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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나는 가수다. 그래서….” |
지정기부금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 설립 |
지정기부금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 설립
“싱어송라이터는 연예인으로 볼 수 없다.
가수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자조였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진한 위스키 한잔에
풀어 놓는 회한이었다.
아니 최백호이기에 가능한 말일지 몰랐다.
그는 거침없이 요즘 화제가 되는
‘나는 가수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잖아요. 그런 사람들 중의 최고를 모아 경연을 한다?
난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해요.”
가수 최백호가 꼽은
첫번째 긍정은 “음향이 좋아졌다”였다.
방송무대의 음향은 상당히 낙후된 편이었는데 ‘나는 가수다’가 방송음악의 질을 높였다고 생각했다.
두번째는 뮤지션 등을 통해 방송이 아닌 무대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들었다.
음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뮤지션이 중요하며 ‘나는 가수다’는 뮤지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방송이었다고 칭찬했다.
세번째 긍정은 ‘임재범’과 같은 능력있지만 소외된 가수들을 다시 대중에 알려준 점이라며
이 같은 일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혹시 ‘나는 가수다’의 출연 욕심이 있어 그런 말이 나온 것일까? 최백호는 “아휴, 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좋은 후배들 많습니다” 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처럼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는 시선이다.
“하지만 선배 가수들과 뮤지션은…”
그는 왠지 남아 있는 다시 못올 것에 대한 말을 잇기 위해 고개를 되돌렸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선배가수들을 돌보는 손길조차 없으니 가수라는 직업이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단다.
‘눈물젖은 두만강’의 국민가수 김정구선생님의 헌정공연이 없는 것도 그 중 하나란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원로음악인들이 사라지기 전 그들에게도 ‘나는 가수다’ 같은 무대에 세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무대, 음악인으로 살아 온 생에 대해 다시 한번 박수받을 수 있는 무대를
꼭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 지난 6월 26일 아코디언 연주가 심성락 선생에게 바치는 공연이 그 시작인가요?
그렇습니다. 최백호 제가 모든 비용을 책임진다는 결심하에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성황리에 공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JK김동욱, 적우, 주현미, 장사익 등의 가수와 연주가로는 기타의 함춘호, 색소폰의 김원용, 반도네온의 고상지 등이
무대를 꾸며 주었고 인디밴드 '달콤한소금', '와이낫'이 참여했습니다. 물론 심성락 선생의 연주가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 왜 심성락 선생을 택한 것인지?
앞서 말했듯이 음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뮤지션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연주자가 음악인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야 이뤄진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시대의 전설로 살아계시는 심성락 아코디언 연주가를 모시는 일이 이뤄져 다행입니다.
▶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니실텐데.
사실 작년에 원로가수 한명숙 헌정무대를 여러 가수들이 진행했었습니다.
노래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 발표 50주년을 기념하여 KBS홀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방송국과는 상관없이 가수들의 노력으로 1,600석을 채웠습니다.
▶ 그러면 그때 이후 계속해서...
아닙니다. 그 일은 싱어송라이터협회가 주도적으로 했고 이번 일은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가 한 일입니다… .
▶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에 대해 자세한 설명 좀 부탁합니다.
전 원래 단체니 사단법인이니 하는 것 잘 모릅니다. 그런데 헌정무대를 마치고 난 뒤 아쉬움이 남았어요.
기부금을 받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그런 것 말이죠. 올 1월 쯤에 가수들이 기부단체를 하나 만들자 뭐 그런 의견이
나왔어요. 공연 위주의 기부단체 말이죠. 가수들은 재능을 기부할 수 있고, 기업이나 개인은 음악발전을 위해 성의를
기부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기부영수증 하나 못만들어 드릴 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그래서 직접 설립에 나서신 것인가요?
처음에는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서수남 선배와 김도향 선배가 “최백호가 맡아라”하며 무조건 떠미는 것입니다.
