干祿干名(간록간명) -재물을 구하거나 이름을 구하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다지만 실제로는 자기 이익을 구하고 있다.) 이상호(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 干祿干名(간록간명) : 干(방패 간, 범하다) 祿(祿 복 록, 녹봉), 名(이름명) 干祿(간록)은 재물 즉 녹봉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녹봉은 관리가 되어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干祿(간록)은 관직에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干名(간명) 또한 이름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름을 구한다는 것은 세상에 자기를 드러내어 명예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干名(간명)은 干祿(간록)과 통한다. 어쩌면 한 묶음이다. 사람들이 떠들고 자기를 드러내고 자기를 홍보하는 그 모든 행위의 저변에는 干祿干名(간록간명)의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 정치를 하려는 많은 사람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干祿干名(간록간명)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의 대부분에는 干祿干名(간록간명)의 마음이 숨어 있다. 겉으로는 백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이익을 구하고 있다. ===================================================================
1. 거리를 메우는 요란한 현수막 지난 추석 때는 현수막이 전국의 거리를 뒤덮었다. 보도에 의하면, 서울 마포구 대흥역에서 마포 세무서 앞 사거리까지 100미터 거리에 22개의 정당 현수막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지방도 숫자의 문제이지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거리 곳곳에 현수막이 뒤덮고 있다. 그 현수막의 배부분은 정당과 정당 소속의 사람이 써 걸어놓은 것이다. 특히 추석 때는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문구도 많았지만, 정당마다 다른 정당을 비판하는 문구가 대세를 이루었다. 정당과 정당 인사들이 붙인 현수막의 문구도 선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문구로 일색을 이루었다. 여당은 그 야당을 조롱하듯 비판하며 대통령의 정책과 여당의 활동을 홍보하는 문구가 주를 이루었다. 그 현수막의 내용은 모두 서로 간에 창과 뱅패였다. 야당에서 붙인 현수막의 내용은 정부와 여당을 향한 창이었고 여당에서 붙인 현수막은 야당의 창에 대한 방패였다. 그 창과 방패의 경쟁적인 싸움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구까지 동원되었다. 국민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기들의 존재감을 어떻게 더 강하게 선전하느냐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했다. 한 개인이 거리에 현수막을 붙이려면 관할 관청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장소에만 붙여야 한다. 그뿐 아니라 게시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개인이나 업자가 붙이는 현수막은 관할 관청이 만들어 놓은 현수막 거치대에 붙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얼마 못 가서 제거된다. 그러나 정당에서 붙이는 현수막은 차원을 달리한다. 거리의 아무 곳이나 붙인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몰리는 사거리 등에는 정당 현수막으로 도배를 한다. 그래서 좌회전 우회전하는 차량의 시선을 가리기도 하고 보행자의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교통안전에 방해가 된다. 서로 시민의 시선에 잘 띄게 하려고 경쟁적으로 붙이다 보니 어떤 것은 붙인 그 위에 또 붙이는 등 층을 이룬다. 사거리 등의 전주와 가로등은 현수막 거치대의 역할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그래도 정당과 정치인들의 현수막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만약 시민이 임의로 그 현수막을 제거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 현수막이 내 집 대문 위에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임의로 제거할 수 없다. 현수막에 대한 정당의 특권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하겠다는 그들이 국민을 불편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당이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특권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런 현수막이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 공해 수준이라는 비판이 일자 국민의 힘에서는 상대당을 비판 비난하는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겠다고 공헌했다. 