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누나와 어머니는 의정부로 이사가셨어.
세째형이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로 했지.
큰누나는 인천에서 의정부를 매일 다녀가셔.
창신동보다 훨씬 멀어진 셈이니 얼마나 힘드시겠어.
나는 의정부로 가면 할 일이 없어서 창신동에 남아 오피스텔을 얻어 내 일을 계속 하고 있어.
사람 마음이란게 의정부에서 서울은 교정을 받으러 오는데, 서울에서 의정부로 오는 숫자는 적거든.
처음에는 일주일에 3~4회를 어머니께 들렸어.
그래도 두달 정도는 잘 지냈지.
친구들도 만나고 1박 정도는 여행도 가고..
먹는것도 잘 차려 먹었어.
세달째 접어드니까 만사가 귀찮아지더라구..
어머니께 가는 횟수도 많이 줄었어.
한달에 한 두번 갈 정도야.
친구들도 잘 안만나게 되더라구.
만나봤자 당구치고 술이나 마시고, 지나보면 별로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 뿐이더라구..
밥도 잘 안먹게 되더라구..
어머니와 같이 있을때는 과일이며 아이스크림, 과자 등등 자주 사다 먹었었는데 혼자 있게 되니까 뭔가 사먹다가 남으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버리게 되는거야.
다시 안먹게 되더라구.
한 두번 반복되니까 사먹기도 싫은거지.
해먹는건 더 귀찮지.
그러니까 굶는날이 많아지고 힘이 없어지더라구.
금방 피곤해지고, 그러다보니 자꾸 누워있게 되고..
그래서 한약 재료를 사다가 끓여서 물처럼 마셨어.
몸이 좀 나아지더라구.
지금은 조금씩 운동도 하고 있어.
가끔 어머니한테 들리면 어떤때는 날 붙잡고 우시고, 어떤때는 내가 누군지 몰라보셔.
조금 전까지 엄마가 옆에 있었는데 어디 가셨냐고 묻기도 하시고, 조그만 아기가 누워 있었다고도 하시고, 젊은 남자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도 하시지.
현대의학적으로는 조현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종교적으로는 어머니 옆에 먼저 돌아가신분들이 와 계시는거야.
가실때가 되었다는 이야기지.
아직도 나는 어머니에 대한 두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어.
불쌍하다는 마음과 부럽다는 마음이야.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하셨는데 내가 어머니께 해드린것도 없고..
죄송하고 불쌍하지..
그러나 돌아가실때까지 자식들이 옆에 있다는게 부러워.
내 미래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거든..
어쨋건 내일은 예약이 없으니까 어머니한테 다녀와야겠어.
어머니가 좋아하는 모나카와 한과를 사가지고 말이야..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봐야지.
어머니를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네..