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바우길
간밤에 술마시고 논다고 꼬박 샜습니다. 긴장을 해선지 잠도 안오고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아침 6시30분 서울시 의회앞에서 기다립니다. 하나둘 바우길 갈 사람들이 옵니다. 제일 첫 번째 오신 부부 봉하올레도 참석하신 의정부에 사시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유명인사 미디어몽구님이 왔습니다. 2009년 부산대에서 보고 처음입니다. 무지 반갑습니다. 7시10분 출발입니다. 새 버스라 기분 좋습니다.
김국장이 먼저 인사하고 전 그틈을 타서 물을 나눠 드리고 좀 잘려는 심산으로 미리 점심 메뉴를 주문 받습니다. 생각보다 막국수가 덜 팔렸습니다. 잠시 눈을 감았나 했더니 김국장이 깨웁니다. 문막 휴게소랍니다. 8시25분 예정보다 15분 빠릅니다. 문막 휴게소가 관광버스로 몸살입니다. 특히 여자 화장실은 길게 줄을 섭니다. 눈치빠른 김국장은 근처 주유소 화장실을 다녀 옵니다.
2호차에 연락해서 점심 주문을 받고 식당에 주문을 마치고 또 눈을 감았나 했더니, 강릉IC입니다. 부랴부랴 일어나서 바우길 담당자랑 연락을 취하니 벌써 도착해서 기다린답니다. 선교장에서 이순원 선생을 만나 인사하고 전 근처 버찌로 갈증을 달랩니다. 이순원 선생이 우리 편의를 위해 중간 중간 우리를 안내할 바우길 일꾼들을 많이도 데려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0시30분 드디어 바우길 11코스 신사임당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선교장을 통해서 가는데, 이선생님이 특별히 부탁을 했나 봅니다. 입장료가 2,000원이거든요
선교장이 참 볼만해서 일행들이 걷기보다는 사진 찍는데 몰입하는군요 스탭인 저는 초조합니다. 점심을 맞추려면 오전엔 좀 빨리 걸어야하거든요 고기자한테 이야기해서 중간 중간 우리가 서서 좀 빨리걷자고 이야기합니다. 전 제일 뒤에서바우길 대장님과 같이 걷습니다. 근데 6살짜리(만4세)꼬마가 있는 가족이 있습니다. 은근 걱정입니다. 선교장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그림이 따로 없네요 주위는 온통 적송이고 싸리꽃도 참 예쁘게 피었습니다. 어떤 분이 엉겅퀴꽃을 사진 찍으니 대장님이 왜 엉겅퀴인줄 아냐고 물으십니다. 잘 모른다고 하자 그 풀을 먹으면 피가 잘 응고되어 엉겅퀴란 이름이 붙었답니다. 그리고 보니 어릴적 무릎 까져 피날때 잎을 짖이겨 많이 발랐습니다.
중간 휴식지로 작은 동산에 올랐는데 또 그 경치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식당) 때문에 모두들 서두는거 같아 식당에 전화해서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일행들에게 천천히 걸으셔도 된다고 했더니 얼굴이 환 해집니다. 먹자고 걷는게 아니잖아요 걷고 나서 먹는거지 가끔 살다 보면 이렇게 주객이 전도되곤 하는 일이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시 힘내서 출발합니다. 바우길 대장님이 숲길을 걸을 때는 피부를 최대한 노출을 시키는 반바지와 반팔 차림이 좋답니다. 가능하면 발가벗고 걷는 게가장 좋다고 제가 대장님 편을 들었더니 같이 걷든 아가씨들이 눈을 흘깁니다. 하지만 변태로 보는것 같진 않아 다행입니다. 사실 그래야 산의 기운과 정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을 수 있긴 합니다. 가끔 시골에 가시면 야밤에 아무도 몰래 발가벗고 삼림욕을 즐기세요 ㅎㅎㅎ
드디어 중간 기착지 경포대입니다. 한창 공사중이라 좀 아쉽습니다만 경포호를 바라보는 전망이 참 좋습니다. 드디어 경포 호반을 따라 걷습니다. 잠깐 나루터에 들러 단체로 사진도 찍었습니다.