그것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에 나온 자성의 목소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내용만 바뀌었지, 그들의 공헌대로 민생 관련 문구의 현수막은 여전히 거리를 메우고 있다. 야당은 여전히 여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절대로 현수막 정치를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11월 들어 정당과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현수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자기 이름을 시민들에게 더 인식시키고 알게 하느냐의 경쟁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 보고회, 시민과의 소통의 날 행사를 한다고 난리다. 모두 자기를 알리기 위한 일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었기에 앞으로 거리의 현수막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현수막 제거를 위한 조례를 제정한다지만 그것도 소용없을 것이다. 상위법이 바뀌지 않는 한, 국회의원들이 바뀌지 않는 한,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들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고양이가 주인에게 충성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들은 특권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리의 현수막은 요란하게 더욱 기성을 부릴 것이다. 이 모든 기저에는 몸을 바쳐 干祿干名(간록간명)하는 사람들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2. 干祿干名(간록간명)의 유래와 의미 그런데 옛날 사람들도 모두 干祿干名(간록간명)에 매우 노력하였던 것 같다. 하기야 지금처럼 직업이 다양하지 못하고 권위적인 왕권 시대에는 관직에 나아가는 것이 곧 윤택하게 사는 길이었을 것이다. 관직을 구하고 이름을 드러내는 일은 자기를 세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뜻있는 선비에게는 꼴불견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중국 송나라 때 학자 소요부(邵堯夫)는 그런 모습을 탄식하는 시를 지어 읊었다. 輪蹄交錯未暫停(윤제교착미장점) -수레와 말이 뒤섞여 잠시도 멈추지 않고 오가니 來若相追去若爭(내약상추거약쟁) -올 때는 서로 따르는 듯, 갈 때는 서로 다투는 듯 想得胸中無別事(상득흉중무별사) -생각하건데 저들의 가슴에는 무슨 일이 있는가? 苟非干祿卽干名(구비간록즉간명) -벼슬 구하는 것 아니면 이름을 구함이겠지
마치 거리를 오고 가는 요란한 수레와 말발굽 소리의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 옮겨 놓으며 그것을 보는 심경을 읊었다. 시인의 심사는 뒤틀려 있다. 비판적이며 벼슬 구하고 이름구하는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은근히 비난하고 있다. 輪蹄交錯未暫停(윤제교착미장점) 즉 수레와 말이 뒤섞여 잠시도 멈추지 않고 오가는 일은 어떤 일일까? 蹄(제)는 말발굽을 의미한다. 錯(착)은 섞인다는 것이고 暫(잠)은 잠깐을 말하고 停(정)은 머무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레와 말이 뒤엉켜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오가는 모습이다. 마치 오늘날 선거 유세장 같은 느낌이다. 그들은 분주하게 거리를 누비며 지나간다. 벼슬아치들 아니면 벼슬살이를 위해 무엇인가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이다. 지금도 선거철이 되면 출마자들과 정당들은 거리를 요란하게 만든다. 거리에는 이름과 슬로건, 정책을 쓴 현수막이 나부끼고 유세차량들은 요란하게 오간다. 옛날의 干祿干名(간록간명)자들은 관직을 얻는 것이었겠지만 오늘날의 干祿干名(간록간명) 자들은 시험을 통해 국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 즉 의원들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단체장 등 출마자들의 뒤에서 줄을 지어 유세하는 자들도 모두 그 그늘에서 干祿干名(간록간명)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來若相追去若爭(내약상추거약쟁) 즉 올 때는 서로 따르는 듯, 갈 때는 서로 다투는 듯하다. 追(추)는 따를 추이고 爭(쟁)은 다툴 쟁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서로 따르는 듯하지만 서로 다투고, 다투는 듯하지만 서로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다투며 승리하는 쪽이 祿名(녹명)을 구할 수 있다. 오늘날 정치인들도 서로 신사협정도 체결하지만, 선거전에 돌입하면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정신이 없어진다. 혹여 상대방의 약점이라도 잡으면 침소봉대(針小棒大)한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넘어뜨리고 자기가 승리할까만 꿈꾼다. 그런 과정에 화해란 없다. 요란해질 뿐이다. 특히 한국의 정당 정치가 더 심한 것 같다. 시인은 궁금하다. 想得胸中無別事(상득흉중무별사) 즉 그런 그들의 가슴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 답은 하나다. 시인은 추측한다. 苟非干祿卽干名(구비간록즉간명-진실로 벼슬 구하는 것 아니면 이름을 구함이겠지) 이것은 순전히 시인의 추측이지만 맞는 말이다. 