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가 넘게 비와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는 동안 산수유 목련 매화는 꽃망울을 달고 나와 터트리고 싶어 달큰한 훈풍을 고대하건만 봄비 끝자락에 겨울나라 눈꽃송이가 또 다시 설화 풍경속으로 온 세상을 마법의 성에 가두고 곁에 오고 싶어 하는 봄을 자꾸만 서두르지 마라 밀어 내고 있다.
내변산 눈속에서 피어나는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꽃을 찾아 가기로 약속했던 친구는 갑자기 일년 전 수술한 발가락 봉합 자리가 터져 산행이 불가능해지고 바람꽃을 찾아 가자던 변산 봄꽃 맞이는 섬진강 매화 향기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바뀌었다.
오랫만에 산친구와 같이 하니 자연스레 지리산에 들었다 하산하고 구례로 와서 전주로 넘어오기 전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웠던 동아식당 가오리찜이 생각 나 점심을 동아식당으로 정하고 향했다.
20년 전 그 식당 자리는 다이소 빌딩이 들어서고 맞은 편 골목집으로 옮겨 여전히 고운 미소 그 모습 그대로 가오리찜도 한결같은 맛으로 한 상 차려 내 주신다. 신문이나 "산" 월간지에 가오리찜에 대한 글을 기고 해 드려 입소문을 내 주었던 우리들 ..그래서 지리산 산우들은 거의 동아식당을 알게 되어 가오리찜을 먹고 다녔다. 그 이십년 전 우리들 세대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다. 다시 찾아 와 고맙다고 밥값 음료수 서비스 해 주시고 다시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인사하고 나오는데 막걸리 두 병을 손에 들려 주신다.
육십년 이상을 변함없이 가오리찜 메뉴를 지켜내고 맛도 한결같이 유지하는 할머니가 구례에 계시는 것이 참 고맙다. 언제든 찾아가면 먹고 올 수 있는 동아식당이 우리들보다 더 오래 그곳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압마을에 들어서니 청매가 활짝 핀 곳도 있고 아직 개화가 안된곳도 많이 있었지만 매화가 반겨준다.날이 흐리고 햇살이 없으니 추워 보이는 매화~
화려한 홍매는 벌써 꽃잎을 떨구고 있고..
매화 향기를 품고 나니 마음은 봄을 맞이한 듯 싶은데 섬진강 강바람에 손도 시리고 멀리 하얗게 상고대를 이고 있는 지리 능선은 봄에게 아직 조금 더 기다리라 기다리라 한다.
지리산에서 의신 화개천 계곡을 굽이치며 내려오는 물살을 바라보며 강가에 서 지리 능선을 바라기하다 차가운 강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근래에 악양 형제봉 고소성 입구에 섬진강 조망터로 자리잡은 스타웨이 하동을 들러 본다. 스타웨이 레이크브릿지 입장료 삼천원~
밝은 햇살 한줌에 따뜻한 봄 마중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해거름에 전주에 도착할때까지 종일 우중충했던 날씨가 못내 서운한 하루였다. 그러나 젊은 날 가장 행복했던 산행들을 이십년 이상 같이 한 친구와 매화향 봄맞이 여행을 하고 온 여정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또 혹시 알겠는가?. 농담처럼 지나치는 말로 해 본 말이었지만 '우리 다시 모여서 산행해볼까?.' 그럴까? 못할것도 없지~ 무릎을 핑계 삼아 트래킹으로 선회한 요즘 여직 하나도 잊지 않고 아직도 눈 감으면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지리 숲속을 걷고 있는 생생한 추억들의 그 길들을 앞으로 이십년 이상 리화인딩 하기 위해 꿈속에서도 항상 걷고 있는 그 숲길들을 다시 찾아 걷게 될지?..
바라건데 지리 아흔아홉 그 골과 그 능선들을 다시 한번 걷고 싶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2024.2/23에 다녀 온 섬진강 매화향 봄맞이
여행을 26일에 적다. 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