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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불붙은 스마트폰의 진화는 여러 부문에 걸쳐 엄청난 속도로 진행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팜OS, 윈도우, 블랙베리에서 안드로이드와 iOS로 이어지는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진화가 자리잡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의 진화 덕분에 스마트폰은 PC를 위협할 만큼 발전했다. 다음은 뭘까? 센서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많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뭘 원하는지, 뭘 하려는지 알아서 처리해주는 진짜 ‘스마트’한 기기로 발전하는 것 말이다. 스마트폰 속에 단순히 센서를 몇 개 더 우겨넣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각 센서들이 내놓는 정보를 스마트폰과 앱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스마트폰의 이용 방법 마저 바꿔 놓을 열쇠다. 이는 이미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 칩이 있다. 줄여서 MCU(Micro Controller Unit)라고 부른다. ARM의 코어텍스M, 애플 M7, 모토로라 X8 시스템 등이 바로 MCU다. 구글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모토로라의 ‘모토X’는 센서를 제대로 활용한 좋은 사례다. 모토로라는 모토X에 ‘X8 모바일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통합 프로세서를 내장했다. 기본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S4’ 프로세서인데, 여기에 자연어 처리와 상황인식 프로세서를 넣었다. 이 칩을 쓰면서 모토X는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아도 언제고 ‘오케이 구글나우’라고 이야기하면 즉시 말을 알아듣고 주머니에서 꺼내면 화면을 켜서 그 동안 놓친 정보들을 한 번에 보여준다. 애플의 ‘아이폰5S’도 이용자가 아이폰을 들고 운전 중인지 걷고 있는지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 정보를 받아 내비게이션을 운전 모드나 도보 모드로 알아서 척척 바꾼다. 운전중에는 와이파이를 잡을 필요가 없으니 이미 잡혀 있는 이동형 공유기가 아니라면 무선랜 신호 탐색을 줄이기도 한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데는 센서와 이를 분석하는 프로세서의 조합이 필요하다. 경험에 따라 가속도 센서, 조도 센서, 근접 센서, 자이로 센서 등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오작동 없이 정확히 판단을 내리는 시나리오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센서 정보도 결국 데이터다. 이 값을 처리하려면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모바일 프로세서가 그 역할을 한다. 스냅드래곤이니, 엑시노스니 하는 바로 그 칩이다. 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들은 대기 상태에는 최소한의 전력만을 쓰도록 설계돼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계속 센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적지 않은 전력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약 10분의 1 수준의 전력만으로 대체하는 것이 스마트폰에 쓰이는 마이크로컨트롤러 칩이다. 대표적인 것이 ARM의 ‘코어텍스M’이다. ARM의 코어텍스M 아키텍처를 쓴 칩은 많아야 수십mA의 전력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늘 켜져서 센서들을 감시하고 적절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전원을 켜고 AP에 명령을 넘겨줘도 배터리 소비에 부담이 없다. 그 사이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가장 적은 전력 이용 단계로 움직임을 줄일 수 있으니 전반적으로 스마트폰의 전력 소비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코어텍스M의 경우 1MHz로 돌리면 수은 전지 1개로 15년 동안 쓸 수 있을 만큼 적은 전력으로도 작동한다.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코어텍스M 칩은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몇십 MHz 수준으로 몇 마이크로와트 정도의 전력만 써서 작동한다. 그렇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성능이 가장 좋은 코어텍스M4로 MP3플레이어를 만들면, 평균 0.5mW의 전력만 주어도 10MHz 미만으로 작동하면서 음악을 원활하게 재생할 수 있다. 자원을 많이 써 봐야 12MHz수준으로, 이때 0.65mW의 전력을 소비한다. 코덱도 MP3, WMA, HE-AAC까지 재생할 수 있다. 코어텍스M4의 경우 최대 속도는 150MHz까지도 낼 수 있다. 단순 센서 관리 기능 외에도 다른 일을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다른 일을 하나도 할당하지 않는 대신 아주 낮은 전력으로 센서만 관리하도록 작동한다. 코어텍스M은 작동속도, 명령어 처리, 리지스터 등에 따라 M0, M3, M4로 나뉜다. 코어텍스M은 2013년 초부터 나온 스마트폰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를 내놓으면서 ‘센서허브’를 강조했는데 스마트폰에 기압, 온도, 습도, 조도 등 아주 많은 센서를 장착한다. S뷰 커버를 열면 화면이 저절로 켜지는 이유도 자석 같은 게 아니라 커버가 덮이고 열리는 것을 센서와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상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모토로라다. 모토로라와 구글이 내놓은 야심작 모토X에는 ‘X8 모바일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프로세서를 넣었다. 이걸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일 프로세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스냅드래곤S4 프로 칩에 자연어처리, 상황인식 프로세서를 합친 것이다. 이게 사실 코어텍스M 칩으로 하는 것인데, 모토로라가 이름을 잘 만들었다. 음성명령을 처리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모토X를 주머니에서 꺼내면 모션 센서가 움직임을 파악한다. 일단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 같은 동작이 일어나면서 조도 센서를 통해 빛이 감지되면 주머니에서 꺼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판단하고 전원을 켜주는 데까지가 코어텍스M의 역할이다. 음성인식도 마찬가지다. ‘오케이 구글나우’라고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아도 모토로이는 전원을 켜고 음성인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역시 마이크를 통해 특정 음성이 적용되는 상황을 만족시킬 때 전원과 구글 나우를 켜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까지가 마이크로세서가 하는 일이다. 주머니에 꺼낸 뒤 중요한 메시지를 보기 쉽게 띄워주거나 구글 나우를 켠 뒤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알람을 설정하거나 e메일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모두 코어텍스A를 비롯한 AP가 할 일이다. 애플도 센서를 상시 활용하는 앱들이 늘어나면서 아예 센서와 관련된 역할을 별도 칩에 분리하고 이를 ‘M7 모션 보조 프로세서’라고 이름붙였다. M7은 코어텍스 M3 기반 칩인데 아이폰5S에는 특별히 센서를 더 추가해서 넣진 않았다. M7 칩은 가속도, 자이로스코프, 나침반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준다. 기존 아이폰에도 있던 센서지만 관리를 M7에 맡겨 상시 체크하면서도 배터리 관리에도 유리하다. 애플은 이 칩을 iOS7에 적극 활용했다. 걷는 중인지 차를 타는 중인지에 따라 내비게이션이 차량용·도보용으로 바뀌고, 차량 이동중에는 무선랜 신호 탐색 빈도를 줄인다. 또한 애플은 이 API를 공개해 여러 앱에서 M7으로 처리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 마이크로컨트롤러가 모션 센서 등으로 관심을 받자 인텔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를 내놓았다. 인텔은 2013년 9월 ‘쿼크’(Quark)라는 초저전력 프로세서를 내놓았다. 인텔 발표에 따르면 10mW 정도의 전력으로 콘트롤러 역할을 하거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설계는 다르지만 칩 자체의 특성이나 역할은 코어텍스M과 많이 닮아 있다. 꼭 스마트폰이나 PC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현장, 심지어 터치스크린 같은 부품까지도 쓰이는 것이 마이크로컨트롤러기에 칩 업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발행2013.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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