5월에 오면 바다와 호반의 물과 대기의 기온차로 생기는 해무가 인상적인데 오늘은 해수 온도가 상승해서 해무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또 4월 경포 호반은 벚꽃이 볼만합니다. 호수쪽엔 능수벚나무 반대편에 벚나무가 잘 심어져 있습니다. 물론 6월 중순에는 버찌를 따 먹으며 걷는 재미도 있긴합니다. 중간 중간 제 손이 닿는곳에 버찌를 따 먹으니 그거 먹어도 되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 먹어 보라고 했더니 맛이 괜찮은지 고개를 끄덕이네요 버찌가 체리 아닙니까? 물론 체리는 먹기위해 개량해서 열매가 크긴 하지만 말입니다. 호반을 주욱 따라 걸으니 인간인지 선계인지 잘 모를 정도로 참 좋습니다. 살다가 이런 행복도 많지 않을텐데 왜 상상속의 파랑새만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곧 파랑새고 행복인것을 새삼 느끼며 걷고 또 걷습니다.
얼마 안가 초당 마을 초입입니다 허균 허난설헌 생가 마을이라고 푯말이 되어있네요 생가에서 잠시 모여 오늘 식당을 안내합니다. 막국수와 두부전골로 메뉴가 나뉘어 할 수없이 두곳을 예약 했습니다. 막국수는 근처이고 두부집은 좀 더 가야됩니다. 날이 더워 그런지 두부전골 먹을 사람들이 막국수 먹을걸 하는 표정입니다. 두부전골 집에 가서 보니 참 잘 나옵니다. 서둘러 계산하고 막국수를 먹기 위해 왔습니다. 보기에도 맛나게 생긴게 먹어보니 꿀맛입니다. 단숨에 두그릇을 해치웠네요 제가 늣게 가서 주문을 추가 하나라고 했더니 주인이 하나 더 해주셨습니다. 초당면옥인데 안주인이 붙임성도 좋고 음식맛도 뛰어납니다. 막국수 먹은 사람들 표정을 보니 다들 흡족해 하시는거 같아 주선자로선 기분이 좋습니다.
허난설헌 생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솔밭 콘서트를 합니다. 준비하는 동안 고재열 기자가 나와 300년 동안 이 판소리 공연을 위해 준비한 무대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대충 초당 솔밭이 300년 이상은 되어 보이니 틀린말도 아니지요 또 김은남국장이 나와서 인사말을 하고 이순원 선생이 여기는 허균 허난설헌 생가가 아니고 그 두분의 부친 초당선생 허엽의 생가라고 설명해 주십니다. 허균은 1년정도 허난설헌은 서울서 태어나 여기서 얼마 안살았답니다. 그리고 이 동내가 초당마을이 된건 허엽선생의 호를 따서 이름 붙혀졌답니다. 지금은 두부로 유명합니다.
흰색저고리에 보라색 치마로 곱게 단장한 김나희 코아트 대표가 나와 단가를 부릅니다. 솔밭과 판소리 참 잘 어울립니다. 어깨가 들썩 들썩 합니다. 단가, 적벽부, 춘향가중 쑥대머리부분(참 슬프더이다) 그리고 진도아리랑을 같이 불렀는데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앵콜 곡으로 사랑가를 멋지게 불러 주셨습니다. 제가 핸폰 밧데리가 없어 동영상을 못 찍었는데 아쉽네요 (참고로 판소리는 다섯판(마당)입니다. 춘향가,흥부가,적벽가,수궁가,심청가)
다시 길을 겉습니다. 초당 마을을 나와 강문 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 솔밭길입니다. 왼쪽에는 파란 바다가 쉬원하게 펼쳐 있습니다. 바람도 살랑 살랑 짙은 솔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수백년 쌓인 솔밭길은 푹신하여 걷기가 참 좋습니다. 오늘은 우리 독점 행사이고 중간 중간 안내인들이 많다 보니 제가 신경쓸 일이 없어 맘껏 경치 구경과 걷기를 즐깁니다. 옆사람과 두런 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참 행복합니다. 이런게 진짜 행복인데, 멀리 있는 파랑새만 쫓아 온게 아닌가 새삼 느껴집니다.
