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연구자들이 암컷 누에나방에서 분리해낸 봄비콜bombicol이라는 화학물질이 수컷나방을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로부터 서로 같은 종의 개체에게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물질, 페로몬pheromone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곤충은 포유류와 거리가 멀고 인간과는 거리가 더더욱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도 어떤 ‘매력 화학물질’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이 케미chemistry가 잘 맞는다”는 말을 하곤하는데, 이 말에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1970년 M. 매클린톡 박사는 기숙사에서 가까이 함께 생활하는 여성들의 월경주기가 서로 동기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어떤 화학물질이 방출되고 이것이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다른 연구자에 의해 재현되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후속 연구를 촉발시켰고 특히 겨드랑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왜 겨드랑이일까?
성적 성숙이 시작되는 사춘기가 되면 우리는 매우 독특한 체취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오래된 그림이나 조각상을 보면 여성이 관능적인 자세를 취할 때 흔히 한쪽 팔을 들어 올려 겨드랑이를 보여주고 있다. 겨드랑이에서 이성을 매혹하는 화학물질이 나오는 것일까?
1991년에 안드로스텐디온androstenedione이 분리되었고, 추가 검증 없이 이것이 인간 페로몬인 것처럼 홍보되기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도 없고, 또 이것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도 없으며, 술집에서 이 물질을 몸에 뿌린 사람이 이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주장’한 연구들이 나오긴 했지만,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2003년에 남성의 땀이 여성의 황체형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 호르몬은 배란을 유발한다. 또 2011년에는 여성의 눈물이 남성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도 나왔다. 여성의 눈물이 남성에게 감정(정서)적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 연구는 매우 구체적인 화학적 효과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동시에 여성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이었다. 이건 바람직한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이 현재 인간 페로몬 연구가 위치한 지점이다. 그러나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인간 페로몬 제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시장에는 다양한 페로몬 제품이 나와 있고, 향수나 애프터셰이브에 섞어 몸에 바르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광고한다. 판매회사가 말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실상은 그 제품이라는 것이 '강화된 겨드랑이 냄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페로몬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과학자의 결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냄새로 판단한 적이 없다.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다." 이성에게 호감을 주고 대인관계에 윤활유가 필요하다면, 예쁜 꽃 한 다발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작은 초콜렛을 함께 건넨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결국 통하는 것은 진심어린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