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제외의 문제점(윤지영)

[박창수]

출처: 윤지영님의 페이스북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결정했다고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잘 몰라도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결정이 얼마나 눈가리고 아웅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입니다. 노동법의 주요 규정들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게 얼마나 심각한 인권 유린과 노동권 침해를 초래하는지 국회의원들도 잘 알 것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영세한 사업주를 위해, 혹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금까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결정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법망을 피해 가려는 꼼수가 현실에서는 넘쳐 납니다. 실제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닌데, 서류상으로만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사례 몇 개를 소개합니다.

[고용주씨 사업체는 A회사, B회사, C회사, D회사 4개입니다. 사업자 등록은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의 다른 사람 명의 3개로 나누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A회사는 현재 4명 직원과 사장의 와이프가 실장직함으로 모든 일을 관리합니다. 3개 회사 월급 및 직원도 관리하니까요. B회사는 현재 3명 직원 고용주 남편이 대표자로 되어 있습니다. C회사는 현재 3명 직원 고용주 동생이 대표자로 되어 있습니다. 모두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회사 하나를 두개로 쪼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구요. 표면적으론 그냥 한 회사입니다. 다 같이 일하고 다 같이 출퇴근하구요. 사업주가 교묘하게 자신의 처를 다른 사업체의 사업주로 등록하고 고용 인원을 분배해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서류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용실에서 주5일 하루 11시간 근무 월급 140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사대보험 그리고 직원으로 등록도 안했어요. 직원 수는 10명이 넘지만근로계약서를 쓰고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5명이 안 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한 것 같습니다]

[운영은 동일한 사람들이 하고 있으나 각 지역별 매장(1인 매장) 사업자를 직원에게 내도록 하여 전체적인 운영은 회사가 하고 있지만 사업자는 직원 개인이 가지고 있는 형태입니다. 실제로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이며, 연차발생이 되어야 함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연차 자체도 없습니다.]

[저는 OO라는 회사에 근무하면서 회사에 매일 근태기록(지문등록), 매월 업무보고서 제출, 반기마다 인사평가표를 제출, 인사계출서(연차)를 제출, 월 우수사원 상 수상하는 등 근로자로써 인정될 수 있는 근거나 증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종합소득세(사업소득)으로 신고를 하여 3.3%를 제외하고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인을 쪼개는 것, 사업자 등록을 하나 더 내는 것, 전체 직원 중 일부에 대해서만 고용보험 신고를 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프리랜서로 위장시키는 것. 대한민국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만들기는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사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의 근거로 근로감독이 어렵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할 때 근로감독은 보다 편이하고 강력하게 집행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법의 경우,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됨으로써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인지 여부를 두고 복잡하게 판단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최저임금의 의미 및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단속의 효과는 커진 셈입니다.

저조차도 상시근로자수를 계산하려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직원 수가 5인 주변에서 계속 변하는 경우에는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사안에 따라 직원 수를 계산하는 기간도 다 달라집니다. 근로감독관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근로감독을 하기에 앞서 직원 수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니까요.

지금 진짜 필요한 건 5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뿐만 모든 노동법을 일괄 적용하는 것입니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하는 행태가 법망을 빠져 나갈 기회를 주고, 그래서 자기들이 만든 법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임을 제발 좀 알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