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언
핸드폰을 돌려받다
지난 8일 고교동창 봄나들이에 가려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눈썹도 좀 그리고 광선차단제도 알맞게 바르고는 집을 나섰다. 만나는 시간보다 쪼금 이르게 가다보니 길가 봄꽃들을 핸드폰에 담기도 하고 강아지에 끌려가는 노파를 보면서 '더 늙으면 저렇게 되려나...'해찰을 부렸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있어서 누군가?하고 뒤돌아보니 왠 젊은 사람이 나에게 '공원을 지날 때 핸드폰 빠뜨리신거 아니세요?' 하면서 핸드폰을 건네주었는데 얼른 봐도 내 것이 획실했다. 그래서 얼른 받기는 받았는데 어디서 잃은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 핸드폰을 되돌려받았다.
어리하지만 핸드폰에 오만정보가 들어있어서 그대로 잃었더라면 여러 고을이 복잡할 뻔했다. 나는 영겁결에 늘 하던 말씨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말았는데 걸어가면서 생각하니 좀 더 차분하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어야했는데 그러하지 못해서 참으로 미안했다. 그 감사의 순간 그 청년의 이미지를 내 눈에 담아두었으니 다시 만남을 기대한다
친구들과 은사님을 뵙다.
사당역에서 4호선을 바꾸어탔는데 뒤편에서 누가 '어이 선달'하는 소리가 있어서 뒤돌아보니 남촌이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대공원역에 내려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기는데 누군가 옷소매를 잡는 사람이 있어서 돌아보니 항산이었다. 아직 큰 장이 서기도 전에 두 친구를 만났으니 많은 친구들이 나올 예감이 들었다
셋이서 2번출구 밖으로 나오면서 일단 자주색 모자를 쓴 친구들을 찾다보니 커다란 '서울대공원' 입간판 글자 위로 많은 친구들이 앉아있었다. 마치 사열을 받듯이 우에서 좌로 이동해가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 때 암천이 '여기 노선생님 계신다. 모두들 와서 인사드리라'고 외쳤다. 가까이 다가가서 선생님을 뵙고 인사를 올리면서 건강을 여쭙자 여전히 정정하셨고 따뜻하게 덕담을 해주셨다.
이번에는 주민증을 돌려받다.
오리로스에 막걸리를 잘 먹고 선물까지 챙겨서 친구들과 삼삼오오로 흩어져서 대공원역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 때 '사당행열차가 당행에 도착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귀에 들려왔다.
빨리 탈 욕심으로 친구들과 변변한 인사도 나누지 아니한 채 냅다 달려서 출입기에 우대권을 찍고는 계단을 내리달려서 간신히 탔다.
막상 타고 보니 나보다 더 부지런한 친구들이 먼저 탔는지 우대석 귀퉁이에 모여서 낮은소리로 담소하고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우대증을 지갑에 다시 넣으려니 지갑이 훌쭉해졌고 함께 있어야할 주민증이 없었다. '이거 큰일이다'생각하고 지갑을 칸칸이 제껴봐도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모두 뒤져봐도 주민증은 영 보이지 않았다.
난감해할 때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항산이었다. 목소리 큰 그가 '어이 선달 주민증 안 잃어버렸는가?'해서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없어서 찾고 있는 중 이라'고 말하자, 항산 말씀 '내가 선달 주민증을 가지고 있으니 다음 광문포럼 때 전해줄까? 아니면 바로 지금 전해줄까?'해서 내가 채권자처럼 바로 받음세'했다. 항산왈 '내가 다음 열차를 타고 갈터이니 7-1칸 타는곳에서 기다리소'했다.
다음 열차를 그 포인트에서 기다리니 영락없이 항산이 산타처럼 나타나서는 나에게 주민증을 전해주고 다시 그 열차를 타고 떠나갔다. 정말로 고마와서 어리둥절했다.정신을 가담듬고 나의 해묵은 주민증을 원대복귀시켰다.
잠실로 가는 2호선을 바꾸어타는 에스칼레이터를 얼른 못찾아서 가까이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노인들 틈새를 비집고 타면서 속으로는 '일이 잘되려니 이동도 쉽게하는구나'하고 안도했다.
2호선 바꾸어타는 곳에 내리니 우리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그 중에 무아가 나더러 주민증을 찾았는지 묻더니만 나의 주민증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다 듣고나니 친구들이 '어이 선달 자네는 동쪽으로 가야하는거 아녀?'해서 보니 모두들 서쪽으로 가는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이 일러준대로 이동해서 잠실쪽으로 가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 날은 알지 못하는 청년으로부터 핸드폰을 되돌려 받았고 봄나들이에서 은사님도 뵙고 오랜 친구들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분실했던 주민증을 뜻밖에 쉽게 되찾은 되게 운수 좋은 날이었다.
모든 공감:
8고인수, 이종기 및 외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