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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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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멘토를 찾아서 |
대표 작품 2 | 비상을 꿈꾸며 |
수상연도 | 2009년 |
수상횟수 | 제28회 |
출생지 | 전북 군산 |
[수상 작품]
멘토를 찾아서 / 박상주
얼마 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rester)를 보았다.
농구에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 자말 윌러스(로버트 브라운 분)는 베일에 싸인 이웃집 남자에게 호기심을 느껴 그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어 갔다가 실수로 가방을 놓고 나온다. 이웃집 남자 윌리엄 포레스터(숀 코네리분)는 그 가방 속에서 나온 글을 읽게 되는데, 자말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발견한다. 포레스터는 40년 전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로 대작가였으나 더 이상의 실패가 두려워 은둔 중이다. 그 후 그는 자말에게 글쓰기를 권유하고 삶을 인도해 주는 스승이며 친구가 되고, 그 또한 자말을 통해 은둔생활을 떨쳐내는 용기를 얻게 되는 줄거리이다.
노작가와 자말은 때론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지만 자말은 그를 통해서 문학적 소질을 키워가며 흑인이라는 사회적 굴레를 벗어던지게 된다.
영화에서 내게 가장 울림이 컸던 건 자말이 문학세미나에서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그때 포레스터가 나타나 자신에게 남긴 자말의 편지를 읽어주어 위기를 넘기는 대목에서였다.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하며 지낸 그가 제자를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말에게 훌륭한 멘토(mentor)역할을 한 포레스터, 훈훈한 인간애가 전해지는 여운이 긴 감동적인 영화였다.
‘멘토’의 어원은 그리스신화에서 비롯된다. 아타이카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믿을만한 친구인 멘토에게 부탁한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10여 년을 그는 왕자의 친구,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 역할을 하며 잘 돌봐주었다. 그 뒤 멘토는 한 사람의 인생을 지혜와 신뢰로 이끌어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해 왔다.
멘토의 개념이 구체화된 것은 1978년 예일대학의 레빈슨 교수의 베스트셀러 남자의 계절이 출간되면서였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 미국 사회에 기독교계의 저명한 지도자들이 연속해서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멘토링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많은 종교학자들은 스캔들에 휘말린 당사자들에게 적절한 멘토가 있었더라면 실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영자나 리더에게 멘토가 필요한 이유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나 시행착오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것이리라.
요즘 우리나라에도 멘토 열풍이 일고 있는데 처음엔 개신교 안에서 새로운 신자가 오면 신심이 깊은 신자가 멘토가 되어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1대1 지도를 해주었다. 지금은 회사에서도 신입사원에게 많이 적용하고 있는데 모 대기업에서는 150여 개의 협력업체와 멘토를 맺어 그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를 받아들여 큰 성과를 올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 지역에서는 실력 있는 대학생들이 어려운 중, 고등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멘토는 싹수 있는 후배, 멘티를 만나면 최선을 다해 그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개발해주는 등 인생전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신뢰와 진지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에게도 멘토가 있었다.
교사시절 교육행정직 승진을 희망했지만 그 길은 막막하기만 했다. 그 무렵 가까이 지내던 K동기가 연구교사 공모제에 응모하라고 권했다. 연구논문을 제출하고 채택이 되면 2년 동안 학급경영에 적용해서 그 효과를 검증하는 제도였다. 이미 그 과정을 거쳤던 동기는 자기가 연구한 논문체제와 연구 방법을 상세히 안내해 주는 등 최선을 다해 주었다.
동기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나의 연구논문이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평을 받고 통과되었고, 2년 동안 어린이들과 함께 프로그램대로 신나게 활동했다. 최종으로 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는 통계처리, 브리핑 자료를 만드느라 며칠씩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
그때에는 G후배가 자신의 일처럼 차트도 만들어주는 등 늘 곁에서 도와주었다. 후배는 내가 논문 초안을 작성하여 보여주면 체에 거른 듯이 연구 방향을 나침반처럼 제시해주곤 했다. 그 덕에 나는 금상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매해 계속 7, 8년 동안 연구논문을 제출하여 입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나는 1991년 3월, 교감 발령을 받았다. 이미 교감 승진을 한 그 친구는 교감의 역할과 자세를 차근차근 일러주었다. 몇 년 후, 교장 승진을 했을 때는 화분을 사들고 축하하러 달려와서는 “진정한 리더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가운데 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권위는 자신이 챙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찾아주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되는 법이야.”라며 조언도 잊지 않는 나의 친구, 나의 멘토였다.
