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비가 오고
말러는 흘렀다
사내는 차를 끓였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여자가 말했다
'담배연기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담배 한 갑이면
얼마만큼 영혼을 분실할 수 있을까?'
여자가 한숨을 쉴 때
남자는 여자의 눈에 든 창밖을
천천히 오려냈다.
사랑한다고 몸뚱이를 안아
살이 살 속에 머무는 동안
말러는 다섯번째 아기를 잉태하고
남자가 말했다.
이렇게 사랑해...아니?
이제 더 이상의 창밖은 안돼.
늘 비가 오고
말러는 흘렀다
사내는 그날도 차를 끓이고
여자는
그날도 담배연기에 영혼을 분실한다.
그곳. 이제 머언
유리된 공간...
다만
비가 내린다는 오늘은
밖을 내다 보던 창가에 여자의 냄새가 스밀까?
Gustav Mahler - 5번 교향곡 4악장 Adagietto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코코슈카/바람의 신부(Bride of the Wind)
적어도.....
내가 사랑을 시작하던 때의 사랑은
요즘같지 않았다
저기요...라고
수줍게 말을 건네는 남자는
비트켄슈타인을 들고 있거나
김현의 한국문학사를 들고 있거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들고 있었다
미소를 나누고
영화를 보다 살며시 손을 잡고
헤어지기 싫어
서로의 집앞을 걸어서 오가다
인적이 드문 어느 골목에서
복숭아 향같은 입맞춤을 했다
사랑은 그렇게 느리게 시작했고
느리게 여물었고
느리게 식어갔다
코코슈카가 바람의신부(폭풍우)를 그린 것은
그가 스물 일곱 먹던 해였다
그리고.......
그가 죽은 건 아흔 네살이었다니
꼬박 육십 칠년간이나 이 여자
알마를 사랑했다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 알마......
코코슈카는..........
알마를 처음 보았을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알마를 보는 순간
첫눈에 완전히 그녀에게 빠져 버렸다
그날 저녁 이후 우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지 '
코코슈카는 알마보다 일곱살 연하였지만
그들의 사랑에 나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한다
코코슈카가 전장에 나가 싸우고 있을 때
알마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여
다른 삶을 꾸리고 있을 때에도
여전히 코코슈카는 알마를 사랑했고
그녀의 70회 생일날엔 이러한 서두의 편지를 보냈다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알마!.......
당신은 아직도
나의 길들지 않은 야생동물이오
당신의 생일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덧없는 달력의 시간에 당신을 묶어놓지 말라고 하오'
일흔살의 애인에게
당신은 나의 길들지 않은 야생동물이오...라고 말할 남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 그들은.......
사랑의 폭풍 가운데에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다
그림속의 여인...알마
'지상에서 맺어질 수 없는 사랑 이라면
비바람 치는 밤 하늘을 떠돌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한
코코슈카의 가슴속에 문신처럼 새겨진 그림이다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의 미망인 알마는 편히 잠들어 있지만
코코슈카는 불안과 초조가 가득하다
코코슈카는 400여통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그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알마로 부터 버림을 받아 군입대를 지원하였고
1916년 1차 세계대전의 부상으로 뇌에 손상을 입어 제대를 하게 되지만
알마가 이미 건축가 그로피우스와 결혼을 한 이후였다
그때부터 그는 정신적인 착란으로
알마와 같은 크기의 인형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그는 평생 실연의 아픔 속에서도
가난과 병마와 싸우며 표현주의를 세웠다.
알마는 코코슈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였지만
염세적 그림의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코코슈카는 나중에 소설가 프란츠 벨페르와 세번째 결혼을 하여
스위스 레만호에 정착을 하였고 옥스포드 와 쨜스부르크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화가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둔뒤
94세에 천수를 다하였다.