솔밭길이 끝나고 해변이 나오는걸 보니 목적지 남항진이 가까워 졌나봅니다. 갯내는 아닌 알싸한 바다향이 무척 좋습니다. 파란바다를 닮은 하늘이 참 예쁩니다. 남항진은 연어가 돌아온다는 남대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입니다. 아시다시피 남대천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몇 안되는 큰 강입니다.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네요 남대천을 건너 남항진을 가려면 솔바람 다리 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다리를 건너야합니다. 다리위에서 우리 스탭들 본분도 잊고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일찍 도착한 김국장이 언제 출발하냐고 연락이 옵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입니다. 부랴 부랴 달려가서 4시20분에 강릉 중앙 시장 들렀다 서울 간다고 공지하고 해변을 즐겼습니다. 이순원 선생도 같이 가신답니다. 바쁘실텐데 넓은
(고재열기자 트위터에서 퍼왔습니다)
배려심이 느껴져 참으로 고맙네요 중앙시장에 도착해서 이런 저런 구경을 하는데 오늘 일행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올해 69세 되신 분이 저랑 막걸리나 한잔 하잡니다. 시장 좌판에 앉아 메밀김치전과 옥수수 막걸리를 기울이는데, 일행중 한분이 지나가길래 동석했습니다. 그분은 오늘 참가한 최연소자(6살) 아빠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놀때 시간은 너무 잘갑니다. 시계를 보니 버스 출발 시간입니다. 서둘러 파하고 불콰해진 얼굴로 돌아왔더니 김국장이 언제 한잔 했냐고 자기도 좀 데려가지 하는 표정으로 핀잔을 줍니다. 5시30분 일박하기로 한 사람들 내려놓고 서울로 출발합니다.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는데 막힐까봐 걱정입니다.
기사님께 막힐지도 모르니 소사휴게소에서 쉬자고 하고 설핏 잠이 들었는데, 문막휴게소라고 깨웁니다. 차가 하나도 안막힌답니다. 희한한 일이네요 원래 영동 고속도로는 문막휴게소부터 강천터널 여주 덕평 용인까지 상습 정체 구간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안막힌답니다. 오늘 날씨도 좋고 바람도 살랑 살랑 불어 걷기도 좋았는데 마지막엔 차도 안막힌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그렇다고 문막 휴게소에서 식사 공지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네요
문막휴게소를 출발하여 강남터미널에서 내려드리고(우리차엔 많이들 내리십니다) 종착지 서울시의회에 도착하니 9시가 채 안되었습니다. 잘 가시라고 인사하고 집에 도착하니 10시20분입니다. 찬물로 몸만 행구고 아주 깊은 잠을 잤습니다. 6시30분 축구 하려고 일어나니 몸은 천근만근인데 정신은 너무 맑고 개운합니다. 걸읍시다 걸으면 행복해지고 치유가 된답니다. 가까운 동네 둘레길 부터 시작하세요
첫댓글 마지막 멘트가 일품입니다....
"걸읍시다 걸으면 행복해지고,
치유가 됩니다"...감사합니다...
아주 즐겁게 시간을 보내셨네요. 스크랩해온 후기 잘 보았습니다.
살다가 이런 행복도 많지 않을 터인데..걷고 나서 먹는 것이지.. 백배 동감합니다.
멋진 사진과 찬찬한 후기 고마운 맘으로 즐감합니다.
너무 멋진 후기여서 스크랩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