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의 역사와 미래 - 골프저널
파크골프의 역사는 길지 않다. 처음 세상에 등장한 지 아직 40년도 되지 않았고, 한국 파크골프의 역사는 2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파크골프는 언제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했을까?
2000년 이전 국내에서는 파크골프에 대한 보도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처음 파크골프가 들어온 건 2000년의 일이다. 2000년 진주 상락원에서 국내 최초로 파크골프장이 문을 열었으며, 기존의 골프와는 다른 ‘파크골프’라는 새로운 종목에 몇몇 언론에서 관심을 보인 흔적이 남아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파크골프는 한국에서 정말 낯선 스포츠였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도 낯선 종목을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한 모습이 역력하다. ‘게이트볼 비슷한 종목’, ‘일반 골프와는 달리 달걀 크기의 골프공을 해머 모양의 골프채로 친다’는 묘사를 보면 독자와 기자 모두에게 생소한 종목을 묘사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상상이 간다. 이때만 해도 20년 뒤 파크골프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될 만큼 유명해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파크골프의 시작과 발전
그렇다면 일반 골프와는 다른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나날이 인기를 얻고 있는 파크골프는 언제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했을까?
골프의 역사가 길지만, 기원부터 발전까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반면에 파크골프의 역사는 짧지만 명확하다. 파크골프는 1983년 ‘공원에서 보다 많은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모토로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츠초에서 개발했다.
마쿠베츠초는 2020년 기준 총인구 26,000여 명의 작은 도시지만, 파크골프를 개발해 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park+golf=parkgolf’라는 발상과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 스포츠는 넓은 골프장과 많은 장비, 뛰어난 신체 능력과 정교한 실력이 요구되는 기존 골프에서 벗어나 공원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골프를 재구성하여 만든 스포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비교하면 프로 스포츠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적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의 발전 가능성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종주국 일본의 파크골프
파크골프의 종주국인 일본에서 파크골프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주목받았고,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았다. 생활 스포츠 강국인 일본에서도 파크골프는 상당히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일본에는 1,283개의 파크골프 코스가 존재한다.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의 파크골프 코스를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 많은 숫자다. 현재 파크골프는 발상지인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도야마현이나 지바현 등 홋카이도에서 먼 지역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끄는 추세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파크골프 전용 SNS까지 운영되는 등 일본에서는 국민 스포츠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봐도 아직은 파크골프의 종주국인 일본의 위상이 압도적이다. ‘골프의 중심지’ 미국에 처음 파크골프 코스가 개장된 건 2013년의 일이다. 한국보다도 13년이나 늦게 파크골프가 문을 연 셈이다.
미국 출생이지만 일본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프로레슬러 ‘딕 베이어’가 일본에서 파크골프를 접한 뒤 고향인 미국에 파크골프 코스를 개장하며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이 미국 최초의 파크골프 코스에는 생활 스포츠에 어울리지 않게 ‘디스트로이어(파괴자) 파크골프’ 라는 살벌한 이름이 붙었다. 딕 베이어가 현역 시절 썼던 닉네임 ‘더 디스트로이어’에서 딴 이름이다.
미국에서도 2013년에야 정식으로 소개된 파크골프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라 하기는 어렵다. 현재 파크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나라는 일본, 한국, 미국 등 10여 개국 정도이며 124만 명으로 집계되는 파크골프 인구 대부분이 일본에 집중된 상황이다.
한국 파크골프의 시작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2000년 진주 상락원에서 문을 연 파크골프장이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후 2004년 서울에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성지’. ‘6070의 골프성지’ 등으로 불리는 여의도 파크골프장이 개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파크골프 시대가 열렸다.
처음에는 일반 골프와도 다르고 게이트볼과도 다른 파크골프라는 종목이 낯설고 생소하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입소문이 퍼지며 빠르게 대세를 탔다. “일반 골프처럼 체력이나 유연성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게이트볼보다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니어층 위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파크골프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평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종목이 되었다.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치는 모습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건 물론, 파크골프장 건설로 환경 파괴가 염려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스포츠다.
가족 스포츠로서 호평
신체적인 부담이 적어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시니어층이 선호하는 스포츠 특성상 장래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머잖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따라서 시니어층이 선호하는 파크골프의 인구 역시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근거 없는 예상은 아니다. 체육 전문가들도 시니어층에 적합한 운동으로 권하고 있으며,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종목 특성상 어린이와 청년, 장년, 노년까지 모두 함께 즐기는 가족 스포츠로서의 가능성도 크다.
