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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즐겁게 사는 것. |
글 / 최윤희 (babozang@empal.com)
카피라이터, 행복학 강사
며칠 전 TV 아침마당에 나가서 웰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키워드가 된 웰빙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쉽게 풀이하자면 ‘참살이’, 조금 시적으로 표현하면 ‘존재의 안녕’
인터넷 검색 창에 ‘웰빙족’이라는 단어를 쳐보니 다음과 같은 정보가 흘러나온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옷을 입고 유기농과 갈아 만든 싱싱한 주스를 마신다. 신선한 샐러드와 고단백 생선으로 점심을 하고 기름기 쏙 뺀 가벼운 저녁을 즐긴다. 하루 업무가 끝난 후 고급스러운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스트레칭과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한 차원 높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 품격 높은 일상에 ‘부티’나는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바로 웰빙족이다.”
그들은 번드르르한 겉모습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너 뷰티(Inner Beauty)라고도 한다.
심신안정과 우아한 평화, 그리고 건강밸런스를 추구한다.
웰빙족은 이제 인테리어 분야에까지도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웰빙 인테리어의 키워드는 풍수(風水)다. 서북방향에 거실이 있으면 남자의 기가 약해진다, 적절한 소품배치로 나쁜 기를 막아야 한다, 커튼은 베이지 색이나 녹색, 바닥은 목재가 기를 살려 준다 등등. 하지만 진정한 풍수지리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덕을 베풀지 않는 사람은 명당에 들어가도 시궁창으로 변하고, 덕이 넘친다면 혈처를 몰라도 명당에 들어가게 된다.”
...............위의 호화찬란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나는 웰빙족입네…… 해서 이것저것 따지는 것보다 그냥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웰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히 주장하고 싶다. 어줍지 않은 ‘웰빙족’보다는 확실한 ‘웰빈족’이 건강에 더 좋다!
비록 수입이 적고 가난한 ‘웰빈족’이면 어떤가? 날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웃끼리 ‘해피 모닝?’ 웃으며 아침문안 인사를 나눌 수 있다면 누구나 웰빙족인 것이다.
그날 TV에 나온 패널 중에서 유난히 이색적인 부부가 있었다.
강원도 정선에서 된장을 만들어 파는 도완녀, 그리고 도연스님.
스님은 긴 머리에 가수 전인권처럼 도발적인 퍼머하고 나타나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민족이야말로 웰빙원조라는 것이다.
단군신화에 우리들 최초의 선조인 곰은 마늘먹고 쑥으로 연명을 했으니 그것이 바로 웰빙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살고 남에게 베풀고 살면 최고하는 것....
그렇게 사는 인생이 진짜 웰빙이라는 스님의 말에 나도 100% 공감했다.
웰빙을 부르짖다 보니 우리 주변엔 꼴볼견도 많다.
무엇에나 그저 웰빙을 갖다 붙인다.
웰빙다이어트, 웰빙데이트, 웰빙토크, 웰빙 수제비...심지어 우리아파트 정육점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돼지고기 웰빙3총사...안심,등심, 목살!
내 친구 중에 유난을 떠는 친구가 있다.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녀는 맨날 웰빙으로 해가 뜨고 웰빙으로 해가 진다.
윤희야, 나 웰빙드라이브 하고 왔어. 그런데 미사리에 웰빙 유기농 한정식을 아주 잘하는 음식점이 있대서 찾아가다가 차가 막혀서 고생 무지 많이 했어. 스트레스를 좀 받았더니 골치가 띵 하네? 편두통 약을 좀 사먹어야 겠어.
맙소사. 웰빙 식사 두 번만 했다간 편두통으로 아예 드러눕겠다.
나는 웰빙은 커녕 끼니를 거를 때도 간혹 있다.
시간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한끼 쯤은 훌쩍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 편하게 웃고 사니 별 탈이 없다.
나는 비싼 유기농 야채같은 것은 어디서 파는지도 잘 모른다.
그냥 아파트 앞에서 파는 할머니, 아줌마들한테서 사는 야채에 된장, 청국장 같은 것만 주로 먹는다.
몸이 땡기는 음식을 먹다보니 건강은 그냥 따라온다.
비싼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매일 못가서 아깝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많다.
나는 돈 냄새 팍팍 풍기며 사는 럭셔리한 ‘웰빙족’이 아니라
새벽마다 산에 가서 공짜 운동을 하는 ‘웰산족’이다.
운동기구에 누워서 새까만 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누가 돈을 억억 으로 갖다 준다 해도 결코 바꿀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별 5개 짜리 행복의 극치! 희열의 꼭지점!
그리고 또 다른 기쁨도 많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이야기들.
산에 오는 사람들은 웃을 준비가 100% 완료되어있다. 가슴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별 것도 아닌 이야기에 까르르 뒤집어진다.
별명도 다양하다. 무우, 배추, 깍두기, 백김치, 열무. 고들빼기...
오늘은 왜 열무가 안보이지? 아휴, 어제 딸집에 간다더니 안즉 안왔나벼?
배추는 왜 안 와? 저 아래서 백김치랑 다리 아프다고 좀 쉬다 온대.
그러면 우리는 모두 까르르 뒤집어진다.
또 누군가 손주 자랑을 한다.
아 글씨, 우리 손주 놈이 그저 할머니가 젤이랴, 나중에 할머니한테 장가가고 싶대잖여?
산은 다시 웃음바다, 웃음파도가 출렁인다.
그렇다. 웰빙, 웰빙.... 유난 떨지말자. 웰빙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즐겁게 사는 것.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아내는 것.
웬만하면 양보하고 남부터 배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참 웰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