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불구 통화공급 둔화 가계대출ㆍ해외투자만 늘어 대출편식 막을 자본규제 도입 금리인상시 위험에 대비해야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은행권이 올 상반기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데 대해 국회예산정책처가 가계대출로의 쏠림과 이에따른 기업여신 위축이 자금흐름을 왜곡시키고 기준금리 인상시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예정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제 등의 제도를 도입해 금융권의 ‘주담대 쏠림’을 억제하고 기업여신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생산적 금융’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최근 금융기관의 자금운용행태와 시사점’ 자료에서 은행의 자금이 특정 부문에 쏠리지 않도록 하는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부문에 공급되는 신용에 한하여 금융기관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추가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부문별 신용 공급량을 조절하는 제도로 스위스에서 시행 중이다.
예정처의 이같은 주장의 배경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가파르게 늘어난 반면, 이들로부터의 기업 차입금 증가율은 오히려 둔화된 데 있다.
기업 매출액 대비 차입금 비율은 지난 2016년 1분기 31.4%에서 올해 1분기 27.3%로 하락했다. IT부문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의 현금흐름 개선이 큰 이유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과 해외채권 투자에 집중하면서 기업 대출 창구 문턱을 높인 탓도 크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에 대한 기업신용의 배율은 2015년 2분기 1.58배에서 1.43배로 하락했다. 2013년말 34조원이었던 해외채권잔액이 2017년 1분기에는 136조원에 이르러 약 3년 1분기 만에 4배 급증했다.
예정처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중 리스크가 적은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은 늘리고 조선, 해운 등 업종경기가 악하된 부문에 대한 여신을 보수화하고 있는 추세로 해석했다.
경기가 활성화되면 통화수요의 증가에 따라 통화공급도 필요하나 최근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오히려 둔화세다. M2는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2015년 8.6% , 2016년 7.3%, 2017년 1분기 6.3%로 둔화됐다.
결국 돈이 기업보다는 가계와 해외로 더 많이 흘러들어 갔고, 그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저금리로 푼 돈이 실물경제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묶여 경기개선 효과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논리다.
가계대출 강세와 기업신용 위축은 자금 흐름 뿐 아니라 기준 금리 인상시 우리 경제의 대응력도 약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화공급이 둔화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린다면 단기자금시장에서 유동성수급 악화가 발생하고 이는 장기채시장의 수급악화로 이어져, 일시적으로 장기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예정처의 우려다. 기업신용을 늘리는 것이 장단기 자금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