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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글레디에이터2’를 보면서 전투 장면과 고대 로마를 그린 화면에 다시 압도 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년 전 작품인 ‘킹덤 오브 헤븐‘을 다시 봐도 역시 ’리들리 스콧’이 왜 명감독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가 만든 백여편(?)의 작품들을 다 보고 싶지만, 여건상 불가능해서 유명 작품만을 기준으로 살짝 이야기해 봅니다.
그는 일단 스케일이 장난 아닙니다. 글레디에이터 뿐 아니라 나폴레옹, 킹덤 오브 헤븐, 블랙호크 다운, 로빈후드, 엑소더스, 화이트 스콜, 콜럼버스…등 보고 있으면 입이 절로 벌어지게 만듭니다.(제작비도 어마어마)
장르도 다양합니다. 역사물은 기본이고, 에어리언, 블레이드 러너, 마션 같은 SF도 잘만들고, ’델마와 루이스‘는 스토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곧 90세가 되는 노장 감독은 2003년에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여전히 현역 감독인 스콧경의 다음 작품도 기대합니다.
이 영화는 ‘십자군 전쟁’을 다뤘습니다. 세계사를 배울 때 선생님이 제일 길었던 전쟁으로 무려 200년 동안 싸워다고 했을 때 ’이거 미친 놈들 아니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긴 전쟁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입니다. 사실 ‘한국전쟁‘ 역시 1953년 이후 휴전이 계속되고 있으니 현재 75년째 전쟁 중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건 의문입니다. 나중에 역사가 어떻게 기록할지.)
아시다시피 ’십자군 전쟁’은 ’종교전쟁’입니다. 나무위키에서 찾아본 결과는 이렇습니다.
“십자군 전쟁(十字軍戰爭, Expeditio Sacra)은 1095년부터 1291년에 걸쳐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레반트 지역의 지배권을 놓고 간헐적으로 발생한 유럽 기독교 국가들의 이슬람 원정을 가리킨다.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이 예수를 기리기 위해 십자가를 가지고, 십자 문양을 의복이나 방패에 그려넣고 참전했다고 해서 '십자군'이라 불렸다. 이를 라틴어 '크루치아테(Cruciatae)'로 기술한 것은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서였으며, 현대 영어로는 '크루세이드(Crusades)'라고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겠죠? 영화를 보는 내내 ‘종교란 뭘까?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걸까? 창시자들은 이렇게 될지 알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오직 인간세상에만 존재 하는 종교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서로 적이 되어 죽이고, 죽습니다. 서로를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자살 폭탄이 되어 ’순교(?)‘하고, 그들을 사전에 일망타진 하려고 무고한 민간인을 폭사시킵니다. 신의 이름으로 이래야 되겠습니까? 신들이 이렇게 하라고 시킨 게 절대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의 양민학살 뉴스를 보면 여전히 거기는 ’지옥‘같은 전쟁터입니다. 트럼프가 됐든, 누구든 제발 종전이 되길 희망합니다.
‘킹덤 오브 헤븐‘의 주제는 뭘까요? 아마 ‘위대한 기독교 만세!‘는 아닐 것 같습니다. 종교의 부질 없음과 이스라엘 백성(성안의 시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주와 군인들의 서사가 그려집니다. ’인간이 만들고, 믿고, 따르는 종교 때문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나?‘라는 의문을 던져 줍니다.
감독은 “이슬람은 악이다”라는 생각은 1도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장면이 여럿 나옵니다. 잘 살고 있는 예루살렘성(도시)을 빼앗기 위해 수천킬로 떨어진 곳에 막대한 군사를 보내 피를 흘리게 한 기독교를 질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계 4대 성인은 공자, 석가모니, 예수, 소크라테스라고 합니다.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대체로 통용되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중 두 사람은 종교로 승화되었고, 나머지 둘은 몇천년 동안 인류의 스승으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네분 모두 대단하다고 인정합니다만,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여기에 한 명 더 넣자면 ‘마호멧’이 되겠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