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의 은총
임은정 아녜스 (27구역 2반)
해마다 오는 사순시기이지만 이번 2024년 사순은 저에게 특별한 40일이 되었습니다. 주임신부님께서 사순시기에 항상 술과 고기, 커피를 금하시는 것을 철저히 지키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엔 저도 주임신부님 따라쟁이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심삼일도 못 가 커피를 마시고 고기와 술을 먹었습니다.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새벽미사를 봉헌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금요일 새벽 미사를 6개월 전부터 봉헌하고 있었기에 40일 동안 월, 수, 금 새벽미사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출근을 하고 있기에 새벽미사를 다니면 하루가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니까 30분만 먼저 일어나면 되지 한번 시작해 보자’라는 생각에 40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부터 생미사와 연미사를 봉헌하면서 저의 새벽미사봉헌은 시작되었습니다. 가끔 눈뜨기 싫은 아침이면 저의 마음과 싸우며 벌떡 일어나 미사를 나오는 날도 있었고, 또 버스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강복을 못 받고 뛰어나오는 날이 강복받고 나오는 날보다 더 많았습니다. 복음말씀이 긴 날과 또 재의 수요일도 출근시간에 맞추느라 성체를 모시지 못하고 먼저 나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 때문에 신부님들께서 분심 들지 않으실까 하는 내심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 이해해 주실 거라는 믿음과 함께 굳건하게 새벽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나 오늘 40일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40일 새벽미사를 생미사와 연미사를 봉헌하면서 다녀와 이 글을 씁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40일만 다녀야지 했는데 지금은 계속 다녀보자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벽미사는 아픈 사람들과 죽은 영혼들을 위해 봉헌하고 있습니다. 또 나의 하느님이 아니라 하느님의 내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첫 영성체 할 때 성당에 와서 신앙생활을 한 지 14년 정도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순시기가 뭔지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다닌 시간들이었습니다.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사순시기에 무엇을 봉헌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제가 받은 은총이 새벽미사뿐 아니라 tv를 줄이고 성경읽기와 제가 속해있는 단체에 다시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기쁨을 주신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2025년 사순시기에는 저에게 주님께서 어떤 기쁨을 주실지 기대하는 떨리는 마음에 벌써 기다려집니다.
저에게 이런 기쁨 주신 주님께 감사, 찬미, 영광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