그러고 보면 나는 빚진 자이다. 나에게 멘토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해서 나 역시 능력 있는 후배 교사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멘토가 되어주고 싶었다. 교감, 교장으로 재직할 때 잠재력이 있어 보이는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안내와 지도를 아낌없이 해 주었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찾아와 의논하던 후배들은 열심히 노력하여 장학사,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였으며, 그 역할을 잘하고 있어 흐뭇하다.
누구나 삶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멘토가 필요하다. 선배, 친구, 가족, 책일 수도 있다. 학교에서 퇴직한 뒤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한 지 5년째이다. 문학에 재능이 있는 멘티를 찾아 내가 배운 문학의 얼, 인생의 지혜를 아낌없이 전해주고 싶다.
또 다른 비상 / 박상주
수필이라는 글밭을 일구어 온 지 10년이 되었다.
어느 수필가는 대추나무를 주제로 글을 쓰는 중에 그 나무가 병들어 시들었는데, 정성을 들여 다시 살려내서 열매가 열리기까지 10년 동안 가꾸면서 글을 완성했다. 그런데 내 수필쓰기는 아직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허둥대고 있다.
돌아보면 문학 지망생이던 20대에는 교사 생활 틈틈이 시를 썼다. 내 서툰 시를 본 선배는 재능이 있으니 열심히 해보라며 시 감상과 철학공부를 권하여 열정을 쏟기도 했지만 번득이는 영감과 천재성, 뛰어난 언어표현력의 한계를 느껴 그 꿈을 접었다.
나의 승진 문제와 집안 일이 안정될 무렵, 현대문학사에서 주관하는 소설창작반을 찾았다. 기초반과 연구반 9개월 동안 소설 습작에 매달려 보았지만 겨우 중편 한 편을 써서 합평 받는 데 그쳤다. 소설은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허구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으로 뛰어난 상상력과 묘사능력이 있어야 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느끼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당나라의 문필가 유종원(柳宗元)은 글을 쓸 때 오(奧 심오함), 명(明 분명함), 통(通 유창함), 절(節 함축성), 청(淸 참신함), 후(厚 중후함)를 유념해야 하며 이 여섯 가지의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수필이 된다고 했다. 주제나 내용은 뚜렷하고 소재는 참신해야 하며 문장은 담백하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써야 한다는 뜻이리라.
이순이 바로 그런 때라 느껴 늦은 나이에 수필을 찾았다. 내게 딱 맞는 장르라고 생각하며 누에고치가 명주실을 뽑아내듯이 잘도 써댔다. 내 기억의 보고에서 좋은 소재를 찾아냈을 때는 가슴 떨림을 진정하며 신나게 썼다. 그토록 소망하던 책을 출간하면서 멋지게 비상하리라는 꿈도 꾸었다.
퇴직한 뒤 본격적인 문학공부를 하고자 수필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세계문학의 흐름, 문예사조, 철학, 역사를 관통하는 강의를 들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다. 그 행복감은 잠시였고 글밭에 깊이 빠져들수록 글 쓰는 일이 두렵고 막막해진다. 마라톤 경기에 참가해서 남들은 저만큼 달려가고 있는데 나 혼자 출발선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아 조바심하고 있는 상황이랄까.
그토록 갈망하던 문학의 길에 들어섰는데 왜, 무엇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는 것일까.
영국의 작가 폴 브런트는 이집트의 신비라는 기행수필을 쓰기 위해서 이집트 관광 당국에 열세 번의 건의서를 낸 뒤 피라미드 안에 24시간 머물러도 된다는 허락을 간신히 받아냈다. 수천 년 전의 피라미드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함정 속에 갇히기도 하고, 미로 속에서 도마뱀, 박쥐를 만나기도 하며 먼지투성이 속에서 다리가 찢기고 다치면서 생명을 걸고 글을 썼다. 또한 스핑크스를 관찰하는데 동이 틀 때의 표정, 한낮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저녁노을을 받으며 신이 되었을까를 상상하며 세심한 관찰을 했다. 위에서, 옆에서, 누워서 천번 만번 본 후 스핑크스와 온전하게 일치되었을 때에 글을 썼다. 그 치열한 작가정신이 있었기에 감동적인 글이 될 수 있었으리라.
