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레스토랑에 간다 외 1편 / 홍철기

혼자 레스토랑에 간다 혼자 레스토랑에 간다 바라보는 당신, 싫어지는 시선에 갇힌 오후 지금, 혼자인 거죠 당신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선글라스로 눈을 피하고 소스를 뿌리듯 적당한 거리는 관계 위에 놓아두죠 적당히, 적당하게, 중요하게 지키며 숨 쉬는 일 공원에서 혼자 걸어가다 만난 비둘기는 다가가면 날아오르지만 어떤 비둘기는 길들여졌다고 다가오는 일에 더 익숙한 오후 익숙함의 손짓 발짓 틈바구니 속 말이 없는 이곳 나만 혼자인 비둘기죠 혼자는 표시를 남기는 것 무리지어 먹는 비둘기가 아닌 나, 구 구 구 구석진, 여기 소리 없이 고개를 숙이고 혼자 먹는 이 곳, 레스토랑 정제된 설탕 하나 감정은 각 잡힌 설탕 하나면 족하다는 걸 배우죠 부서지기 쉬운 나를 붙잡는 포장지를 벗기는 시간 여기 저기 무언의 식사가 한창이다 마흔   그대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늦은 저녁 멀어지는 해를 따라 저물지 않는 일 떨어지는 낙엽 하나 발가락을 물며 채근하는 밤 그래, 가끔은 발밑의 것들에게도 안부를 전할 걸 시선을 따라 거두는 이른 발걸음 여기, 마음에도 선산이 있어 그대 그림자까지 묻고 돌아서는 길 나는 떠날 수 없는 송진의 끈적임에 갇혀 구름처럼 흩어지는 그대를 모르고 당신을 종종 바람에 맡겼다 그대와 내가, 훗날 어느 순간에 닿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인연이라 읽는 편지는 낮과 밤을 모르고 소리 없이 보는 눈빛은 차고 습해 입은 옷이 자주 두터워졌다 그대 보내고 해보는 일이란 근처 한 줌 흙을 집어 쌓아 올리는 일 해를 따라 저물지 않고 꾹꾹 눌러 다져놓는 것 돌아보면 반쯤 건너다 만 것 같은 다리 위에서 나지막이 불러본다 마흔이란 나이 마흔하고 불러보니 두고 왔던 길들이 너무 멀다 홍철기_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7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img width="157" height="250" class="txc-image" id="A_9985F73359EC672F04B163" style="width: 157px; height: 250px; clear: none; float: none;"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85F73359EC672F04" border="0" vspace="1" hspace="1" actualwidth="250" exif="{}" data-filename="01.jpg" id="A_9985F73359EC672F04B163"/>《계간 다층 2017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