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택시 카풀 반대 농성장에서 지난 9일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임모(64) 씨의 육성 유서가 공개됐다.
공개된 육성 유서에는 "국민들하고 소통한다는 게 웬 말이냐. 소상공인 다 죽이고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다 망그러지고 60대의 주축으로 이루어진 택시기사들은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고 말했다.
또 "우리 죽고 나면은 대리기사들마저 죽을 것이다. 당신들의 돈줄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카오톡이 하고 있는 일을 잘 살펴보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녹음돼있다.』
이러한 뉴스에 접하면서 어떤 상념이 문득 머리를 스쳐갔다.
먼저 든 생각이 분신자살하면 1970~80년대 이후 20대 청년들이 유신군부독재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선택했던 게 아닌 가였다.
당시 전후 베이붐세대에 속하는 20대 청년들이 처한 사회정치적 상황은 앞이 안보일 정도였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처지였다. 어쩌면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심리상태였다고 하겠다.
그런데 60대 개인택시사업자가 정부의 공유경제라는 일자리 창출정책에 저항하기 위하여 분신자살을 선택하다니 무엇이 그런 정도의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먼저 베이붐세대인 1970~80년대 20대 청년들이 나이를 먹어 2010년대 후반기에는 60대 나이에 도달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 세대는 궁지에 내몰리면 공적인 이슈를 내세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정서를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보다 중요하고 궁금했던 점은 베이붐세대가 왜 20대 청년시절의 이념적인 문제만큼이나 실제생활에서 어떤 문제가 절박하게 다가오는가 였다.
그러면서 베이붐 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어떤 어려움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세대는 여러 가지로 이전 세대와 달라진 상황에서 은퇴시기를 맞아야 했다. 먼저 기대수명이 늘어나게 되었다. 다음으로, 세대의 숫자가 한해 백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폭 늘었다가 이후 세대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끝으로 생황터전인 가정과 직장이라는 일터로 분리되어 생활했었다.
이러면서 먼저, 일상생활비, 건강유지비, 질병치료비 등 노후자금 부족에 직면해 있다. 다음으로, 자식 세대가 부양하기가 힘들어 지고 오히려 산업기술의 고도화와 더불어 일자리가 줄면서 거꾸로 노는 자식세대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었다. 끝으로 가정에서 분리된 채 직장에서 일에 매달려 생활하다가 가정으로 돌아오면서 심리적으로 단절감, 고립감, 좌절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전에는 농경사회로 생활의 터전이 바로 일터였고, 평균기대수명이 짧아 일에서 손을 뗀 이후의 여생이 길지도 않았다. 따라서 사실상 은퇴가 없었고, 대가족 내에서 부양 등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지금의 베이붐 세대는 앞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은퇴시기가 미루어지면서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베이붐 세대의 은퇴자 대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사회불안 요인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행정적 수요가 생긴다.
정부가 개인의 문제에 왜 관여하느냐의 반론도 있을 수 있겠으나 청년세대의 일자리 역시 개인의 문제임에도 왜 그처럼 관심을 기울여야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청년세대 일자리는 1970~80년대 고도성장시대처럼 신규로 창출되던 것과 달리 경제안정기로 접어들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베이붐 세대가 은퇴하게 되면 청년세대의 일자리가 마련되는 측면이 있다.
어떤 사업장에서 전반기 근무자가 일이 끝나면 퇴근해야 후반기 근무자가 일을 할 수 있다. 개인적 사유로 전반기 근무자가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머무르면서 일하려 한다면 후반기 근무자는 일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회사가 개입해서 근무교대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 측면이 있다. 더구나 전반기 근무자인 베이비붐 세대가 이후 세대보나 그 숫자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원활한 근무 교대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절실하다고 하겠다.