나는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과 정성을 쏟았을까. 잘 쓰고 싶은 욕망은 한없이 높은데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힘들다고 푸념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무를 심어놓고 물도 거름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튼실한 열매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잘 숙성된 맛있는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잘 익은 신선한 포도를 따서 알알이 정성스럽게 닦아 설탕을 알맞게 버무려 적당한 온도에서 발효시켜야 하듯이 글 또한 그러해야 하리라.
감동 있는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글 쓸 대상이나 사물을 가슴에 보듬고 깊이 사랑하여 영감을 얻은 다음 그것을 발효시켜 글로 써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깊이 명상하며 혜안을 기르려는 시도는 해 보았는지, 작은 풀잎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려 귀를 기울여나 보았는지.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함께 아파보려는 노력을 얼마나 해 보았는지, 역사와 예술의 향기를 맡기 위해 진지한 여행은 얼마나 했는지,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따뜻한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글을 쓰려고 한 건 아닌지, 나 자신을 깊이 응시해본다.
문득 날카로운 부리, 발톱, 날개가 생명인 독수리의 비상법이 떠오른다. 독수리의 수명이 7, 80년쯤 되는데 4, 50년 생존하면 부리, 발톱, 날개가 무디어진다. 그때 독수리는 절벽을 내려오면서 부리를 부딪쳐 부러뜨린다. 피가 철철 흐르면서 모세혈관작용에 의해서 새로운 부리가 형성된다. 그 다음 바위에 앉아 부리로 발톱을 다 뽑아내면 조혈작용에 의해 날카로운 발톱이 생성되고 숲속을 사흘 낮, 밤을 휘젓고 다니다가 날개를 쫙 펴면 깃이 다 빠진다. 친구독수리들이 먹을 것을 갖다 주는 동안 새 깃털이 나온다. 새로운 비상을 하기 위해 지독한 고통을 감내하며 거듭나는 독수리.
글을 쓰는 일은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는 일이며 삶을 정화시키는 작업이다. 죽음과 같은 의식에서 깨어나서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겠다는 각오 없이는 이 어두운 터널에서 출구를 찾을 수 없으리. 독수리의 비상을 닮아볼거나.
[작가 프로필]
전북 군산 출생.
군산사범학교를 졸업, 건국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전공
서울숭례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44년 교직생활)
1999년 <한국수필>로 등단
현재 에세이플러스회장 및 발행인,
한국수필가협회 공영이사, 문인협회, 가톨릭문인협회, 관악문인협회회원.
저서로는 수필집 『비상을 꿈꾸며』, 『칠천년의 바람을 만나러』,『멘토를 찾아서』
[작품 심사평]
박상주 수필집 『멘토를 찾아서』
박상주의 『멘토를 찾아서』는 40여 년 간 교육자로서 살아온 작가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진 수필집이다. 일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의 길잡이가 돼주고 조언자가 돼주는 친구, 스승, 이웃을 갖는다는 것은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멘토를 찾아서』는 혼탁하며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서로 돕고 이끌어주는 진정한 삶의 스승을 찾아보고자 하며, 자신도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없는가를 갈구한 교육자의 인생론을 담아냈다.
오늘의 현실 속에서 진정한 멘토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삶과 인생의 성찰을 통해 자각의 꽃으로 마음을 밝혀나가고 있다. 작가의 인생적인 관점은 ‘자신의 모습이나 내면을 잘 들여다보는 것’ ‘진정 소망하는 무엇이며 나의 재능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고, 이를 통해 평생을 걸어온 교육과 앞으로 걸어갈 문학의 길에서 일치시켜야 할 방법론과 추구를 보여준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나무의 일생’에서 배우기도 한다. 나무는 씨앗이 떨어진 자리가 곧 우주의 중심이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내야 할 생존 점과 터전이 된다. 나무는 일 년마다 어김없이 삶의 순간들을 집약하여 한 줄의 나이테에다 기록해 나간다. 나이테는 순간마다 최선을 다한 나무의 자생력과 집중력으로 그려진 삶의 꽃무늬이다.
박상주의 멘토를 찾아서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과 진리를 찾아가는 도정 및 지혜를 담은 한 작가의 진솔한 고백과 인생 궤적을 보여준 의미 있는 수필집이다.
심사위원장: 김우종
심사위원: 유혜자, 정목일, 고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