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집>
툇마루같은 식탁이 좋다. 번쩍번쩍 품격있게 찬을 담은 유기가 좋다. 노랗게 강황 품은 돌솥밥이 좋다. 돌솥밥의 향기도 노란 색이다. 노랑노랑 밥을 퍼 먹으면 한알 한알 따로 또 쫀득쫀득 같이인 밥알의 느낌이 좋다. 청국장 맛이 조금 서운해도 이미 맘은 기운 뒤라 어쩔 수 없다.
1.식당얼개
상호 : 외할머니집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오포로 97-1
전화 : 031-339-8308
주요음식 : 청국장
2. 먹은날 : 2022.3.4.점심
먹은음식 : 청국장 10,000원, 콩나물밥 10,000원, 도토리전 6,000원
3. 맛보기
외할머니란 이름에 현혹되고, 포근한 시골 분위기에 안겨 도심을 잊고 토속적인 분위기의 밥상에 빠져든다. 사실 체인점이라 할머니의 주름진 이랑마다에 담긴 사랑을 기대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밥상만큼은 깔끔하고 정겨워 할머니 냄새가 난다. '외할머니' 글씨체도 좋다.
도토리빈대덕. 도토리전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너무 심심할까봐서인지 부추를 몇 가닥 넣었다. 쫄깃거려서 반죽이 아주 좋다. 간도 맞고 쫄깃거리는 식감에 담긴 전의 도토리 순도도 좋다. 좋은 음식이다.
버섯볶음. 쫀득거리고 고소해서 좋다. 품새만큼 맛도 좋다. 유기에 담겨 품격도 갖춘 품새가 맛으로도 꼭 그렇게 나타난다.
소고기장조림. 사실 이 밥상에서 높이 쳐주고 싶은 것은 청국장이 아니라 이 장조림이다. 고기를 쫀득하게 졸여 짜지 않으면서 달근한 맛에 감칠맛 나는 양념이 깊이 배였다. 메추리알도 쫀득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자꾸 더 먹고 싶어지는 맛, 짜고 촉촉한 보통 장조림과 전혀 다른 음식이다. 혀를 즐겁게 해주는 작은 모반이다.
청국장. 대표메뉴인데 맛은 기대에 못 미친다. 청국장이 얼마나 어려운 음식인지 거꾸로 확인한다. 씁쓰레한 맛이 도는데, 뭔가 재넘은 기분, 장독귀신에게 제를 올려야 맛을 회복할지. 전에 조상들이 장독대 주변에 빨간 봉숭아를 심은 것은 장독대에 삿된 것이 범접하지 못하게 하려는 기원이었다. 물론 청국장은 장독대 음식이 아니지만 말이다. 인력으로만 안 되는 것이 장맛이어서 말이다.
사근사근한 김치가 맛도 품새도 좋다. 채 익지 않았으면서 익은 것처럼 친근한 풍미를 풍긴다. 품격있는 김치다.
고추조림. 상큼한 맛이 난다. 그래도 조림이 맛이 조금 간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2인상에 양도 너무 많다. 차라리 버섯볶음을 더 줬으면. 이렇게까지 섬세한 차림은 힘들겠지. 남겨야 하는 찬이 아깝다. 맛있는데.
절편. 가장 무난하고 가장 선호하는 사람 많은 떡, 맛은 무미한 거 같으나 담백한 맛이 매력인, 가장 일상적인 떡이다. 싱싱한 맛, 쫀득한 식감, 거기다 최고로 말랑한 상태에서 상에 올랐다. 상차림의 전반적 조화는 서운한 점도 있지만 떡은 일품이다.
방풍나물. 신선함이 우선 입에 싱그러움으로 차서 좋다. 회전이 잘 되는 집의 강점이 신선한 음식, 수많은 손님 덕에 이렇게 오지게 신선한 나물을 먹는다. 감사한 일이다.
김. 놋그릇에 담기니 더 맛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건 밥이 필요한 음식, 탄수화물 음식 위주로 짜인 식단이 어쩔 수 없이 부담스럽다.
콩나물밥. 밥이 강황밥이다. 강황쌀 판매도 한다. 식재료의 무한 확대다.
고래로 하얀 쌀밥을 최고의 호사로 쳤는데, 이런 공식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이다. 흑미의 검은밥, 진도 검정쌀의 보라밥, 홍미의 빨간밥이 나오더니 이제 노란밥까지 나왔다. 맛이나 냄새로는 차이가 별로 감지 안 되지만 선명한 시각적 효과는 엄청나다. 인도 카레의 주성분인 강황, 특히 뇌건강에 좋다는 강황, 막 머리가 좋아지는 느낌, 엄청난 건강식을 먹는다는 밥상에 대한 신뢰가 제일 큰 효력이다.
