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까지 승용차로 갈까하고 지도를 펴 보니 우리나라도 참 넓다는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히 무궁화호 기차가 평택에서 함안까지있다.
아니면 ktx 를 타기 위해 천안아산역까지 가야하고...
거기 어디서 또 함안을 가기 위해 갈아 타야하는데...
이러 저러 시간을 계산하면 무궁화호 기차가 오히려 더 편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5시간 가까이 걸리는 기차표를 보면서 참.......
그런데 기차 탄 순간 마음이 편안해 졌다.
[이상]의 수필 "권태"가 생각났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초록일색이라 지루하다는 구절을 떠 올리면서...
그럼.....초록색이 아니라 세상이 빨간색이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창가엔 내또래의 아주머니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함안까지 가기 위해 단단히 준비했기에 뒤적뒤적 책을 꺼냈다.
"육일약국 갑시다."
좋은 내용이다.
가끔 밑줄을 치고 싶을 만큼 이분의 사업구상은 대단했다.
최근에 한의원을 개원한 아들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절반쯤 읽었을 때.....
창가의 아주머니가 일어나 옥수수 반토막을 건낸다.
'참 맛있다.'
열차카페로 건너가 물과 샌드위치를 두 개 사 가지고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아주머니는 안양 어느 고등학교 수학교사를 하는 딸의 애기를 봐 주다가 방학이 되어 고향 대구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시간이 아깝다.
창밖에 펼쳐지는 경치도 봐야하고...
책도 마저 읽어야 하고...
아주머니와 이야기도 해야하고....
대구역에서 아주머니가 내리시자 나는 책을 아주 덮어 버렸다.
창밖에 펼쳐지는 푸르름...
꽃.. 산... 물... 마을.. 모두 생활이지만 오랫만에 색다른 느낌으로 소중하게 다가왔다.
대구를 조금 지나자 구영근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까지 왔냐?" 고....은근히 멋진 분이시다.
아~
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여자 교장 선생님들에게 무릎가리개를 직접 레이스를 붙여서 하나씩 건넸던....
자동차를 잘 가꾸고 꾸미셨던 음악선생님~
자기는 늘 2인용이어서 이름도 [이인용]
이인용 선생님의 근무지가 함안이라했던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니...
마침 부산에 가셨다고 한다.
조촐한 함안역 4시!!!
플랫홈에서 나가는 길을 두리번거리며 찾는데 조창래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함안역에서 꼼짝도 하지 말고 기다려라..."
가족을 마중나오는 것처럼 따뜻한 목소리에...
광장이랄 것도 없는 아주 작은 함안역.... 젖은 소나무 밑에서 교장선생님을 기다렸다.
^^*
사나이 조창래 선생님을 거진 1년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내 언제 이 분들과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5시간을 달려 여기까지 왔나?'
그냥 웃음이 나온다.
잘 정리된 학교와 깔끔한 조경과 운동장이 넓은 함안명덕여고 교장실엔~
일사회(14분임) 교장 선생님들이 도착하여 기다리고 계셨다. 1시간 늦었거던...
모두 흥분되고 격앙된 마음에서 인사를 나누며.... '그래도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길어지므로 요기서 끝내고...
우리 가족 저녁 먹은 다음에....
사진과 함께~
.
.
.
그로부터 2일 뒤....
오늘은 7월 29일~
다시 보니 새롭고 꿈을 꾼 듯한~ 그래도 아련한 그리움에서 사진을 다시 봅니다.(이제 존대말)
교장실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리 분임 19명 교장 선생님 중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6분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잘 정돈된 조경과 학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부터 분임장 김영섭 교장선생님, 차경록 교장선생님, 구영근 교장 선생님, 조창래 교장 선생님...
그리고 앞의 왼쪽이 총무 인정의, 그리고 예쁜 박정숙 교장선생님~
왼쪽 사진은~
저녁식사 장면인데 그래도 바다가 가까운 마산... 함안에서 회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은 조창래 교장선생님께서 사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이른 아침부터 복어수육과 복어탕으로 지난 저녁식사 후 노래방에서 기가 막힌 실력을 과시하시고...