대도시 은퇴자의 경우 농촌생활이 비용도 적게 들지만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면 이전을 결정하기가 망설이게 된다. 혼자 농촌지역으로 들어오려 해도 주택구입비 증가, 농촌거주인과 소통 곤란, 문화, 체육, 의료 등 정주여건이 불편 등을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이런 이유로 대도시에 머무르게 되면 은퇴 이전과 동일한 도시생활의 유지에 따른 노후자금을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베이비붐 은퇴세대들이 열악한 조건의 직장에 머물면서 청년세대와 부분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올해 통계치에서 보듯이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참여는 더욱 늘고 있다. 일부 방송에서는 그게 무슨 자랑인 양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이는 근로자 최저임금, 자영업자 채산성 악화 등 노동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고령자들이 열악한 여건에서 노동을 하게 되면 건강을 해쳐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의 보도에서 본 개인택시사업자의 분신자살 사건을 이런 차원에서 보면 잘못된 것일까
우리 사회 사정이 이와 같다면 베이붐 세대의 적절한 은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노령연금 준다고 하면서 국민연금 나오니 상쇄하고 준다는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출산 및 육아대책, 청년일자리 대책에 비하면 어떠한가, 베이붐 세대는 이 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을 한 세대가 아닌가, 베이붐 세대를 이렇게 방치하다 보니 박탈감으로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태극기나 성주기 들고 나오고, 유튜브 가짜 뉴스를 보면서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그 대책의 하나로 대도시 주변 농촌지역에 은퇴자 거주단지를 조성해서 주거비용도 줄일 겸 임대해주면 어떨까 한다. 굳이 주거비용이 늘어나는 분양주택을 구입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지자체가 인구유입책으로 입주민을 모집하되, 은퇴 전 직종 등을 고려해 단지에 함께 모여 살도록 입주민을 모집해도 괜찮다.
필수 복지서비스로 문화, 체육, 의료 등 공공시설을 설치해 공공단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단지와 대도시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수단도 제공해 은퇴자의 가족 단위 이전이 쉽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령 요양시설도 지금처럼 시골구석에 처박아 놓아 마치 고려장에 처한 듯한 느낌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주거단지 옆에 요양시설을 설치해서 바로 옆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는 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주거단지에서 같이 지내던 사람을 항상 볼 수 있으니 심정적으로 안정되고, 지금처럼 시설 운영을 환자를 이용한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수 없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택시사업자와 연계하여 면허를 반납할 경우 지급하는 연금을 주거단지 거주권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택시운송시장에서 개인택시사업자를 먼저 줄인 후, 운송수단 확보 여지가 생긴 자리에 공유경제 수단을 활성화시키면 이런 사단이 나지도 않을 것 아닌가
은퇴자 거주지 마련에 필요한 재원은 수도권 신도시 3기 사업자금 중 일부를 활용할 수 있다. 베이붐 세대가 노후자금을 늘리기 위해 저금리의 은행에 맡겨 이자수입으로 살 수 없으니 아파트 투자에 가담하면서 가격 폭등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5년 후 입주 시기가 되면 그 세대 상당수가 줄 것이니 가격 폭락이나 입주 무산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사회문제도 대두할 것이다.
첫댓글 인류의 역사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것인가? 그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봐야할것이라 공유경제로의 전환은 세상의 흐름으로봅니다. 공유경제의 반대가 아닌 부작용을 최소한으로하는 사회적 소통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하는데 현 상황이 안타까울뿐입니다.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 또한 기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긴 할건데요. 직접 이해당사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라...그저 막연할 뿐입니다.ㅠㅠ
대정부투쟁이 아니라 회사랑 상대로 싸워야 한게 아닌가
좋은 글 많은 공감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현정권, 양심정권은 항상 부패정권들이 싸질러놓은 똥을 치워야하는 부담을 가져야 하는군요.
어찌해야 이런 악순환을 끊을까요?
이게 비단 정권세력들에게 일어나는일이 아니라, 개인사에도 마찬가지인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인간의 숙명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의가 승리할 길이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ㅎㅎㅎ 너무 비관적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문재인 정권은 철저히 법에 따라서 개혁을 추진해나가기에
느려보이기는 합니다만
문재인이라는 한 개인의 특성이 그렇듯이
대단히 참을성있게 꾸준히 한 방향으로 걸어나가는 듯하니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반 이상의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