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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더 자꾸
하는 일없이 식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 겨우 하는 일이라며 생색을 내는 게
폰으로 동영상 촬영 하는 법을 평생 학습관에서
배운다는 핑게로 내 카페 생활을 거의 등한 시 해 왔다는 것이다.
평소에 내 즐겨하던 일을 거의 그만 둔 것을
잘했다며 생색을 내는 게
내 일상이라니
좀은 한심 하다.
그래도 어쩌랴
그 또한 내 사랑하는 삶의 일부인 것을.
오랜만에 길거리에서 친구를 만나
부평동 족발거리에서 족발과 함께
소주 한잔을 했다.
그게 다 다.
내 하루의 일상이라는 것이.
그리고 챙겨 먹은 저녁 식사.
다음날 아침 식사라야
전 날의 저녁 식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게 홀아비의 일상이다.
조금은 초라한.
여성 일인 가구라면
거의 생각도 못할 일상의 상차림 이다.
그래도 이나마
아직 혼자 차려 먹을 수 있는 힘이라도 있음에
감사 할 따름 이다.
그래도
내 일상의 낙이요
힘이기도 한 카페 나드리.
디저트 한 모금에 홍차 한 잔.
때로는 그냥
카페라떼 한 잔에 마족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집밥.
식사를 하는 건 지
과일로 떼우는 건 지.
요즈음엔 과일의 당도조차 예전과 같지 않아
너무 달다.
그래서 그 위험 하다고 하는 당뇨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과일의 먹는 양도 줄이라는 데 그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 식탁에는 장어가 올라 갔다.
그 뿐이랴
오가피 나물과 궁채 나물도 들어 갔다.
이 정도면 오늘 식탁은 거의 황제 식탁 수준이다.
집을 나서자 하늘이 찜통이다.
아직도 유월이 중순이다.
그런데도 더위가 참을 수 없다.
올 들어 벌써 세 번 째의 냉커피다.
젊은이들이야 얼죽아라고 하지만
우리 나이에는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차가운 냉커피를 마신 후 찾아 간 숲 속.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진 숲 길.
오늘따라 더욱 시원 하다.
반갑게 맞아 주는 저수지도 고맙고
그 옆 돌틈에 핀 꽃다발도 곱다.
그 고움이 남은 더위조차 씻어 낸다.
그렇게 공원 길 여기저기 두어 바퀴 돌고
해 진 후에 찾아 온 집.
그 집에서 바라 보는 남항의 풍경도 아름답다.
여기저기에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불빛들도 함께.
다음 날도 일찌감치 집 공기를 떨치며
바깥으로 나왔다.
모르는 남들이 보면 노숙자의 삶이거나 집이
아주 좁은 줄로 알겠다.
햇볕도 바람도 잘 들지 않는 좁고
비좁은 지옥고와 같은 집.
어쩜 내 일상을 가만히 바라 보면
차라리 그런 곳에 사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날만 새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집을 뛰쳐 나오니.
그래도 어쩌랴
집만 나오면 기분이 좋은 걸.
물론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를 하며
거실 밖 풍경을 바라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다.
나오지 않으면 이런 신기한 풍경은 볼 수가 없다.
때로는 두 나무가 한 몸이 된 듯
때로는 한 나무가 두 몸이 된 듯
서로를 탐하는 모습을
어찌 볼 수가 있을까.
이 순간은 갑자기 누군가가 그리워 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집 근처 숲속을 찾아 걷는 일은
몸도 마음도 상쾌하고 건강해 진다는 것이다.
크게 욕심을 내지 않더라도.
평생을 한자리에 가만히 섰어도 자족하는 삶을 사는
꽃나무들도 있지 아니한가.
수백 수천년을 한 곳만 바라 보며 지내는
거북 바위도 있는 것을.
오늘도 여기 저기 돌아 다닐 수 있는 내 삶에
만족 하자.
비록 지금은 무위도식 이지만
나도 한 때는 열심히 살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