그때 까지도 코코슈카는 알마를 잊지 못하였다고 한다
알마(Alma Schindler, 1879-1964)
41세 노총각 구스타프 말러와 결혼을 할때 22세였던 알마 쉰들러는
한때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이태리로 도망갈 생각도 했었고
알마 없이는 못살겠다고 한 코코슈카와의 사이에 아이를 유산을 하기도 했다.
말러는 알마가
예술가 보다는 참신한 아내가 되어줄 것을 바라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는 알렉산더 쳄린스키에게 작곡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자기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말러는 미모의 알마를 집에
가두다시피하다 1911년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고만다
남편의 사슬에서 풀려진 알마는 빈의 사교계에서 스타가 되고
구혼자는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젊은 화가 코코슈카가 알마를 만날때는
그녀가 미망인이 된 이듬해 4월이였다.
그때 그녀를 보는 순간 코코슈카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가 집착이 강한 코코슈카로부터 400여통의 편지를 받으면서
독점력과 질투심이 강한 말러의 환상을 보는것같아 결국 구혼을 거절하고 만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말러는 항상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은 곧 영원한 안식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공포 대신에 희망과 기대에 찬 낭만적 이중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교향곡에 는 이중적 낭만성을 띠고있다.
말러는 알마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사랑과 성과 예술에 뛰어난 알마의 재능과 끼는
둘 사이의 위기를 몇번이나 가져오게도 했다
실제 그녀를 위한 몇개의 말러의 곡들중
미완성으로 끝난 교향곡 10번(실제 9번)은
그녀가 바우하우스의 설립자인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나눈
사랑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얼룩져 있다
코코슈카(Kokoschka, Oskar,1886~1980/오스트리아)
코코슈카는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로
극작가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표현주의 화가들은 아름다움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림 속에
담고자 하는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알마 말러는 유명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였다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학식으로
당대의 여러 지식인층과 활발하게 교류 했다
말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말러의 피를 말려죽였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남자의 혼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릴 만큼의
매력이 넘치는 여자였던 것 같다
그녀를 위한 말러의 여러 곡들이 이를 뒷받쳐 주는데
특히 미완성으로 끝난 마지막 교향곡 10번이 그렇다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 알므시!(알마의 애칭)
fuer dich leben! fuer dich sterben! Almschi!"
말러가 마지막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쓴 스케치에 나오는 글이다
아버지 에밀 쉰들러의 제자 구스타프 클림트는
그녀의 첫 키스의 남자였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구속 되기를 싫어했던 클림트는
그녀를 놓아 주었다.
말러와 알마를 놓고 경쟁을 하던 클림트가
말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것이였다
그러나 말러에게는 행운과 불행이
동시에 닥치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숙명앞에 선 말러에게
그녀는 너무나 버거운 상대였다
알마를 가정으로만 지키려 했던 말러의 죽음은
그녀에게 자유를 가져다 주었고
오스카 코코슈카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인간 관계를 자유스럽게 넓혀 나갔다.
그러나 코코슈카에게도 또한 그녀는
버거운 상대였다.
말러를 떠나 보낸후
두명의 남자와 결혼을 더 했던 알마보다는
어느 누구하고도 결혼은 하지 않았고
14명의 사생아를 가진
그녀를 놓아준 클림트가 더 자유인이였던것 같다
코코슈카가 <바람의 신부>를 그릴 당시 알마에게 보낸 편지의 부분
"거의 다 완성되어가오
번개, 달, 산, 솟구치는 물... 그리고
바다를 비춰주는 뱅골의 그 불빛
그 폭풍에 날리는 휘장 끝자리에서
서로 손을 잡고 누워있는 우리의 표정은 힘차고 차분하오.
분위기가 적절히 표현된 얼굴 모습이
내 머리에 구체적으로 떠오르며
우리의 굳센 맹세의 의미를 다시 절감했소
자연의 혼돈 속에서 한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
그리고 그 신뢰감을 신념으로 수용해서
서로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감이 잡혔으니
이제는 몇 군데에 생명감을 불어넣는
시적인 작업만 남았을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