사회적으로도 파크골프에 호의적인 시각이 많다. 체력이 약하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시니어층은 물론 장애인들에게도 권장되는 운동 중 하나다. 대한장애인골프협회에서도 일반 골프와 함께 파크골프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대한장애인골프협회 간부가 파크골프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파크골프는 단순히 시니어층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를 넘어 가족 스포츠이자 생활 스포츠 역할을 수행하는 건 물론 사회적으로 이바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국 파크골프는 종주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종목 특성상 어린이와 청년, 장년, 노년까지 모두 함께 즐기는 가족 스포츠로서의 가능성도 크다. 또 신체 조건이 불리한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 파크골프의 중심지
현재 한국 파크골프는 서울과 대구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들이 서울에서 시작되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양상을 띠지만 파크골프는 서울과 더불어 대구가 ‘투 톱’으로 꼽힌다.
파크골프 동호인 숫자도 서울이 1위, 대구가 2위며 파크골프장 역시 서울과 대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서울과 대구 등 전국의 파크골프장을 찾는 인원이 줄거나 운영이 중지되기도 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파크골프가 빠르게 인기를 얻은 건 무엇보다도 생활 스포츠로서 완성도가 높은 종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 스포츠는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하며, 흥미를 끌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파크골프는 생활 스포츠로서는 일반 골프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제대로 된 골프장이나 아니면 치기 힘든 골프와는 달리 약간의 준비만 하면 일반 공원에서도 칠 수 있으며, 파크골프장도 일반 골프장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다.
현재 대한파크골프협회에서 규정하고 있는 1개 코스의 면적은 8,250㎡(약 2,500평) 이상인데, 일반 골프장의 1홀 당 코스 면적과 비교하면 훨씬 작다. 파크골프장이 전국 곳곳에 건립되는 이유 중 하나다.
파크골프 장비
장비에 대한 부담도 적다. 제대로 치려면 한 세트가 필요한 일반 골프클럽과는 달리 파크골프클럽은 하나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국산 파크골프클럽이 드물고 그나마 생산되는 제품들도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고가의 일본 클럽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 입문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이 파크골프용 클럽 생산에 뛰어들며 상황이 나아졌다. 파크골프용 클럽 판매와 수리는 물론 피팅까지 제공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그 밖의 장비들도 일반 골프 장비와 비슷하거나 더 가볍게 준비할 수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서 권장하는 복장은 다음과 같다. 모자는 개인 안전과 햇빛 차단 목적으로 착용을 권장하지만, 얼굴 전체를 가리는 햇빛 가리개는 금지된다.
공은 지름 6cm, 중량 80~95g의 플라스틱 재질로 된 제품을 사용하며, 신발은 밑이 넓고 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나 골프화 착용이 권장된다. 등산화는 공원이나 파크골프장의 잔디 보호를 위해 금지된다. 동네 공원에서 파크골프를 치는 데 있어 복장 규정은 의무는 아니지만 매너 차원에서 어디에서든 대한파크골프협회의 권장 사항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크골프장 건설에 대한 ‘Yes’ or ‘No’
승승장구하는 파크골프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파크골프가 인기를 얻으면서 잡음 역시 나오고 있다. 일부 ‘비매너 플레이어’들이 파크골프 전체의 이미지를 하락시킨다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보다 심각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파크골프장 추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났다. 파크골프 열풍에 힘입어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인 삼락생태공원과 화명생태공원에 파크골프장 추가 건립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화명생태공원과 삼락생태공원에 파크골프장이 있는 상황에서 공원 두 곳에 총 세 곳의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에 환경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특별교부세가 내려와 여가와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며, 현지의 파크골프장 이용객들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도 일리가 있다. 최근 화명생태공원에 대규모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되는 등 두 생태공원은 환경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곳인데 이미 파크골프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파크골프장 건립을 하는 것보다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는 논리를 무작정 무시하기는 어렵다.
아직 파크골프장 논란은 파크골프 업계와 환경 단체의 대립이 아닌 공권력과 환경 단체의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한 이상, 파크골프 업계에서도 환경 단체 등 사회 각계각층과의 소통에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거 골프가 환경 문제로 오랫동안 홍역을 치렀듯, 파크골프에 ‘환경 파괴의 주범’ 낙인이 찍힌다면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파크골프의 미래는?
파크골프는 분명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스포츠다. 종주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시니어층과 장애인 등 신체 조건이 불리한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의 성공에 취하거나 방심할 때는 아니다. 성장과 함께 사회적으로 잡음이 나오기 시작한 이때야말로 업계 차원에서 더욱 노력하며 건강한 성장을 위해 노력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