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言〕놀다
석현수
1.
"네가 끌도록 하여라."
양반이 종에게 일렀지만 종은 이내 지쳤다.
"좀 바꾸면 안 될까요?"
그러자 양반은 버럭 화를 냈다.
"말〔馬〕 시키지 마!"
한참 후 종이 다시 양반에게 물었다.
이제는 양반도 지쳤다.
"부디 말〔言〕 좀 들어라!"
종은 울상이 되었다. 말〔馬〕을 들고 가나? 마나?
2.
한 무리의 말〔馬〕들이 어울렸다.
그러다 애정 사고다.
말〔馬〕 싸움이 났다.
말〔言〕 싸움이 났다.
주위에서 좋은 말로 타일렀다.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네 말 하는 것이
말〔馬〕로써 말〔言〕이 많으니 말〔馬〕 말을까 하노라.”
3.
말〔馬〕이 싫어하는 것들
하나.
말〔馬〕 머리 돌리기
가는 말〔馬〕 그냥 가게 놓아 두어라.
슬그머니 딴전을 피우며 말〔言〕 머리를 돌리려 들지 마라.
말〔馬〕이든 말〔言〕이든 갑자기 머리를 낚아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둘:
말〔馬〕 꼬리잡기
시시비비는 논리로 해야 한다.
말〔言〕꼬리나 잡고 늘어져 싸움을 벌이는 것은
막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배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말〔馬〕 꼬리 잘못 잡다가 제대로 된 놈〔馬〕 만나면
사정없이 뒷발질에 날아갈 수도 있다.
셋:
말〔馬〕 허리 자르기
허리가 동강 나면 말〔馬〕은 죽는다.
대화의 질서는 새치기 때문에 깨어진다.
남의 말〔言〕에 끼어들 때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말馬 문을 막는다면 어느 말〔馬〕이 좋다 할까?
모자라는 식자들의 TV 토론에서 많이 보는 현상이다.
넷:
말〔馬〕 뒤집기
세상에, 누워 있는 말〔馬〕 보았는가?
뒤집힌 놈은 죽은 말〔馬〕이다.
한 말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이는 능숙한 거짓말쟁이다.
농담이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이 아니다.
다섯:
말〔馬〕 더듬기
말〔馬〕에다 어설픈 애무 하지 마라.
말〔馬〕을 잘못 더듬으면 당찮다고 콧방귀로 뚜루루 투레질한다.
말〔言〕 더듬거리면 꼼수로 오해받는다.
겉과 속이 다르면 말〔言〕부터 더듬게 되어 있다.
4.
준마駿馬가 되려면
잘 달린다는 뜻의 준마駿馬란
서야 할 자리에서 딱 정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말〔馬〕이다.
자기가 한 말〔言〕에 끌려다니면
말의 초점도 없어져 버리고 횡설수설이 되고 만다.
같은 말〔言〕 자꾸 하는 노쇠한 말〔馬〕이 새겨들을 말〔言〕이다.
5.
말〔馬〕이나 말〔言〕이나
천리마는 언제든지 있다.
그러나 그 말〔馬〕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백락伯樂이란 사람은 언제나 있는 게 아니다 (한유, 잡설雜說).
아무리 좋은 말〔言〕이라도
알아듣는 이를 만나야 말 빛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