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고 – ‘감동’의 날
새벽 6시 40분
새벽 4시에 일어나 부지런떨며 도착한 파킹랏에는 벌써 시냇물님이 도착해 계셨습니다.
오늘의 리드를 위하여 스키캠프에 가지 않으신 것 같이…
제일 먼 곳에서 오시는 분이 가장 먼저 도착해 계신거죠. (감동1)
곧 모두 속속 도착하여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였습니다.
토끼, 화목, 라임, 풍경, 한사랑, 베리, 아테나, 이슬, 빨간콩, 안개, 런던, 대청봉, 햇살 모두 14명
오이스터 돔 길가 파킹할 수 있는 공간에 우리팀의 차들이 제일 먼저 도착하였습니다.
대청봉과 햇살은 구글지도 믿고 갔다가 비포장길로 인도되어 다시 돌아오는 수고를 하였지요. 이곳에 올때마다 이러기를 벌써 최소 세번은 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입구를 다시 찾아가는 길이니 먼저 올라가세요~”
연락을 취해놓고 트레일 헤드에 도착하여 준비하였습니다. 이곳의 정확한 이름은 ‘Chuckanut Trail Head’ 다음부터는 Oyster Bar 레스토랑을 입력하고 오는 것이 더 편하겠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비가 오네요. 우비를 챙겨입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곳이 이렇게 가팔랐던가?’ 다시 생각하며 진짜로 가파른 길을 올라갔습니다.
기억의 망각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곳의 지형을 다 잊어버려서 이렇게 가파른 줄 미리 생각하였더라면 마음의 조금의 걸림은 있었을 것입니다.
매주 오르는 산이 매주 새로우니…
이것은 ‘복’인가? 건망증의 시작인가?
4,200미터 고지의 숨쉬기 힘든 잉카트레일도 마추피추를 내려다보며 안개덮인 아름다운 경치와 맛있게 먹던 스테이크맛으로 기억됩니다. 5,895미터 킬리만자로 등정도 바오밥나무와 자이언트 로벨리아 등 희귀한 나무와 툭 트인 경치로만 기억되며 힘든 여정은 모두 잊어버리고 멋진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5,500미터 히말라야 칼라파타르도 ‘태초에 지으신 모습이 이 모습일까?’ 하는 신비한 곳으로 기억하기에 여러 번 반복 등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는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웠던 추억의 순간을 기억하는 나의 뇌 구조의 편리함 때문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오이스터 돔 트레일 코스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 놓았네요.
삶에서도 아름답고 좋은 것만 기억되고 아프고 슬픈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해 봅니다. 산과 자연과 트레일에서는 그것이 가능한데 왜 삶에서는 그것이 안되는지… 자연과 삶의 괴리가 너무나 큽니다. 그러나 아픔과 슬픔도 기억되어져야 회상과 반성도 있을수 있기에… 기억하는 것과 잊어버리는 것, 모두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정상은 언제나처럼 안개에 살짝 가려 있었으나 큰 바람이 불지는 않았습니다. 날씨는 춥지 않았고 길에는 눈도 없었습니다. 지난주 Dirty Harry의 길을 생각하면 이곳은 가파른 길과 평탄한 길이 고르게 있는 ‘양반의 길’이었습니다.
오이스터 돔에 올라 일행과 만났습니다. 정상등정으로 만족하지 않는 시냇물님의 안내로 루프 트레일을 다 돌고 난 후 한 회원은 말했습니다. “오늘 시냇물님께 또 당했네! 1~1.5마일 정도 더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2마일넘게 간 것 같아요. 한 9마일은 걸은 것 같아요!”
그러나 그 말은 기꺼이 앞으로도 속아주겠다는 표현으로 들렸습니다.
만남의 파킹랏에서 화목님은 “오랜만에 나와 쫓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못 가면 차에라도 있으려고 가는거예요.” 이렇게 말씀하시고 출발하셨는데… 웬걸… 찾아보기도 힘들게 앞서서 가셨습니다. 오늘 피크닉이 내정되어 있어서 아무 간식도 준비 안 한 저에게 화목님의 옥수수 빵, 이슬님의 강낭콩 들어간 향기나는 빵이 힘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 비가 오다 말다 하여 그리 큰비를 맞지는 않았습니다.
비에 대비하여 우비를 챙겨 입으니 색이 예쁘다고, 자켓이 좋다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하기는 이 차림으로 히말라야도 가고 킬리만자로도 갔으니까요. 그 험한 곳을 갈 때나 오이스터 돔에 올 때나 복장은 같은 거죠.
‘만반의 준비!’ 다시 말하자면 ‘단벌신사!’
드디어 산행을 마치고 오이스터 팜에 도착.