맛있는 밥, 이쁜 밥,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까지 좋아서 좋다. 그러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자꾸 회귀하는 것처럼 보여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너무 호사를 부리는 건가.
수저. 숟가락과 젓가락, 수저 제공 방식도 식당마다 제각각인데, 이처럼 나무 쟁반에 놓아준다. 대접받는 느낌, 토속적인 느낌, 밥상에서 추구하는 것을 수저가 다 담고 있다.
4. 먹은 후
1) 식사커피 복합문화와 분리문화
빨리 먹고 일어서는 곳이다. 이상하게 남자손님들이 많다. 주차장도 옹색하지 않고, 실내도 근사하게 편안하게 꾸며 놨어도 한가한 사람의 공간이 아닌 바쁜 사람들이 얼른 먹고 일어서는 공간이다. 식사하는 동안에도 옆 테이블 손님이 몇 차례 바뀐다. 밥은 식당에서 커피는 커피숍에서가 굳어진 대세를 반영한다.
바로 옆 식물카페는 식물이 가득해서 식물가페, 실내 가득한 각종 식물들과 인공 시냇물이 실내를 쾌적하고 즐겁게 만든다. 밥은 외할머니, 커피는 식물카페, 공간 분할과 공생이 재밌다. 프랑스가 선도하는 유럽과는 완전 다른 식생활 문화이다. 식사와 후식 방식은 한 식당에서 식사 후 커피까지 해결하는 통합 문화와 별도의 시공으로 분리하는 분리 문화로 나뉜다. 분리 문화는 우리가 선도한다.
대부분 식당에서 한 테이블에 두 팀을 받지 않는 것이 관례인 프랑스, 카페도 완전히 복합공간이다. 커피와 온전한 식사가 가능한 곳, 신문 보는 곳, 수다 떠는 곳, 식사가 분리된 공간은 아니다. 드물게 커피만의 공간이 있지만 이것은 외래 문화, 신진문화이다. 식사커피 복합문화인 프랑스와 분리문화인 우리, 누가 더 나은 방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통과 환경의 결합에서 오는 선택이다.
분명한 것은 분리문화가 식당 영업에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식탁에 여러 팀의 손님을 받으므로 좁은 공간도 영업에 문제가 없고, 음식은 회전이 빠르고, 덕분에 박리다매가 가능하고, 많아진 손님으로 새로운 음식 실험이 용이해진다.
빨리빨리 한국 대중은 맛과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도, 공간도 찾는다. 음식을 먹는 짧은 순간에도 만족할 만한 환경을 원한다. 토속적인 음식이 주는 분위기는 평온하고 안온하고 고향같은 분위기여서 편안하게 밥먹기 좋다. 빨리 먹지만 편안한 느낌이 소화를 돕는다. 느긋함은 커피숍으로 이동하면 된다. 빨리빨리 문화와 슬로우 문화의 복합이 슬기로운 공간 분할로 정착되었다. 덕분에 식당은 식당답고, 커피숍은 커피숍답다. 적어도 한식에서는 이런 분할이 이루어졌다.
사실 커피숍같은 식당에서는 맛을 즐기기 어렵다. 어둡거나 차탁처럼 식탁이 좁으면 제대로 음식을 즐길 수 없다. 식당이 우아한 분위기를 내려고 조명을 어둡게 하면 음식의 신선도나 재료의 본색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 어두운 곳, 잘 안 보이는 곳에서는 입맛도 동하지 않는다. 음식의 시각적 자극은 바로 입맛의 자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음식은 입으로만이 아니라 눈으로도 먹고 코로도 먹는다.
반면에 커피숍은 너무 환하면 부담스럽다. 밝고 편안한 식당에 우아하고 부드러운 커피숍의 결합, 맛있는 식당 옆에는 대개 근사한 커피숍이 있다. 식사와 식사후를 황금분할한 결합이다. 커피숍은 식자재의 재고 부담이 거의 없는 곳이다. 설사 손님의 회전이 늦어도 상한 커피를 마실 염려는 없다. 전문화되니 맛도 전문화된다.
더 우아한 조합을 경험하고 싶으면 이천의 강민주의 들밥과 같은 블럭 안에 있는 블랑제리커피숍 이천상회에 들를 것을 권한다. 압도적인 조화를, 식사와 식후의 결합을 만끽할 수 있다.
2) 식물커피에서 식물에 묻힌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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