지 환영한다. 하지만 감사의 대상이 회계사들에게 경쟁을 요구하고, 그 경쟁이 불의와 타협하는 경쟁이라면 그러한 경쟁은 지양할 것이며, 그런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청년회계사들은 감사라는 공적 영역을 점점 더 기피하게 될 것이다.
경쟁법은 경쟁을 보호할 뿐, 경쟁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지금의 처분이 과연 경쟁을 보호하게 될지, 아니면 아파트관리단체라는 경쟁자를 보호하게 될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아울러 경제민주화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조금씩 변할 때 가능하고, 공정위는 그 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공정위가 모든 변화를 직접 일으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한 조급함에 내린 결론이라면 다시 재고하길 바란다.
첫댓글 업무현실은 생각도 않고... 아파트회계감사를 왜 받게 하는지를 모르고 시행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