천 년 전의 일이지만 오늘날 정치인들의 행동과 마음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이에 대하여 홍만종은 “날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레를 타고 말을 달리면서 거리를 오락가락하는 자들이 날이 저물도록 밤이 새도록 떠들어대는 것, 저 노상에 사람들이 물결 밀리듯 다니는 것, 모두 이 시가 의미하는 것과 뜻이 같을 것이다”고 하였다.(순오지) 예나 지금이나 돈과 이름을 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끄러웠나 보다. 이 시를 쓴 소요부(邵堯夫)의 본명은 소옹(邵雍)이다. 소옹(邵雍, 1011년~1077년)의 자는 요부(堯夫), 시(諡)는 강절(康節). 범양(范陽) 출신이다. 중국 송나라의 사상가이다. 중국 북송의 5대 현자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소강절이라고도 불린다. 성리학의 이상주의 학파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소옹의 집은 대대로 은덕(隱德)을 본지로 삼아 벼슬하지 않았다. 소옹은 몇 번이나 황제의 부름을 받았지만 끝내 관도(官途)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의 학문의 계열을 보면, 진박(陳搏)에서 충방, 목수(穆脩) 이지재(李之才) 소옹으로 이어진다. 진박(陳搏)은 그의 학문의 조상이다. 진박이 송나라 초기 도가였기 때문에 그의 학문은 도가사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도가적 논리보다도 오히려 《역경》의 논리에 기초를 둔 특색있는 선천심학(先天心學)에 힘썼다고 전한다. 그는 현상계(現象界)의 구조는 결국 음양(陰陽)의 대대(對待)요, 그와 같이 되어 있는 궁극의 자기 원인은 1기(一氣)이며, 천지의 ‘중(中)’이며 1동1정(一動一靜)의 ‘간(間)’이라 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간이나 중은 바로 사람의 마음의 작용 그것이기 때문에 천지인(天地人) 3자가 이 세계 구조의 전체를 나타내는 상응체계(相應體系)이라 하였다. 현상에 상즉(相卽)하는 현상 그 자체의 자기 원인이나 나(我) 속에 있으며 나의 마음의 작용 그 자체는 즉 세계 구조의 궁극적인 유일자(者)인 이 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작용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위키백과 참조) 그는 송나라 때 성리학의 종주 주돈이가 이기론을 주장할 때 상수론을 제창하여 쌍벽을 이루었다. 저서에는 〈관물편〉, 〈어초문답〉(漁樵問答), 《이천격양집》(伊川擊壤集), 〈선천도〉(先天圖), 〈황극경세〉(皇極經世)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한다. 그런 소요부는 벼슬을 하지 않았기에 벼슬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꼴불견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쩌면 벼슬,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모두 꼴불견의 자기 모습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유아독존의 자기의식에 도취되어야만 오늘날 선거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3. 조용한 선거는 치를 수 없을까? 나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조용한 선거를 치를 수 없을까를 늘 고민해 본다. 현수막이 그토록 나부끼지 않아도 되는 선거는 불가능할까? 비방과 선전, 엄청난 소음을 유발하는 거리의 유세 등이 없는 조용한 선거는 불가능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출마자의 진면목을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국민의 지혜는 무엇일까? 어쩌면 국민이 그런 요란한 현수막과 유세에 넘어가기 때문에 그것들이 기성을 부리는 것 아닐까? 국회가 현수막과 소음 공해를 방지할 수 있는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국민이 나서서 법을 개정하도록 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온다. 앞으로 몇 달이 지나면 거리는 더욱 선출직이 되기 위해 干祿干名(간록간명) 하는 자들의 현수막과 유세로 넘쳐날 것이다. 그 엄청난 현수막은 엄청난 환경 공해를 유발한다. 거리의 유세는 엄청난 소음 공해를 유발한다. 유세를 위해 종횡무진하는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은 또 얼마나 되랴. 가장 환경 공해를 많이 유발하는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유세한다. 이율배반이며 논리적 모순이다. 위의 시에서처럼 그들은 때로는 따르는 듯 때로는 다투는 듯하며 거리를 누빌 것이다. 그리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이익을 구할 것이다. 거기에 또 국민이 알면서도 속아 넘어갈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선출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도 절대 필요하다. 그들을 잘 선출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모두가 干祿干名(간록간명) 하는 자들이지만 그래도 좀 더 정직하고 좀 더 합리적이며 좀 더 봉사심이 강한, 진실한 사람들을 뽑는 길은 그들의 요란한 현수막이나 유세에 흔들리지 않는 국민의 합리적 이성일 것이다. 소요부의 시를 읽으며 오늘의 정치와 거리의 풍토에 탄식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