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레프리콘은 인간 여성이 사과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아직 배우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사과 받을 생각은 지워버리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열심히 들을 준비가 됐어요. "
나는 엘프처럼 귀가 길어지는 상상을 하며 웃었다.
" 그런 상상을 너무 자주 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될 거요. "
그는 킥킥거리며 자기가 한 농담에 자기가 웃었다.
" 보아하니 당신은 그 해 여름의 나머지 에피소드를 책에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여부를 궁금해하는 것 같군. "
" 맞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 "
나는 그의 오랜 부재가 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되물었다.
" 쓰지 않을 것이오. "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끼어들기도 전에 허공에서 손사래를 치며
섣부른 판단은 유보해달라고 부탁했다.
" 마지막으로 당신을 만난 이후 , 다른 엘리멘탈들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쭉 노력해왔소.
하지만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이야기가 책에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소. "
" 왜 그런거죠 ? "
" 모든 일에는 때가 있소.
지금은 우리가 쓴 부분까지만 공개하는 것이 적당하오.
10년 전 , 인간은 엘리멘탈에 관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소.
하지만 지금은 준비가 되었지. "
" 그러니까 지금이야말로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
" 전혀 그렇지 않소. "
레프리콘은 자신의 마음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오히려 엘리멘탈을 상상으로만 치부하지 않도록 적당한 정도의 이야기만 전달해야 하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를 믿고 , 우리가 정한 때를 따르도록 하시오. "
" 하지만 조금 전에는 당신도 다른 엘리멘탈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요. "
" 그건 내가 수년간 인간을 연구했기 때문도 있고 ,
당신과 함께 일해왔기 때문도 있소. "
" 나는 지금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른 엘리멘탈들보다도 더 많은 희망을 품고 있소.
하지만 다른 엘리멘탈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더 나은 때를 기다리길 원하오. "
" 반갑지 않은 결정이네요.
난 당신을 믿어요.
나는 당신의 행동에는 항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정도로 당신과 오랜 세월을 보내왔어요.
내가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요.
하지만 ...... "
나는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 잠시 말을 멈추었다.
" 인간은 엘리멘탈과 달라요.
내가 독자들에게 여름 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할 거라고 말하면 ,
독자들은 자연히 그 다음달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듣고 싶어한다고요. "
레프리콘이 내가 한 말을 따져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내 곤경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를 쓰는 듯 했다.
" 이 책의 제목은 ' 레프리콘과 함께 한 여름 ' 이 아니오 ?
그러니 우리는 약속한 바를 지킨 것이오. "
레프리콘은 나를 자기편으로 설득시키려고 했다.
" 맞아요. "
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완전히 그의 말을 받아들이진 못하고 있었다.
내 반응을 눈치챈 레프리콘은 두 손으로 감싼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소리쳤다.
" 인간들이란 !
왜 인간들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옭아매는지 모르겠소.
상황이 바뀌어서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잘못된 일인데도 말이오.
그 뿐만이 아니오. "
레프리콘은 나에게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 인간은 언제나 자기가 뭔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
또 더 많이 가지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소.
" 이번 일은 ' 하겠다고 한 것은 모두 지켜야 한다 ' 는 생각에서 벗어날 좋은 연습이 될 거요.
그러니 이것을 훈련이라고 여기시오. "
그는 장황한 훈계를 끝마치며 의자 뒤로 기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