그리고 연수원에서 한 잔 술을 마셨으니... 마음 속까지 시원한 복어탕을 먹었습니다.
함안 명덕고 주차장에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에이... 구영근 교장 선생님께서 잠시 깊은 상념에 잠기셨을 때 사진을 찍었네요.
그래도 이쁜 우리들이 있으니 눈을 번쩍 뜨셨군요~
아쉬운 작별~(다시 반말로...)
집으로 가는 길이 구만리 같다고 해야하나?
박정숙 교장선생님과 대전까지 승용차로 가기로 했다.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는 참 아기자기 했다.
역시 푸르름으로 가까이 있는 한국의 산이 정말 다정한 느낌이 들었고....
또한 구간 별로 일기도 다양했다.
햇빛을 주는 구간도 있고... 비를 뿌리는 구간도 있었다.
그래도 곁에 박정숙 교장 선생님이 있어 좋았고...
금산 인삼랜드 휴게실에 들러 휴식을 취하였다.
운전을 하고 있는 박정숙 교장 선생님이 참 대단해 보였다.
대전역에서 평택가는 기차표를 사면서 참 많이 망설였다.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입석이었고...
버스를 타러 가려면 택시로 20분이 걸린다고 했다.
남편은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보신탕을 먹기로 했지만... 그래도 기다렸다가 기차를 타고 오라고 한다.
조바심은 이미 버리기로 했으니... 느긋하게 대전역 여기저기를 둘러 보다가 기차를 탔다.
아! 입석이었지....!!!
마침 열차 카페가 있는 기차였다.
참~~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현명하게 살아 가는 듯 보였다. (모두 젊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래도 넓기에 원두 커피 한 잔을 사서 창가에 기대어 섰다.
나이 먹은 아줌니가 창가에 기대 서 있는 것이 안되어 보였던지..
역무원이 젊은 언니 하나를 일으키더니 나에게 앉으라고 한다.
넉넉하게 3인... 좁게 4인이 앉을 수 있기에...
저기 한 켠에 서 있는 아주머니를 불러 좁게...
다정하게 4명이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한 시간 뒤에 평택역에 도착하였다.
평택역이 소란스럽다.
???
아이구....쌍용차 !!!
평택역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 가는 시간에는 용산 참사에 남편을 잃었다는 젊은 여인이 검은 상복을 입고 울먹이면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사는 게 뭔지...'
생존이 달려 있는 쌍용자동차와 협력업체 사람들의 처절한 아픔...
순간...
나는 그래도 참 행복한 사람......
속상한 사람들 사이를 미안한 마음으로 지나 왔다.
평택에 잘 도착했노라고 교장 선생님들께 문자를 보내고...
5시 30분에 남편의 친구들이 온다니...
한 시간 동안....
부지런히 저녁 상차림을 했다. 시간은 넉넉했다.
긴 여행을 해서 조금 피곤하기는 했다.(이런 일들이 다반사이지만 괜찮다.)
아마... 친구들은 새벽에 돌아 간 모양이다.
다음 겨울 모임은...
대전 유성온천에서 하기로 했고..
내년 여름 모임은...
부부 동반으로 서울 투어를 하기로 했다.
함안까지 가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나 역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물론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으리라.
그러나..
약속을 했었다.
약속...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그냥.... 참석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많은 것을 얻었다.
고맙다..............
현명하고 슬기로운...박정숙 교장샘...
우리의 추진력..........김영섭 교장샘...
건강하세요..............구영근 교장샘...
경상도 사나이..........조창래 교장샘...
진정한 교육자..........차경록 교장샘...
첫댓글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언제나 자상하고 믿으직스러운 모습 너무 좋습니다. 복 받으세요
인교장님 당신이 있어 인연의 소중함을 한번더 생각해 보았답니다. 늘 건강하시길.....
인정의 교장님,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분위기가 넘 갼네요(경상도 말로 참 좋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