우리 일행들이 얼마나 스마트한지 일부는 Taylor Shellfish Farm으로 공급을 위하여 장에 가고, 일부는 주립공원으로 직접가서 미리 세팅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기로 했습니다.
풍경님의 주도로 팜에 도착하여 굴과 홍합을 고르는데… 풍경님이 흥정을 잘해서 30파운드 값으로 40파운드를 받았습니다.
카운터에 있는 여자 직원은 개인들의 구입과 단체 주문이 함께 막 들어가는 데도 전혀 불편한 기색없이 응대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산이 정확하였습니다. “이따가 갖고 갈게요. 이름써서 놔주세요.” 했다가 “그냥 지금 갖고 갈게요.” 번복하기도 했는데 하나 오차도 없이 딱 준비를 잘 해주었습니다.
5파운드 홍합을 일일이 골라서 포장해 주는 것을 보고 (죽거나 상한 홍합을 골라내어 다시 포장해 주네요) 언제 우리의 30 파운드를 고르고 있나… 하는 생각에 “우리가 갖고 가서 고를게요. 우리 일행이 많아서 쉽게 할수 있어요.” 했더니 30파운드를 사겠다는 우리에게 갖고 가서 고르라고 10파운드를 더 얹어 주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주인의 딸같이 보였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심의 결정권을 가지기 어렵고, 그렇게 똑똑하게 일처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녀는 계산이 너무나 빠르고 정확하여 여느 계산대에 있는 미국인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똑똑하게 계산만 잘하는 아시아인같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바르게 계산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상인이라고 해도 손님들이 동시에 여럿이 와서 서로 말하면 헷갈리기도 하여 미간이 찌푸려질만도 한테… 동요없이 잘 처리하더군요. (감동 2)
풍경님이 돈이 남았다고 ‘이것을 어떻게 돌려주나…’ 하고 일감이 생긴 듯 말했습니다. 얼마나 남았나 봤더니 딱 굴 32온스 한통 살만한 돈이었습니다. “한통 더 사면되겠네!” “참 그러네요!” 그래서 굴은 모두 3통이 되었습니다. 3통은 필요한 양이니 기억해 놓으면 다음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딱 1개 남아서 라면에 넣고 끓였고 이것은 주방장 이슬의 특권?으로 빨간콩님의 입으로 들어갔습니다.
라임님은 큰 스텐 양푼과 커다란 파란 바구니를 잘 갖고 오셔서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양이 너무 많아서 그 큰 그릇 없었더라면 씻기도 어려웠을거예요. 주방을 꾸며 놓은 곳을 보니 부르스타가 4개, 커다란 냄비가 5개, 아테나님은 맛있는 찰밥까지 해 오셨고, 한사랑님은 맛있는 김치, 풍경님은 매운 고추, 파 마늘 소금 등 저라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을 양념을, 토끼님은 키친타올등 일회용품, 초고추장, 레몬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게 커다란 주방이 차려졌어요. 작년에 수도를 잠궈놓아 물이 없는 것을 알았기에 각자 차에다 물을 싣고 와서 그 많은 홍합을 모두 깨끗이 씻었다는 사실도 대단한 거에요.
부엌살림 준비를 모두 자발적으로 함께 했다는 사실 (감동3)
20불로 홍합 잔치를 벌여 나중에는 홍합이 남는 지경이 되었어요.
그러나 양식한 홍합은 역시나…
ShiShi 비치것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먹는 동안 계속 샤이샤이 비치의 홍합을 그리워했습니다. 비록 모래가 씹혀도 그 맛은 정말 맛있는 맛으로 아직 입속에 남아있으니까요.
여대장 보고파님이 안계시고, 살림꾼 샤인님이 안계셔서 어쩌나… 했더니 모두가 한 살림하시는 분들인것 있죠? 역시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회원들은 준비부터 치우는 것까지 솔선수범하여 감동이었어요. 그렇게 늘어놓고 풍성한 잔치를 벌였는데 치우는 것도 눈깜짝할 시간에 치워서 모두에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동4)
특히 팜에서 40파운드 홍합을 어깨에 지고 오신 런던님! 쓰레기 처리까지 말끔하게 해주신 시냇물님, 대청봉님, 빨간콩님 고맙습니다.
오늘은 특히 남자대원이 적어서 가파른 산길 오르면서 또 내려오면서… ‘다치는 사람 없어야 해!’ 를 마음속으로 모두 다짐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왔던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레저클럽 회원님들의 저력을 다시 본 감동의 날이었습니다.
첫댓글 햇샇님 추억의 장면들 다음을위해 잘 기록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유명작가님의 수필을 읽는듯하네요. 햇살님 글은 언제나 최고에요
세세한 기록과 유머와 감동까지~
생동감 넘치는 산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역시 문장가다운 햇살님!
햇살님의 글솜씨로 태어난 생생한 산행기에 감동 하나 추가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