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8. 14.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막판 상대 자책골 덕에 2-1 진땀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선수들이 신임 감독 펩 과르디올라의 실험적인 전술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맨시티가 2016/17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개막전에서 선덜랜드를 상대로 2-1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과르디올라는 맨시티 감독 데뷔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적인 면을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 경기에서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즐겨쓰던 4-1-4-1 포메이션을 맨시티에 고스란히 이식했다. 바이에른에서 왼쪽 센터백에 (원래 포지션이 왼쪽 측면 수비수인) 다비드 알라바를 자주 활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존 스톤스의 센터백 파트너로 왼쪽에 섰다. 페르난지뉴가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한 가운데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가 중앙에 서면서 공격적인 미드필드 라인을 구축하는 것도 바이에른 판박이였다. 이로 인해 지난 시즌 맨시티 주전으로 활약했던 전문 센터백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두는 벤치에서 대기해야 했다.
비단 포메이션과 선수 포진이 전부가 아니다. 세부적인 전술도 지난 시즌까지 바이에른에서 활용하던 방식과 유사했다. 수비시엔 포백을 유지하다가도 공격시엔 수비형 미드필더가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스리백 포메이션으로 변하는 것도 여전했다. 이를 통해 수비형 미드필더가 상대 선수들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지점에서 패스를 전개해 나간다.
게다가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통상적인 측면 수비수처럼 직선으로 오버래핑해 올라가는 게 아닌 중앙으로 좁히면서 전진해 허리를 강화했다. 이러한 세부적인 전술들은 하나 같이 점유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작업들이다. 실제 맨시티는 점유율에서 77대23으로 선덜랜드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과르디올라 세부 전술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골키퍼의 빌드업을 중시 여기는 것도 여전했다. 이는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이어져온 과르디올라의 특징 중 하나이다. 과르디올라는 선덜랜드전에 주전 골키퍼 조 하트가 아닌 백업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를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안 그래도 과르디올라는 선덜랜드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트를 비롯한 골키퍼들에게 공을 손으로 다루는 것보다도 발로 다루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해줬다. 시간만 있으면 하트도 훈련을 통해 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빨리 준비가 돼야 한다. 6~7개월 뒤에야 준비가 되면 안 된다"라며 하트에게 분발을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었다. 먼저 좌우 측면 수비수로 배치된 가엘 클리시와 바카리 사냐는 전진 패스에 상당한 문제를 노출했다. 사냐의 전진 패스 성공률은 74%였고, 클리시의 전진 패스 성공률은 65%에 불과했다.
게다가 실바와 함께 중원을 지킨 데 브라이너는 전진 패스(20회)보다 백 패스(23회) 비율이 더 높았다(하단 초크보드 참조). 원래 데 브라이너는 좌우로 길게 패스를 연결하기도 하고,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져선 크로스를 올리기도 하는 식의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선수다. 중앙에서 티키타카(원터치 패스를 지칭함)로 아기자기하게 푸는 과르디올라 전술과 다소 겉도는 인상이 짙었다.
/ Powerd by OPTA)
자연스럽게 맨시티는 중앙에서의 볼 전개에 있어서 실바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었다. 맨시티는 실바가 교체 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실바의 전진 패스를 통해 위협적인 공격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실제 맨시티는 61분경까지 총 11회의 슈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실바가 64분경 파비안 델프로 교체되자 공격 전개에 있어 상당한 문제를 노출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전문 센터백이 아닌 콜라로프는 전반적으로 준수한 수비를 펼치긴 했으나 정작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마크맨인 저메인 데포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41분경엔 카바예로 골키퍼의 선방 덕에 다행히 실점을 면할 수 있었으나 71분경 데포의 침투를 허용해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선수들끼리 동선이 겹치는 장면이 상당히 자주 연출됐다. 이는 선수들이 세부적인 움직임에 있어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걸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과르디올라의 실험적인 전술이 팀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물론 고무적인 부분도 있었다. 라힘 스털링이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에서 더글라스 코스타와 킹슬리 코망을 활용하던 것처럼 스털링을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도록 지시하며 스털링 위주의 측면 돌파를 극대화 했다. 스털링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 킥을 얻어내며 선제골에 기여했고, 드리블 돌파도 무려 7회나 성공시켰다. 후반 들어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지난 시즌 부진하던 스털링의 전반 활약상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흡족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덜랜드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털링이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리는 측면에 넓게 위치해 라인을 따라 올라가거나 혹은 중앙으로 침투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그는 파이터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진짜배기 스털링'을 보도록 도와주길 원한다"라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이 경기 맨시티의 상대는 지난 시즌 17위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잔류한 선덜랜드였다. 게다가 맨시티 홈 경기였다. 심지어 87분경 맨시티의 결승골은 선덜랜드 수비수 패디 맥네어의 자책골에 의한 것이었다. 선제골 역시 페널티 킥에 의한 골이었기에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단 하나의 필드골도 넣지 못한 셈이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전술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 시즌까지 맨시티 핵심 선수로 활약하던 하트를 비롯해 야야 투레와 오타멘디, 그리고 페르난두 같은 선수들을 희생했다. 하지만 경기 전체적인 내용은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하기 어려웠다.
아직 과르디올라의 실험적인 전술이 팀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중원에서 패스를 풀어줄 일카이 귄도간과 측면에서 스털링과 함께 흔들어줄 르로이 사네 같은 과르디올라 전술 취향에 맞는 선수들의 가세도 이루어져야 한다. 데뷔전 경기력은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했지만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현민
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