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힌남노
休安이석구
힌남노
역대 가장 강한 태풍이 온다고 한다
누가 먹다 버렸는지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잠겨 희디흰 솜사탕 떠도는
잔잔하기만 한 계룡인데
제주에는 이미 비가 시작되고 바람이 몰아친다 하니
역시, 세상 넓긴 넓은가 보다
살짝 위로 솟는듯하다가 아래로 휘어 내린 귀
어느 전장에서 잃었는지
외 귀 투박하게 빛나는 군청색 물잔은
어둡게 채색한 주변을 고요하게 품고
살랑살랑 시원하게 바람 좀 불까 하여
세 군데나 활짝 열어 재낀 베란다 창이건만
그들조차 물잔에 들어앉아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칠십이 년 전 새벽이 이랬다던가
조용하기만 했던 그 날의 아침이었건만
갑작스레 몰아친 돌풍이 서울을 쓸고
대전을 쓸고 끝내는 광주를 휘감아
낙동강 해자에 가두었던 잔인한 삶
지금, 저 하늘의 푸르른 고요가
어쩌면 결코 고요가 아닌 고요
아, 힌남노
첫댓글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별일은 없으셨죠?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연휴이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