이 단체가 문화관광부와 기획재정부 두 곳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잃어버린 우산을 부른 우순실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인 이정선, 기타리스트 함춘호 그리고 전 KBS PD였던
김상원씨가 함께 했습니다. 감사는 서수남, 장은아입니다.
단체 명칭이 '한국음악발전소'라 소장, 부소장으로 부릅니다.우순실씨가 부소장이고요.
▶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저희는 비영리단체입니다. 비영리단체는 첫번째로 깨끗해야 합니다.
뭐 돈을 다루는 모든 곳에 말썽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단 통장 비밀번호는 저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법인 관리를 하는 구성조 국장도 알지 못합니다. 제 이름을 걸고 깨끗이 하겠다는 뜻입니다.
또 경비 등에 많은 돈이 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아껴쓰고 있습니다. 공연에 참가한 가수들에게도 많은 돈을 주지 않습니다.
보통 행사비의 10분의 1정도만 줍니다. 대신 신인 가수나 인디 가수들에게는 많은 돈을 줍니다.
그들을 돕는게 저희 단체의 목적이니까요.
▶ 목적이라…, 다시 한번 목적을 정확히 밝혀주신다면.
음악인들의 선후배간의 교류, 그러니까 선배들을 돌보고 후배들을 이끌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일이 첫째이죠.
둘째는 음악에 소외된 계층, 요즘 말하는 문화 소외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일이죠.
이번 공연의 표가 30%는 기부자, 30%는 판매, 30%는 여러 활용을 위한 용도로 사용됐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20%가 무료초청이었어요.
열린 장소를 감안해서 송파구 환경미화원, 장애인,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등 총 500명을 초대했습니다.
▶ 최백호가 이런일을 한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시작할 때 적자가 나면 모두 내가 책임 지겠다는 말을 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여러 언론에 보도되면서 표가 팔렸죠.
중년의 호응이 컸어요. 어떤 분은 3,000만원을 기부해 주셨고, 또 다른 개인 한 분은 1,500만원을 기부하셨어요.
그분들의 뜻이 무엇이겠어요? 나는 그분들의 뜻을 따르겠다. 다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1만원씩이라도 계속해서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 뜻은 좋은데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처음 행사 때는 내가 하는 행사이지만 내가 직접 표를 사서 주변에 나누어 줬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그것은 무대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죠. 장사익 같은 분이 흔쾌히 참여해 주신 것을 비롯
나는 가수다에서 인기를 끈 JK김동욱 등 세대간을 망라한 무대여서겠죠.
박상민은 “왜 자기를 불러주지 않았나?”하며 항의를 했어요. 여러 번 봉사를 해서 미안한 마음에 부르지 않은 것인데….
아무튼 이번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 어떤 점인가?
뜻이 좋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나는 이 공부를 한 셈이에요.
가수 최백호는 이 말을 마치며 빙그레 웃었다. 하고픈 말을 했을 때 느끼는 후련함인 듯 가슴도 넓게 폈다.
자랑스러움이라. 가수로서 음악인으로서 자신이 뭔가 공헌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가진 듯했다.
“직업이 안정됐다 느껴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하련다”며 지정기부금단체 한국음악발전소 일을 벌인 그이기에 믿음이 간다.
“음악인은 순수한 면이 있습니다. 그 순수함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한국음악발전소는 1년에 두 번 정도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최백호는 “마음은 4번이지만 2번만 하고 나머지는 인디 가수등 열악한 환경의 후배 가수 공연을 열어줄 생각”이란다.
기부인들에게는 지정기부금 단체인 만큼 ‘기부영수증’을 드려 세금 혜택으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처음 거론했던 "싱어송라이터는 연예인이 아니다"란 말의 답도 주었다.
“싱어송라이터는 예술인이다”
최백호가 이끄는 한국음악발전소의 기부 및 후원 계좌는 신한은행 100-027-061566 이다.
기부 및 후원문의는 (사)한국음악발전소 전화02)786-7865 로 문의하면 된다.
데일리뮤직 정철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